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집행유예 성폭행범…항소심서 법정구속 왜?

사회 / 신종철 / 2010-04-29 1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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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기준 엄격 적용…정상 참작 사유 1개보다, 엄벌 사유 3개로 더 많아 [일요주간= 신종철 기자] 성폭행 범죄를 세 번째 저지르다 붙잡힌 중년의 사업가에게 1심 법원은 유리한 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양형기준을 엄격히 따져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으로 엄벌했다.

집행유예로 선처할 참작 사유보다, 양형기준에 나쁜 범죄 요인이 더 많아 집행유예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에 관한 양형기준을 적용해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중년의 사업가인 K(51)씨는 2007년 3월 중순 야간에 유리칼로 방범창과 유리문을 잘라낸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잠을 자던 A(25,여)씨를 위협해 강간했다.

또 K씨는 그해 4월29일 새벽에 사전에 범행 대상을 물색해 둔 공동주택 2층에서 귀가하던 B(24,여)씨를 1층 공동화실로 끌고 가 강간했다. 이 사건은 검사가 단순강간죄로 기소하는 바람에 나중에 피해자의 고소취소를 이유로 공소 기각됐다.

K씨는 범행을 계속하다 결국 붙잡혔다. K씨는 지난해 8월11일 새벽에 여성을 뒤따라가 공원 여자화장실에서 성폭행하려다 지나가던 시민들에 의해 체포됐고, 경찰은 유전자 비교감식을 통해 2년여 만에 A씨를 강간한 범인임을 확인했다.

결국 K씨는 성폭행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1월 K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일부는 고소취소로 공소기각 됐고, 피해자 일부는 합의한 점 등이 고려됐다.

이에 검사가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항소하자, K씨는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으며, 부양해야 할 처와 딸이 있는 점, 평소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한 전력이 있는 점,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엄격했다. 서울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성호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20대 여성을 잇따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K씨에게 집행유예로 선처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으로 엄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겉으로는 나름대로 사회복지를 위한 기부를 하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의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그 이면으로는 계획적으로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주거에 침입해 부녀자를 강간하는 등 양면적이고도 이중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어서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또 “중년의 사업가인 피고인이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벌이는 성폭행 범행은 청소년기에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성폭력 범행보다 그 비난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봐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영향기준에 의해 살펴보더라도, 부정적 사유로서 ‘계획적’ ‘반복적’ ‘위험한 물건의 사용’이 인정되는 반면, 긍정적 사유는 ‘처벌불원(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밖에 없어 부정적 사유가 2개 더 많고, 게다가 피고인은 2회의 집행유예 전과가 있으며, 처와 딸도 직업이 있어 피고인의 구금이 부양가족에게 과도한 곤경을 수반한다고 볼 수 없어, 비록 피고인이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하고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인의 유리한 정상을 감안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양형기준의 적용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을 일정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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