플라스틱 함유 물티슈 '환경오염 주범'...화장품으로 분류된 물티슈의 역설

e산업 / 임태경 기자 / 2026-01-16 17: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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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입법조사처 "기업은 이익 챙기고 환경 비용은 지자체가 떠안는 불공정 구조"
하수관 막는 주범 물티슈, 친환경·천연 문구 속 방치...연간 복구비 1천억 시민 몫
▲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2021년 20대 이상 소비자 6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90.6(576명)%가 매일 일회용 물티슈를 한 장 이상 사용하며 응답자의 65%는 대다수 물티슈 원재료가 플라스틱류(폴리에스테르)인 것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매정에서 물티슈 성분을 살표보고 있는 소비자 모습. (사진=newsis)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영국이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 물티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물티슈가 1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하수관 막힘과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하수관 복구 비용을 시민이 부담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사후 처리 대신 플라스틱 물티슈의 생산과 판매를 사전에 억제하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2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함유 1회용 물티슈 판매 금지’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빨대와 면봉에 이어 플라스틱 오염원을 아예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강력한 조치다. 웨일스를 시작으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북아일랜드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 “물티슈는 종이가 아니라 플라스틱…영국, 아예 못 팔게 한다”

겉보기엔 종이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물티슈에는 물에 녹지 않는 플라스틱 합성섬유가 들어 있다. 이 물티슈가 변기로 버려지면 하수관 안에서 기름때와 엉켜 ‘팻버그(fatberg)’라는 거대한 오물 덩어리를 만든다. 이 때문에 하수관이 막히고 복구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이어 “환경 피해도 심각하다. 물티슈는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으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 해변에서는 100m마다 평균 20개의 물티슈가 발견될 정도로 흔한 오염원이다.

그러면서 “문제는 ‘순면’, ‘천연’, ‘변기에 버려도 됨’ 같은 문구다. 친환경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분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를 속이는 ‘그린워싱’ 논란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물티슈 문제를 단순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국가 하수 인프라와 바다를 동시에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판단했다. 하수관 복구에 들어가는 연간 비용만 수억 파운드에 달하고 이는 결국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고려했다.

결정적 계기는 ‘치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공청회에서는 응답자의 95%가 판매 금지에 찬성했다. 이에 영국은 경고 표시나 부담금 부과 수준을 넘어, 플라스틱이 들어간 물티슈는 아예 시장에 못 나오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만 의료·돌봄 등 공중보건상 꼭 필요한 용도는 예외로 두어 환경 보호와 위생 사이의 균형도 고려했다.

◇ 한국은 ‘화장품’으로 분류…1회 용품 규제 대상에서 빠져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물티슈는 ‘화장품법’상 ‘인체 세정용 화장품’으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환경 규제의 핵심 법률인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1회 용품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결과적으로 물티슈는 플라스틱 컵이나 비닐봉지처럼 사용 제한이나 부담금 부과를 받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실에서는 하수처리장 협잡물의 80~90%가 물티슈로 확인될 만큼 대표적인 문제 제품으로 꼽힌다”며 “하수관 유지·복구에 드는 비용은 연간 2500억 원을 넘고 이 중 물티슈로 인한 비용만 해마다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비용은 생산자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이 떠안는다. 제조사는 물티슈 판매로 이익을 얻지만 하수관 막힘과 환경 복구 비용은 공공이 부담한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기업이 굳이 친환경 소재로 바꿀 유인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화장품법’ 체계에서는 환경 정보 공개가 미흡해 ‘친환경’, ‘천연’ 같은 표현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변기에 버려도 된다는 표시가 붙어 있어도 이를 검증할 공식 기준이나 인증제도는 없다”고 비판했다.

◇ “영국처럼 사전 차단 필요”

국회입법조사처는 “영국 사례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핵심은 사후 처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티슈를 1회용 플라스틱 제품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생산자에게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며, 표시·광고 규제를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판매 제한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의료·위생 등 필수 분야에는 예외를 두되 엄격한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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