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속이고 미승인 양극박 수년간 납품…그룹 신뢰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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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사진=뉴시스> |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고 있는 2차전지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2차전지용 양극박(알루미늄박)을 제조하는 롯데알미늄이 수년간 미승인 양극박을 고객사에 납품한 것이 드러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알미늄은 승인받지 않은 기기로 2차전지용 양극박을 생산, 납품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승인받지 않은 양극박 제품을 고객사 몰래 납품한 사실이 알려지자 롯데그룹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지적이다.
롯데알미늄은 승인받은 기기로는 계약 물량을 전부 소화하지 못하자 국내외 글로벌 배터리제조사에 알리지 않은 채 미승인 기기로 생산한 일정 물량을 ‘끼워넣기’식으로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롯데알미늄은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4곳과 양극박 납품 계약을 맺고 제품을 생산했으나, 글로벌 배터리 셀업체 2곳에 최근 몇 년간 승인받지 않은 압연·단재기기로 만든 양극박 제품을 납품했다.
승인 받은 압연·단재기기로는 계약 물량을 전부 소화하지 못하자, 거래 업체에 알리지 않은 채 미승인 기기로 생산한 물량을 몰래 끼워 넣어 납품한 것이다.
롯데알미늄의 미승인 양극박 납품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최소 2년이상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알미늄은 자사가 보유한 3대의 압연기와 단재기 중 고객사 지정 압연기와 단재기로 제품을 생산 및 납품한다. 롯데알미늄 고객사인 A회사는 압연 51·53호기와 단재 53호기를, B회사는 53·54호기, 단재 56호기를 승인 기기로 정했다. 고객사들이 승인 기기를 별도 지정하는 것은 고객사마다 양극박 모양에 대한 기준이 달라서다.
하지만 롯데알미늄은 지난 2021년 2월 A사에서 승인받지 않은 단재 56호기를 사용해 생산한 양극박을 수 차례 A사 해외 법인에 납품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미승인 상태인 단재 51호기로 양극박을 생산해 A사에 전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B사에도 승인받지 않은 단재 51호기로 생산한 양극박을 납품했다.
수년간 미승인 기기로 양극박 제작, 몰래 납품
문제가 된 롯데알미늄의 양극박을 공급 받은 배터리 생산업체 두 곳은 해당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승인 양극박 납품으로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준비한 2차전지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알미늄의 이러한 납품 행태는 시장 내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된다.
롯데그룹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배터리 소재 시장의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특히 양극박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2020년 안산공장의 생산라인 증설 작업을 마쳤고, 지난해 1천100억 규모의 헝가리 공장 투자 계획도 밝혔다.
또 롯데알미늄은 양극박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양극박 핵심 원재료인 알루미늄 스트립(AL-Strip)을 국내 및 해외 공장에 올해부터 2027년까지 장기 공급받아 고품질, 고효율의 양극박을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조일알미늄과 약 1조400억원 규모의 2차전지용 양극박 원재료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롯데가 양극박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2차전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양극박 수요는 2020년 9만2천 톤(t)에서 2025년에 47만5천 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일로 롯데그룹의 2차전지 핵심소재 강화 사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재 발생에 민감한 배터리 고객사들이 승인하지 않은 기기로 생산한 소재를 어떻게 처리할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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