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지원 제한 철폐

사회 / Petter특파원 / 2009-03-17 11: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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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 "생명공학이 새 성장동력"

오바마 정부, 윤리적 반대 극복이 관건
2006년 황우석 사태후 중단된 국내 연구는?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은 9일 배아(胚芽)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 제한규정을 철폐함으로써, 과학산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더욱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이번 조치로 미국 내 줄기세포 연구에 자금이 대거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연구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파킨슨병·당뇨병 등 불치병 연구도 탄력을 받게 된다. 현재 영국·벨기에·스웨덴·캐나다·뉴질랜드 등에서는 줄기세포 연구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오스트리아·리투아니아·폴란드에서는 법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금지돼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입장은, 모든 분야에서 조지 W 부시(Bush) 전 대통령과 반대되는 'ABB(Anything But Bush)'를 취해온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 전 대통령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생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배아를 파괴한다며 이를 반대했다. 미 공화당에 영향을 미치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을 비롯한 보수주의 세력의 일반적인 입장이기도 하다. 부시는 이에 따라 2001년 8월 9일 행정명령을 통해서 연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줄기세포 라인을 당시까지 존재하던 21개의 줄기세포로 제한시켰다. 이후 다른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중단됐고, 이는 과학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시 행정부때 지원 끊기면서 발전 늦춰져

부시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후 미 과학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방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줄기세포에 대한 미국 내 연구발전은 늦춰졌다.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암(癌)으로 잃은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불치병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연구가 불가피하다며 이에 대한 지원을 공약했다. 줄기세포는 적절한 조건에서 다양한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므로, 이를 손상된 조직 재생에 활용해 암과 뼈 손상 등의 불치병을 치료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에 가장 적합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인간 배아를 파괴해야 하는데 이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극소수의 배아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과학산업 발전을 통해서 미국의 새로운 진로를 찾으려는 전략에도 기반을 두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를 포함해 과학산업을 지원함으로써, 미국의 성장동력을 찾고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미국 사회에 전달했다.

미국의 과학계와 불치병 환자를 가족으로 둔 이들은 9일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일제히 환영했다. 19세 때 미식축구를 하다 사고로 몸이 마비된 로만 리드(Reed·34)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줄기세포 연구지원 제한 철폐'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해 "다시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 꿈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커트 시빈(Civin) 메릴랜드대 줄기세포 연구소장은 "이제 어리석었던 줄기세포 연구지원 제한이 없어졌으니, (부시 행정부에서) 지난 8년간 하지 못했던 연구를 만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회사 ACT의 로버트 란자(Lanza) 박사도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할렐루야"라고 외치며, "과학계에서 오랜 억압의 시대가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돈줄’ 풀리면 불치병 연구 탄력 받을 것 전망

과학자들은 줄기세포 연구에 '돈줄'이 풀리면, 연구 속도가 빨라지고 불치병 연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재생의학연구소(CIRM)의 필립 피조(Pizzo) 박사는 "이제 줄기세포 연구가 탄력을 받아, 불치병을 앓고 있는 수백만명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59%의 응답자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치적·윤리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화당 존 베이너(Boehner) 하원 원내대표는 "납세자들의 돈으로 순수한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일을 도울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종교계의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 가족연구위원회의 토니 퍼킨스(Perkins) 의장은 "아무리 배아라고 해도 인간의 생명을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활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일"이라며, "의회는 앞으로 이런 연구에 세금이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마 교황청도 "미국의 세금이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금으로 조성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줄기세포 연구 지원에 대한 행정명령을 발표했을 뿐,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앞으로 4개월 내에 줄기세포 연구에 쓰일 배아를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 과제는?
미국 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원 재개는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황우석 사태 이후 사실상 중단된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다시금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생명공학계의 중론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온 차병원의 연구계획이 정부에서 승인될 것이라는 분석도 우세해지고 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명윤리 측면을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생명윤리 문제에서 자유로우면서 맞춤치료가 가능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 대한 연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차병원 김광수 박사팀이 쥐의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iPS를 만든 데 이어 제주대 박세필 박사팀과 미래생명공학연구소도 난자 없이 사람의 피부세포만으로 배아줄기세포 특성을 가진 `인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김상선 과총 사무총장은 "줄기세포는 한 때 우리가 주도권을 잡았던 분야인 만큼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윤리적 측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정부의 과감한 투자확대와 함께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등 폭넓은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기술 경쟁력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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