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올림픽 김치전도사’

People / 윤강로 원장 / 2020-12-05 23: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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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샐러드 ‘파오차이’가 김치 원조 억지주장 분노
1984년 LA올림픽 선수촌 식당 식단메뉴에 깜짝 등장

1948년 런던 올림픽 참가 이래 당시로선 최상의 성적
이제는 동‧하계올림픽 공식 식단 단골메뉴 사랑독차지

[일요주간 = 윤강로 원장] 요즘 중국식 샐러드의 일종인 ‘파오차이’(泡菜)가 김치의 원조라고 무리하게 주장하는 중국언론기사를 보고 놀랐다. 이미 한국 김치는 한국 음식문화의 글로벌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지 1세기 가까이 지났는데 말이다. 과거 일본이 주장한 ‘기무지’파동이 떠오른다. 그 만큼 한국 김치의 역동적인 글로벌 파급력을 대변하는 증거다. 필자가 김치의 올림픽 식단을 점령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여 본다.
 

▲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 세계인 식단을 점령한 ‘영양의 보고’

김치는 대한민국, 우리 한민족의 혼과 얼과 정신과 문화와 지혜와 웰빙(Well-being)의 콘텐츠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인류의 식생활과 건강을 지켜줄 한국의 먹거리 인류문화유산(World's Food Cultural Heritage) 제1호이다.

미국의 지배계층인 WASP(앵글로 색슨계 백인 신교도)의 웰빙 식단의 단골메뉴로도 자리 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 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인생동반자인 셈이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당뇨병, 고혈압, 각종 암은 물론 치질, 변비, 치매, 심장질환 등 생로병사 중 병(Disease) 발생을 사전에 예방(prevention)하고, 조절해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김치를 먹고 있는 한국인은 근본적으론 건강체이다.

신토불이정신에 입각하여 보면, 요즘 즐겨 먹는 서양 음식 중 치즈의 영양 성분은 이미 김치 안에 다 들어가 있다. 김치의 영양 성분을 보면,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 칼슘, 젖산균(Lactic Acid Bacteria)등이 함유되어 있어 우리 체내의 병균 번식을 억제해 준다. 또한 면역체계를 활성화해줌으로써 에이즈(AIDS)나 사스(SARS) 그리고 조류독감(AI) 등도 물리쳐줄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 있어서 감기는 가벼운 질병이 아니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감기를 ‘고뿔’이라 칭하고,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땀 흘리고 자고 나면 쉽게 낫는 병으로 취급해 왔다. 이는 우리민족의 체내에 축적되어있는 김치성분 중 마늘이 함유되어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마늘의 주성분 중의 하나인 알리신(Allicin)은 인체 내에서 단백질 또는 탄수화물과 결합될 때 강력한 살균제 겸 항생물질로서의 기능을 발휘하며, 항암 작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아무나 김치만 먹으면 단숨에 사스를 퇴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나, 우리민족처럼 조상대대로 김치성분이 체내에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체질의 소유자들에겐 AIDS나 SARS나 조류독감균이 침투하기 매우 어려운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김치는 고추 가루(Chili Pepper Powder), 마늘(Garlic), 소금(Salt), 생강즙(Ginger Juice) 및 젓갈류(Pickled fish foods with salt)등이 오묘하게 어우러져서 생성된 독특한 종합양념을, 절인 배추와 버무린 화끈한(fiery) 반찬(side dish)이지만, 완전식품이다.

▲ 동‧하계 올림픽 단골 메뉴! 한국의 먹거리 인류문화유산(World's Food Cultural Heritage) 제1호 김치

● 올림픽 김치 전도사(Olympic Kimchi Ambassador)

필자는 1984년 LA올림픽 한국선수단 선발대 임원으로 남가주 대학(USC)에 입촌해 선수촌 식당의 식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LA올림픽 대회의 메뉴에 김치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연인즉 LA지역 한인들로부터 아시아대륙 대표 음식으로 김치가 추천된 것이었다.

