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이은화 작가 시 읽기⑲] 낙화1

문화 / 이은화 작가 / 2025-04-11 15: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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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1
시인 조지훈

낙화1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이은화 작가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시 평론) 꽃 지는 풍경을 관조하며 삶의 무상감을 읊고 있는 이 시는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담담한 어조가 오히려 비애감을 고조시키는 시, 읽는 이의 느낌이 가장 적절한 감상일 것이다. 꽃 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강적 여운이 남는 시, 우리도 언젠가는 낙화처럼 자연의 부름을 받으리라. 이때 화자가 꽃의 소멸을 슬퍼하는 것처럼, 우리의 떠남을 서러워해 줄 누군가 한 사람쯤 있을까.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저무는 아름다움이 생동하는 봄, 꽃의 유한성을 서러워하는 시 안에서 묻는다. 우리는 지는 꽃을 보며 이토록 슬퍼해 본 적이 있는가. 과연 마음 저려 본 적 있는가.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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