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범죄 이뤄지지 않는 한 '범죄'아냐 결국 예방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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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4일 A군이 익명의 유튜브 웹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로부터 받은 메시지. 상대방은 편지를 전해주겠다고 하지만 취지, 자신의 상세한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제보자 제공>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가 나날이 변모하고 있다. 수사기관, 금융사 사칭을 넘어 유튜브 채널 제작사인 양 접근해 실제 대면까지 유인하는 식이다. 납치, 현금유인책 등과 같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신종 보이스피싱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20살이 된 A군은 최근 자신이 겪은 보이스피싱 사례를 증언하며 “보이스피싱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자칫 방심하면 (범죄에) 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A군은 지난 14일 오후 낯선 번호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상대방은 대뜸 A군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자신은 ‘유튜브에서 웹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상대방은 “A군 앞으로 익명의 편지가 있는데 이를 전달하고자 하니 저녁 7시경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2호선에서 만나자”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서울 도심에서 발신자 미표시의 ‘편지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어떤 사람이 A군을 상대로 편지를 썼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상대방은 ‘웹 드라마 제작팀’이라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소속기관, 이름, 직책 등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A군은 평소 유튜브에서 웹 드라마를 즐겨봤고 서울 소재에서 거주 중이었던 관계로 특별히 경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A군은 <일요주간>과의 인터뷰에서 “흔히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돈을 송금하라거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면서 비밀번호를 물어보지 않나요?”라고 물으면서 “당시 정말 의심하지 못했고 제가 당할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솔직히 웹 드라마 만드는 유튜브 채널이라고 해서 소정의 출연료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제작사의 인터뷰 요청은 일정한 수익원이 없는 대학생에겐 매력적인 제안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약속 당일, A군은 혹여나 싶은 마음에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자신과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는 게시물 몇 가지를 발견했다. 유튜브 제작사라고 소개한 점, 채널명이 명확하지 않은 점, 익명의 편지를 전달해야 하니 서울 근교로 나와달라는 요청 등 모든 특징이 일치했다.
“글을 읽고 소름이 돋았다”라고 밝힌 A군은 즉시, 해당 번호를 ‘차단’하고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혹시 나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특정할 수 없어서 무섭다”라면서 “혹시 저와 같은 전화를 받았더라면 절대로 혼자 나서지 말고 일단 경계했으면 하는 마음에 제보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 가지각색…최선책 ‘셀프 경계’
A군의 사례는 흔히 접하게 되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와 다소 다르다. 일반적인 보이스피싱은 주로 ‘비대면’ 상태에서 범죄가 이뤄진 반면, A군의 경우 상대방이 휴대전화 밖으로 유인해 ‘대면’한 것이 큰 특징이다.
실제 최근 피해금 편취수법은 비대면에서 대면형으로 바뀌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 중 대면 편취 범죄 비율이 47.7%로 집계됐다. 2019년(8.6%) 대비 5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 혹할만한 정보를 ‘미끼’ 삼아 사람을 외부로 ‘유인’하는 이러한 방식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대면 이후 실제 범죄로 이어지지 않은 이상 ‘범죄’로 규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일요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유튜버를 사칭해서 직접 만나야 한다는 취지로 접근하는 등 보이스피싱 수법은 굉장히 다양하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유형을 모아서 분류해 일일이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면서도 “A군과 같이 금전 편취 등이 없이 대면만 했다면 피싱이라고 정의내리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효과적인 금융 사기 범죄 예방 방법은 의심스러운 전화가 왔을 때 경계하는 수 밖에 없다. 전문가도 “익명성에 기반한 실물 거래에서 다양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신상 정보 유출 및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A군은 “실제 범죄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없다는 말은 결국 모든 돈을 빼앗기거나 사기를 당해야 한다는 얘기인가”라면서 “경찰 측 얘기도 이해는 되지만, 의심되는 번호를 수집하거나 사기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 아쉽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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