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기 0개, 땀에 절어 옷에 소금 맺혀”…GS프레시 물류센터 노동자의 ‘절규’ [제보+]

제보추적 / 성지온 기자 / 2022-07-28 09:28:49
  • 카카오톡 보내기
-냉방 장치 없는 개방형 창고, 한여름 바깥 기온과 동일…“폭염에 찜통 같다”
-건축법상 창고로 분류, 냉난방 장치 설치 의무 없어…법·제도 개선 필요
-GS 관계자 “현장에 온도계 있다. 직원들 건강상 문제 없도록 조치 하겠다”
▲ 물류센터는 현재 건축법상 창고 시설로 분류돼 냉·난방기 설치 의무가 없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GS프레시몰 물류센터 역시 휴게실을 제외하면 작업자들이 근무하는 공간에는 대형 실링팬과 선풍기만 설치되어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창고에 들어가면 우선 숨이 턱 막힌다. 조금만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 퇴근 후 옷을 보면 소금이 피워져 있더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GS프레시몰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A 씨 얘기다. 그는 연이은 폭염 소식에 눈뜨기 두렵다고 했다. 냉방 장치가 한 대도 없는 곳에서 하루 반나절 동안, 표현 그대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덥고 습한 상황에서 육체노동까지 가중되니 금방 피로해진다”라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급히 작업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27일 제보에 의하면, 송파 장지동에 있는 GS프레시몰 물류창고는 휴게실 외 설치된 냉방 장치가 없다. 회사 측이 준비한 선풍기와 대형 에코팬은 이미 뜨거워진 공기를 순환시킬 뿐 내부 온도를 낮추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개방형으로 지어진 건물은 구조상 외부 온습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미 신선식품을 보관하는 냉장고 쪽을 제외한 공간이 평균 30도를 웃도는 상황이어서 현장직의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현장 근로자들의 지적이다.


A씨는 “냉방 장치 하나 없이 8시간 동안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버티고 있으나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몰라서 겁난다”라면서 “업무 특성상 몸 쓰는 일이 많은데 땀을 너무 많이 흘리다 보니 가끔 머리가 핑그르르 돌 때가 종종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물류센터에 일하는 대다수가 생계가 급한 일용직이다 보니 작업 환경 개선 요구에 소극적이다. 회사 역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모르는 척 넘어가고 있다”라면서 “이러한 열악한 근로환경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물류센터는 건축법상 창고시설로 분류된다. 창고는 물건을 저장 및 보관하는 공간인 관계로 사업 허가 시 냉·난방기 설치 의무가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은 배송 시스템을 확장했고 물류센터는 단순 창고 역할을 넘어 사람들이 물건을 나르고 포장하는 거대 공장으로 변모했다. 

 

노동계는 법과 제도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건축법상 분류체계를 개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보건조치의무를 보다 현실에 맞도록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전날 온열병 예방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더위는 온도와 습도에 좌우된다. 창고 건물이 뙤약볕으로 데워진 상태에서 실내공기를 아무리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로 순환시킨다고 해도 온도와 습도가 떨어질 리가 만무하다. 시원한 공기순환 시스템이 아니라 더운 공기순환 시스템일 뿐”이라며 “에어컨도 없는 찜통 같은 창고 건물에서 수백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장시간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류센터와 같은 실내작업장에서 무더위와 싸우며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온도나 습도로 인한 건강 장해에 대한 예방조치 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려면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여야 하고, 강제력을 부여해야 한다”라면서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실내작업에서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등 실태를 파악하고 위험 사업장들을 감독하고 강제력 있는 규칙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GS프레시몰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개방형 구조인 관계로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온도 완화를 위해 대형 실링팬과 선풍기를 설치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개방형인 관계로 외부 온도가 높으면 실내 온도도 높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현장에 온도계가 있다. 자주 확인하여 높다 싶으면 직원분들 건강상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