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성 영화에 담아 - 45년간 민족문화 의식운동에 헌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국영상자료원 선정 역대 한국영화 1위
무궁화 액자 보급운동으로 민족혼 일깨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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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환 회장은 지난 98년초 IMF로 신음하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준 ‘전 국민 금모으기 운동’의 제창자이기도 하다. 도 회장은 “장농 속 금가락지, 금반지를 팔아 외화 갚기에 나섰던 그 때 그 정신으로 돌아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동환 회장은 영화제작자로 더 유명하다. 이문열의 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1992년 몬트리올 영화제 최우수제작자상을 받았다. 1964년 제작한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민족성을 영화에 담는 작업을 통해 지난 45년간 민족문화의식운동에 헌신했다. 특히 지난 1969년 제작한 ‘상해임시정부와 김구선생’은 민족혼과 건국정신의 산 교육물이 되고 있다. 그는 민족 혼을 일깨우기 위해 앞으로 무궁화 액자 보급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밝혔다. 다음은 도동환 회장과의 일문일답.
‘우정의 장보기 행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지난 2006년 제가 재경 상주향우회 회장을 맡았을 때 대형마트에 의해 고사 직전인 고향의 전통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이 행사를 기획했는데, 지난해까지 3년간 행사를 실시해 보니 재래시장의 매상이 30%가량 상승했다. 그래서 제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직능단체 총연합회에서 상주시의 사례를 발표한 후 총연합회 차원에서 이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로 했다.
이달 초 상주에 이어 다음 달엔 호남지역에서 행사를 연다는데?
영남에 이어 호남에서 ‘우정의 장보기’를 여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 회복이란 하나의 목표만 있을 뿐 좌.우 이념 대립도 동.서 지역 대립도 없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이 운동이 경제 살리기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시금석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IMF위기 때 온 국민이 일치단결했던 금 모으기 행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반드시 경제를 일으켜야한다.
IMF때 전 국민 금모으기 운동의 제창자로 알고 있는데?
IMF 경제위기가 불어 닥친 1997년 11월 하순경 아내가 장롱정리를 하고 있었다. ‘손자 돌 때 들어 온 반지와 팔지, 그 동안 모았던 금붙이가 150돈이 넘는다’는 아내의 말에 ‘아, 집안에 숨어있는 금을 모아 팔면 달러를 벌 수 있겠구나’고 생각했다. 한 가정에 최소한 30돈 정도는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나라 가구 수를 1천 4백만으로 계산해 보니 국민 10%만 동참해도 4천만 톤이 넘었다. 당시 로타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즉각 고 김유복 총재에게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고, KBS와 주택은행이 동참하면서 전 국민운동으로 확산됐다.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당시 저는 이 운동을 ‘관이 주도하면 안 된다. 민이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00은행장에게 이 운동을 주관해 달라고 했지만 국내에 금 분석가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결렬 됐다. 또 다른 은행장도 난색을 표했다. 그래서 나는 친분이 두터웠던 KBS 홍두표 사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홍 사장이 주택은행장을 설득해, KBS가 홍보를 주관하고 주택은행이 창구가 되어 ‘금 모으기 운동’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
그렇게 모은 금을 역수출해 벌어들인 외화는 어느 정도였나?
21억불의 외화를 벌어 들 인 것으로 기억난다. 서민들의 금반지와 금 가락지로는 목표량을 채우기 어려워 제가 직접 KBS 생방송에 출연해 ‘수입 금궤와 가정집의 금송아지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제 호소 덕분인지 00상사가 수입한 금궤와 금송아지가 방송이후 쇄도하면서 목표량을 달성했다. 사실 금 모으기 운동은 금액을 떠나서 해외 투자가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IMF를 조기 졸업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국민훈장뿐만 아니라 문화훈장과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등 과분한 상을 많이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금 모으기’로 받은 표창은 단 한 번도 없다. 금 모으기 운동 관련자를 치하하기 위한 청와대 만찬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DJ정부는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인 나를 오히려 소외시킨 셈이다. 문화훈장과 국민훈장을 받은 것은 제가 제작한 영화 덕택이다. 우리 민족성을 영화에 담아 민족문화 의식운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92년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최우수 제작자상을 수상했죠?
그렇다. 이 영화로 국내 각종 영화제를 석권한 것은 물론, 몬트리올에 이어 그해 하와이 영화제 그랑프리 등 전 세계 9개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몬트리올 영화제 직후 정부가 문화훈장과 함께 전 문화예술계 인사를 초빙한 가운데 축하연을 열어주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은 KAL(대한항공)기내에서 첫 상영된 한국영화가 됐다. 외국인 승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기립박수를 치는 등 반응이 좋아 방영기간이 당초 40일에서 4개월로 연장되기도 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지난 2006년 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영화전문가와 관객들이 함께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원작자가 보수 작가인 이문열씨라는 이유로 노무현 정부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알고 보면 이 작품은 독재에 대항한 ‘최초의 민주화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참 아이러니컬한 사건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윤복군의 수기를 바탕으로 64년에 제작한 ‘저 하늘에도 슬픔이’와 69년에 제작한 ‘상해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이다. 특히 ‘상해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은 우리 선조들의 고통과 독립의지를 오늘에 심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제작에 몰입했다.
당시 영화 한 편 제작비가 5백만원 정도였는데 저는 이 한편에 9천8백만원을 쏟아 부었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투자한 까닭은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 자손만대 길이 남겨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이 영화로 빈털터리가 되다시피 했지만 영화가 개봉된 후 5년에 한 번씩 3.1절이나 8.15국경일에 TV를 통해 방영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에게 우리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동기를 제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졌다.
해외 동포를 위한 각종 봉사활동으로 유명하시던데.
재미동포들과의 인연은 지난 92년 제 10회 뉴욕 추석맞이 민속대잔치에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매년 열리는 뉴욕 교민사회의 가장 큰 행사였지만 교민들의 참석율이 저조했고, 현지 사회의 반응도 냉담했다. 그런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11회부터 행사 후원회장을 맡게 됐다. 저는 우선 교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미지와 태진아 등 인기가수를 대거 투입했다. 그러자 행사장을 찾는 교민 숫자가 10배정도 늘었다. 지난해 10월 박진영과 원더 걸스 등이 출연하자 26만명 이상의 교민이 몰렸다.
지난 2002년부터는 모국 농특산물 박람회도 함께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4,5개 도의 우수 농특산물을 컨테이너 박스에 실어 현지로 배송했다. 이 제품들은 오후 2, 3시만 되면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교민뿐 아니라 미국인과 소수인종들도 우리나라 농산물의 우수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에는 뉴욕 명예시민증을 받았는데.
뉴욕 한인의 권익 신장과 함께 한-미 우호협력에 힘 쓴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11년 전 뉴욕 총영사로부터 이민 1.5세대와 2세대를 위한 모국 방문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뿌리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매년 이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현장 답사비 등을 지원했다. 이제 이 행사는 전 세계 한인 2,3세대들의 모국 방문 프로그램으로 확대발전했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더욱 교민 사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해외 동포가 700만에 육박하고 이들 가운데 240만여 명은 투표권도 가지게 됐다. 앞으로 교민청이나 전담 부처를 만들어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현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경제를 살리는 일에 주력해 달라고 대통령께 부탁하고 싶다. 경제전쟁을 벌인다는 각오로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 또 국민들에겐 몸과 마음을 모아 정부 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 직능경제인단체 총연합회도 구국의 각오로 서민경제 살리기에 앞장 설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민족 혼을 일깨우기 위해 ‘무궁화 액자 보급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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