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역습, 삼성.LG 넋 놓다 죽는다?

e산업 / 김영호 기자 / 2010-05-11 15: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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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스마트폰 돌풍’과 국내 단말기산업의 과제

장기간 단말기 시장 군림해온 '빅5체제' 붕괴
모토로라ㆍ소니에릭슨 몰락하고 애플ㆍRIM 부상


▲ LG전자 모델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이라는 의미를 담은 '옵티머스'를 소개하고 있다. '옵티머스'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편리한 사용성과 세련된 디자인을 강조한 글로벌 전략 제품이다.
‘아이폰’이 2009년 11월 말 ‘마침내’ 한국에 출시된 지 어느덧 5개월여가 지났다. 그리고 짧다면 짧은 그 5개월 동안 국내 이동통신산업은 뿌리 채로 흔들리는 격변을 겪었다.


같은 시기 세계적으로는 강고했던 ‘휴대폰 빅5체제’가 무너졌다. 2010년도 1분기 매출을 보면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양강구도가 유지되고 LG전자도 3위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RIM이 휴대폰 판매량에서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를 밀어내고 단숨에 4위에 등극한 것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스마트폰 열풍의 진원지인 애플의 경우 판매량 순위는 6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을 필두로 점차 수종과 시장을 확대해온 스마트폰 제품군이 지난해 말 이후 빠르게 메인스트림으로까지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키 플레이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변화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좌충우돌 당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요주간= 김영호 기자]

세계 휴대폰 산업의 지존인 노키아는 2010년 1분기에 1억 78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9320만대)보다 15.6%가량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4580만대에서 40.4%늘어난 6430만대로 2위, 그리고 LG전자가 전년 동기대비 20% 가량 증가한 2710만대를 팔아 3위를 차지했다.


이 시기 ‘빅5’의 일원이었던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소니에릭슨은 105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6%나 감소하면서 5위로, 모토로라는 850만대로 무려 42.2%나 줄어들면서 7위까지 밀려났다.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를 제치고 단숨에 4위로 올라간 업체는 캐나다의 RIM(RIM : Research In Motion)이었다. RIM은 아이폰에 필적하는 스마트폰으로 잘 알려져 있는 ‘블랙베리’를 만드는 회사이다.


모토로라를 7위까지 밀어낸 것은 ‘아이폰’ 단일 제품만을 밀고 있는 애플이었다. 지난해 1분기 38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 전체 휴대폰 시장의 1.6% 비중만을 차지했던 애플은 올 1분기 무려 두 배가 넘는 880만대를 팔아 아이폰 하나로 3%대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6위를 기록했다.


판매량도 판매량이지만 수익성을 보면 각 업체의 주력 모델이 스마트폰이냐 여부가 명암을 크게 갈랐다. 림과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노키아와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업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그나마 다수의 스마트폰 모델라인업을 가지고 있는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12%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두 자릿수를 유지한 것이다.


반면 스마트폰 부문에서 내세울만한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LG전자와 소니에릭슨은 1%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최근에서야 스마트폰 부문에 집중 투자를 시작한 모토로라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만계 하청전문회사였다가 2008년 세계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인 G1(일명 구글폰)을 발표했던 HTC가 1억 7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LG전자와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을 모두 뛰어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는 현지시간 3월 23일~2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TIA 2010' 전시회에서 253평 규모의 대형 전시 부스를 설치하고 미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신규 스마트폰과 풀터치폰 등 다양한 신제품 라인업과 관련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삼성의 40% , LG의 20%

앞서 언급했듯이 2010년 1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한국 기업인 삼성과 LG는 각각 40%와 20% 판매대수 증가를 기록, 점유율 2위와 3위 자리를 유지했다. 삼성과 LG가 특정 기간 내 판매대수의 압도적 증가를 보인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미국의 권위있는 소비자 조사기관 JD파워가 지난 4월초 발표한 휴대폰 소비자 만족도를 살펴보자. 미국 소비자들(스마트폰 4480명, 피처폰 1만 359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된 이 조사에서 LG가 피처폰 부문 1위, 삼성이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1000점·별 5개 만점에 LG는 729점과 별 5개. 산요가 712점으로 2위(별 4개), 삼성이 703점으로 3위(별 3개)로 평균 이상 집단을 형성하고 교세라(693점), 모토로라(685점) 소니에릭슨(683점) 노키아(667점) 등은 밑으로 처졌다. 피처폰 부문에서는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1위부터 4위까지를 휩쓸었다는 말이다.


반면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아이폰(애플)이 압도적 1위(810점·별 5개)를 기록하면서 혼자서 산업평균을 끌어올린 가운데 블랙베리(RIM)가 741점·별 3개로 2위, HTC가 727점·별 2개로 3위, 삼성이 724점·별 2개로 4위, 노키아가 720점·별 2개로 5위를 기록했고, LG는 아예 등수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쉽게 말해 한국산 휴대폰 브랜드들은 저가보급형 제품군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평균을 넘어 최고의 만족도를 안겨주고 있지만 차세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평균 이하거나 아예 논외의 대상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흐름이 스마트폰으로 이미 중심이 옮겨져 있고, 이제는 스마트폰을 넘어 폰 그 이상의 것(아이패드 같은)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저가폰 밀어내기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데 급급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열풍이 세계 시장을 휩쓸면서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스마트폰 무풍지대인 국내시장에 안주해온 삼성과 LG는 스마트폰시장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는 질타를 받아왔고, 1분기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전년대비 40% 늘어난 6430만대의 판매량에 12%를 넘어서는 영업이익률을 거두는 ‘깜짝’ 실적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국내언론들은 LG에 비해 프리미엄라인업이 탄탄하고 다양한 편이라는 점을 꼽는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안할 수 없는 것은 삼성전자가 국내시장에서 스마트폰과 관련해 보여온 전략이 차츰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와 기대를 거둬들이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안방을 내줄 경우 해외시장에서의 입지도 안전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소비자들을 배반했던 극명한 사례는 ‘옴니아1’을 출시하고 불과 2개월여 만에 옴니아2를 출시하면서, 옴니아1에 대한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 사후 관리를 아예 포기해버렸던 일이다. 그리고 삼성이 옴니아1을 통해 빚어냈던 이 웃지 못 할 촌극 같이 무책임한 행태는 갤럭시 시리즈(A버전 출시에 이어 S버전을 2~3개월 후에 출시할 예정임)를 통해 다시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사후 관리가 되지 않고 출시 후 몇 개월 만에 구형제품으로 전락하는 삼성 고가 휴대폰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 언론에서 문제 지적이 되지 않고 있어서 삼성은 돈을 벌고 소비자는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은 물론 1인미디어인 블로거들에 대해서까지 뻗쳐진 삼성의 직간접적인 통제정책이 건전한 비판을 배제함으로써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만들어버리는 역효과를 낳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이는 아이폰의 출시가 세계시장에 비해 2년이나 늦춰지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해진 이후에서야 시장이 열려 당장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이동통신업계의 모습에서도 엿보이는 문제점이다.


이동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폰 업계에서) 거대공룡으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과 LG가 세계 휴대폰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는 타성에 젖은 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변화에 둔감해져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삼성과 LG가) 패러다임을 바꾸고 기술혁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동통신업계에서) 삼류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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