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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다구치씨 납북사실을 인정하면서도 "1986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날 "(내가 북한에 없을 때인) 1986년 다구치씨를 결혼시켜 어디로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피랍자들이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들이 돌아오도록 계속 노력한다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이 모두 17명이라고 밝혀 왔으나, 북한은 자신들이 납치한 일본인은 13명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중 5명이 2002년 고이즈미 총리 방북(訪北) 직후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북한은 나머지 8명은 죽었다고 했다.
그리고 일본측이 제시한 납치자 명단 가운데 4명은 북한에 온 사실이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다구치씨의 오빠는 이날도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이 아직도 모두 생존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일본은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최우선 외교 과제로 삼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협상은 물론 북핵 6자회담 등에서도 주요 고비마다 납치문제 우선 해결을 주장해 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일본 방문 때 피랍자 가족들을 만나 이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측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은 일본인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납치해 평양으로 데려와 여러 용도로 부려먹었다. 대한민국은 북한이 저지른 민간인 납치 범죄의 가장 큰 피해자다. 6·25전쟁 이후 어부 등 499명이 북한으로 끌려갔지만 대부분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납치·납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복귀할 수 없다. 북한은 납치·납북자들의 생사 확인과 진상 규명, 가족 상봉, 자유의사에 따른 거주지 선택 등을 허용해야 한다.
김현희씨는 이날 다구치씨 가족과 만나는 자리에서 "KAL기 폭파는 북한의 테러이며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씨는 작년 말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권에서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나를 MBC 등에 출연시켜 바보로 만들려 했다"고 말했었다. 김씨는 KAL기 폭파마저 조작으로 몰아가려 했던 범죄 음모에 대해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절규한 것이다. 국정원은 김현희씨마저 가짜로 몰아가려 했던 전(前) 시대의 공작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소모적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박일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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