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증가, 자동차·백화점·가전·가구 등 고가 재량소비에 편중… 한국은행 "서비스 등으로 확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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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위)와 SK하이닉스(아래). (사진=newsis) |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성과급 지급이 이천·화성·청주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종사자 거주지역의 소비를 실제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정희완 과장, 이재호 차장)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제2026-20호’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에 따르면 성인인구 가운데 반도체 종사자의 거주 비중이 높은 이른바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월별 소비가 성과급 지급 이후 여타 지역보다 최대 4% 정도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반도체 호황의 직접적인 수혜지역인 이천·화성·청주 등을 중심으로 지역별 미시데이터를 활용해 소비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반도체 수출가격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국내총소득(GDI)이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늘어난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임금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부문의 성과가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증가한 소득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소비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 반도체 고노출 지역, 성과급 이후 소비 증가… 누적 소비 증가액 1조 7000억 원 전망
보고서는 총량지표만으로는 반도체 호황의 소비 파급효과를 명확히 식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역별 카드소비 데이터를 활용했다. 총량지표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반영되는 데다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지역별 효과가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에 활용된 카드소비액은 가맹점 소재지가 아니라 카드 이용자의 청구지를 기준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지역별 카드소비액은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결제액이 아니라 해당 지역 거주자의 소비액을 의미한다.
반도체 노출도는 성인인구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정의됐다. 추정 결과 이천시의 반도체 노출도가 6.8%로 가장 높았고, 화성시 4.6%, 청주 흥덕구 3.6%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수원 영통구, 오산, 청주 서원구, 용인 수지구, 성남 분당구 등 인접지역에서도 비교적 높은 노출도가 나타났다.
성과급 지급 전후 고노출 지역의 소비가 여타 지역보다 얼마나 더 증가했는지를 연속처치 이중차분(DID) 모형으로 추정한 결과, 성과급 지급 이후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월별 소비는 비노출 지역보다 최대 4% 정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노출도가 가장 높은 이천·화성·청주 흥덕구 등 3개 지역은 비노출 지역 대비 월별 소비 증가폭이 지난해 성과급 지급 이후 최대 1.6%까지 확대됐다가 하반기에 다소 축소됐다. 그러나 성과급 규모가 크게 늘어난 올해 초부터 소비 반응이 다시 강해졌고, 올해 6월에는 증가폭이 3.7%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 증가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이 약 1조 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소비 패턴이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2025~2026년 연평균 소비 증가액은 약 8000억 원으로,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액 41조 3000억 원의 약 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소비 증가가 국내 부가가치로 이어진 효과를 산업연관모형을 통해 추산한 결과, GDP 제고 효과는 지난해 0.01%, 올해 0.03%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현재까지의 규모가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크게 좌우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업실적 증가가 임금 상승과 소비로 이어지는 파급경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성과급 지급액 대비 소비 증가액으로 측정한 소비파급률은 지난해 27%, 올해 21%로 나타났다. 올해 성과급 규모가 확대되면서 소비파급률은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지급된 소비쿠폰의 효과 추정범위인 16.1~39.8% 안에 포함되는 수준으로 분석됐다.
◇ 2027년 성과급 대폭 확대… 이천은 '부동산', 청주는 '소비'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즉시 현금화 가능한 세후 성과급 예정 규모는 올해 4조 4000억 원에서 내년 21조 9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올해 규모의 약 5배이며, 지난해 정부 소비쿠폰 지급액 13조 5000억 원의 약 1.6배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은 내년 반도체 기업 성과급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약 5배 확대될 예정인 점을 감안해 반도체 호황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한 GDP 수준이 0.08~0.12%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내년 성장률을 0.06~0.09% 포인트 높이는 수준이다.
소비파급률이 성과급 확대에 따라 하락하는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GDP 제고 효과가 0.08%로, 올해 수준의 소비파급률이 유지되는 상방 시나리오에서는 0.12%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동일한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을 받더라도 지역에 따라 소비 반응은 달랐다.
SK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이천시와 청주 흥덕구를 비교한 결과 두 지역 모두 비교집단보다 소비가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이천시가 청주 흥덕구보다 뚜렷하게 작았다. 한국은행은 같은 기업의 성과급 지급 영향을 받은 두 지역에서도 소비 반응에 차이가 나타난 것은 소비 파급효과가 성과급 규모뿐 아니라 지역별 여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천시에서는 전체 소비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반면 주택 관련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가구·가전, 주방용품, 부동산중개 서비스 등 주택 취득과 연관성이 높은 품목의 소비가 반도체 수혜지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었으며, 성과급 지급 규모가 확대된 올해 초를 전후해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강해졌다.