선수촌 식단에 김치가 제공되기 때문에 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들은 따로 김치나 고추장 등을 한국으로부터 공수해올 필요가 없어졌고, 스테이크에 김치를 얹어 먹은 우리 대표선수들은 1948년 런던 올림픽 참가 이래, 그때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있었다.

한국 선수단은 당시 6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것을 ‘김치 금메달’로 명명하면 어떨까.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대회에서는 주최국으로서 당연히 김치가 선수촌 메뉴로서 전 세계 참가 선수 임원들에게 소개되었지만, 이는 개최국 음식으로서의 프리미엄이었다.

실제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대회에서도 김치가 올림픽메뉴로 등장할 것인가는 미지수였다. 필자는 1991년 한국선수단 사전조사 단장자격으로 바르셀로나에 도착, 조직위관계자들과 각 부분별 협의를 하였다.

선수촌 급식담당자와의 업무협의 중 올림픽 선수촌 식당메뉴리스트를 보고 싶다고 하니까,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추천할 음식이 있느냐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그 날 저녁 조직위 급식담당관을 수소문하여 바르셀로나 시내 한국식당으로 초대하였다. 불고기와 쌀밥 그리고 김치 등을 주문하였고, 맛을 본 담당관은 김치를 샐러드로 적극 추천하겠노라고 귀띔했다.

사전 조사 협의를 마치고 귀국한 지 1주일가량 지나자 바르셀로나 올림픽 조직위로부터 팩스 한 장이 날아왔다. 회신 내용은 긍정적이었고, 다만, 김치물량확보와 조달방법 그리고 생산업체를 소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종택 체육회 사무총장과 故 김종열 체육회장께 보고 드리고, 급히 김치 조달 및 공수를 위한 수소문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김치 팩을 구입해 올림픽 공식 메뉴로 제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선수단이 올림픽무대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 뒤에는 항상 김치가 기운을 북돋워준 셈이다.

여자 공기소총의 여갑순 선수는 올림픽 선수촌에서 김치로 컨디션을 조절하여 바르셀로나 올림픽대회 제1호 금메달을 조국 대한민국에 안겨주었고,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선수는 김치의 힘으로 올림픽 최고의 메달이자 대회 마지막 금메달인 마라톤 금메달을 쟁취함으로써 한국 스포츠의 황금기를 구가하는데 감격적인 기여를 하였다.

▲ 2008년 올림픽 IOC평가위원 자격으로 Paris2008 유치 현지 실사 중 프랑스 대통령궁(Palais d'Elysee)에서 당시 자크 시락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 중인 필자

● 외국인에게 김치 담그는 법 영어로 설명하기

▽ 1. 배추를 깨끗이 씻고, 반으로 쪼갠 뒤 소금물에 절인다.(Clean the cabbage, and split in half and pickle in salt.)
▽ 2. 무와 파를 가늘게 썰어 둔다.(Slice radish and green onions into thin strips.)
▽ 3. 마늘과 생강을 갈아 둔다.(Ground garlic and ginger.)
▽ 4.고춧가루와 무채를 버무린다.(Mix ground red pepper with radish.)
▽ 5. 미나리, 갓, 파, 마늘, 및 생강을 버무린다.(Mix in dropwort, leaf mustard, green onions, garlic and ginger.)
▽ 6. 젓갈류와 소금을 양념으로 사용한다.(Use fermented sea pickles and salt for seasoning.)
▽ 7. 준비된 각종양념을 배춧잎 사이사이에 골고루 넣는다.(Put the prepared ingredients evenly between cabbage leaves.)
▽ 8. 배추 겉 잎사귀로 배추 전체를 싸고 땅에 묻힌 김장용 항아리 안에 넣어 보관한다.(Use an outer leaf to wrap the cabbage and pack the heads in an earthen jar)

▲ 북한 장웅 IOC위원과 IOC총회 현장에서

● 올림픽 김치 파트너 ‘한국 쌀밥’(Sticky Rice)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 올림픽대회가 시작되기 직전 필자는 올림픽 선수촌으로 사용될 유타주립대학교(University of Utah)기숙사 식당주방에 초대받게 되었다. 이유인즉, 대회시작 전 선수촌 회의실에서 개최된 각국 선수단장회의에서 필자가 발언한 쌀밥, 그것도 찰밥(Sticky rice) 조리법에 대한 확인 요청과 관련되었다는 것이다.

도착 첫 날 배식된 밥은 뜸이 들질 않아서 설익은 밥이 여러 날 계속되었기 때문에 일일 단장회의석상에서 필자가 요청한 내용을 점검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원래 올림픽 선수촌 주방시설은 안전상 통제가 엄격한 지역인바, 필자는 색다른 특권을 부여받은 셈이었다. 주방장은 쌀을 씻고 조리한 과정을 필자에게 일일이 브리핑해 주었다. 쌀은 찰지고 질도 양호해 보였다.

주방기구도 훌륭했다. 그러나 밥은 여전히 설익은 맛이었으므로 주방에 1시간가량 머물면서 함께 직접 밥을 지어 보였다. 조리 과정에서 한 가지 미흡한 점이 발견되었다. 바로 뜸 들이는 과정이 생략되었던 것이다.

쌀에 적절량의 물을 붓고 익혔다가 불기운을 조금 낮추고 김을 조금씩 빼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만 쌀이 숙성과정(maturing process)을 거쳐 본래의 밥맛이 난다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조리법을 3일에 걸쳐 실습해 준 결과 밥다운 밥이 제공 되었던 것이다.

‘뜸 들인다’(to be patiently steamed to a proper degree at different heating intervals)는 말을 영어로 설명해도 ‘감’(feeling of awareness)이 오질 않을 수밖에. 그 비결은 5000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 참을성 있게 지켜봐 주고 정성을 드리는 과정인데. 그 이후로 조직위 관계자들은 필자 영어 이름인 로키(Rocky)에다 찰밥(sticky rice)을 붙여 ‘Sticky Rice Rocky’로 부르기도 했다.

입에 착 달라붙는 따뜻한 쌀밥에 김치. 이 맛은 기운을 북돋아주고 우리 선수들에게는 금메달이 착 달라붙는 올림픽의 맛이리라. 이 맛 영원하여라!

● 이젠 동하계 올림픽에 인기만점 단골메뉴 정착

이렇게 김치가 올림픽 한류 글로벌 음식문화 제1호 대사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김치가 공식 메뉴가 되었다고 해서 차기 대회에서도 공식메뉴로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IOC 집행위원회와 NOCs(국가올림픽위원회)와의 연석회의, 각국 단장회의(Chefs-de-Mission Meeting) 등 각종 국제회의 때마다 KOC 대표로 참석해 해당 동‧하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준비진척상황 보고 시 균형 있는 식단을 강조하면서, 아시아권의 음식이 올림픽 메뉴에 선택되도록 운을 뗀 뒤, 해당조직위원회들과의 사전협의회의 시 ‘김치와 쌀밥’(Kimchi and Sticky Rice)을 넣도록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덕분에 1996년 애틀랜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김치가 공식메뉴로 채택되어 한국선수들은 물론, 전 세계 올림피언들에게 김치를 전파하였고 앞으로도 올림픽 한국김치의 글로벌 제패는 대를 이어 지속될 것이다


● 프로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외대동시통역대학원 수학 / 대한체육회 26년근무(국제사무차장, KOC위원 겸 KOC위원장 특보) 및 2008년 올림픽 후보도시 선정 한국 최초 IOC평가위원 /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 및 평창2018조직위원회 위원장 특보 / 몽골국립스포츠아카데미 명예박사학위 및 중국인민대학교 객좌교수(국내 다수 대학교 겸임교수) / 세계각국올림픽위원회 총 연합회(ANOC)스포츠외교 공로훈장 한국최초수상 및 부산 명예시민(제78호) / *저서: 총성 없는 전쟁 및 스포츠 외교론 등 7권(영문판 1권포함) 책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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