실제 부동산 매입 흐름을 살펴본 결과 성과급 지급 직후 이천시 거주자의 수도권 주택 매입이 크게 증가한 반면 청주시 거주자에게서는 이 같은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천시 거주자의 부동산 매입은 화성 동탄·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와 성남·하남 등 주요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으며, 특히 동탄 지역의 월평균 매입 건수는 전년의 약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반면 청주시 거주자는 성과급 지급 이후에도 지역 내 주택을 주로 취득하는 기존 매입행태가 유지되면서 타 지역 부동산 매입 건수와 매입지역 구성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이를 토대로 늘어난 소득이 자산시장보다 소비로 이어질수록 소비 파급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청주시에서 오히려 견조한 소비 반응이 나타난 점은 추가 소득이 자산시장으로 흡수되는 정도가 낮을수록 소비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 소비는 자동차·온라인·고가 재량품목에 집중… 고용 확대·자산시장 유입 여부·소비 다변화 관건
현재까지 반도체 수혜지역에서 나타난 소비 증가가 모든 품목으로 고르게 확산된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지난해에는 여가·문화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외식 소비가 성과급 지급 직후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의 중심이 자동차로 이동했다. 올해에는 온라인 소비가 증가를 주도했으며,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의 인도량이 주요 반도체 수혜지역에서 빠르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소비 역시 상당 부분 자동차 구매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됐다.
백화점과 가전·가구 등 고가 재량소비도 크게 증가하면서 고가 품목 중심의 소비 양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마트·편의점 등 생활소비와 의료·교육 지출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도체 수혜지역의 올해 1~6월 테슬라 월평균 인도량은 지난해 월평균 대비 10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국 증가율 77.2%를 웃돌았다.
한국은행은 최근 소비 증가가 두드러진 고가 재량소비와 자동차, 온라인 소비의 경우 수입유발 효과가 크고 국내 근로소득으로 귀착되는 몫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늘어난 지출이 국내 가계소득으로 환류돼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소비→소득→소비’ 선순환은 제한된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향후 반도체 호황의 소비 파급효과가 얼마나 확대될지는 세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임금 상승을 넘어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과거 조선·철강·자동차·화학 등 주력산업 호황 사례에서는 임금총액 증가가 1인당 임금 상승보다 고용 확대를 통해 나타난 지역일수록 소비 파급효과가 큰 경향이 관찰됐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과거 호황기 초기에는 기존 근로자의 보상 확대가 임금총액 증가를 주도했지만, 이후 대규모 증설이 이뤄지면서 고용의 기여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반도체 확장기 역시 임금 상승에 이어 고용 확대가 뒤따르면서 소비 파급효과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해 국내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충을 앞당기고 있어 앞으로 신규 채용도 동반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종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둘째는 늘어난 소득이 자산시장보다 소비로 유입되는지 여부다. 보고서는 이천시와 청주 흥덕구 사례에서 나타난 차이를 통해 추가 소득이 자산시장으로 흡수되는 정도가 낮을수록 소비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셋째는 소비가 얼마나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되는 지다. 현재는 자동차와 고가 재량소비 등에 소비가 편중돼 있지만, 소득 여건 개선이 지속되면 서비스 등 다른 품목으로 소비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2010년대 초반 울산지역 자동차·화학 호황 당시에도 임금 상승 초기에는 서비스 소비가 전국 평균을 밑돌았지만 이후 시차를 두고 서비스 소비가 증가하면서 전체 소비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 “반도체 성과, 국내 산업·소비로 폭넓게 연결돼야”
한국은행은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선 반도체 부문의 성과가 여타 산업의 고용과 생산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재·부품·장비를 아우르는 국내 산업생태계를 강화하고 산업 간 연계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늘어난 소득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되기보다 소비와 실물경제로 원활하게 환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비가 서비스업 등 부가가치와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등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분석을 통해 반도체 산업 호황이 이미 국내 소비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반도체 기업의 이익 증가가 ‘임금→소비’ 경로를 통해 경제 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초기 실증근거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소비 파급효과의 크기는 고용 확대, 자산시장과 소비 사이의 소득 흐름, 소비 품목의 다변화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이번 보고서의 분석 결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에 따른 소비 파급효과만을 반영한 것으로, 여타 IT기업의 임금 상승이나 자산효과, 정부 세수 확대 등을 통한 효과는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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