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은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성적소수자들에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의 성숙한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사회의 변화만큼 급물결을 타고 지난 2007년부터 관객들의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쓰릴 미’이다.
5년 전 처음 선을 보인 ‘쓰릴 미’는 매년 마다 조금씩 무대, 조명, 연출적인 부분을 변화시키며 자칫하면 무겁고 진부 할 수 있는 내용을 잘 풀어 관객들의 이해와 감동을 이끌고 있다.
‘쓰릴 미’는 실제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던 아동 유괴 살인사건을 재구성하여 만든 작품이다.
작품은 이전까지 보아왔던 뮤지컬만의 웃음의 코드나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는 없다. 오히려 배심원처럼 사건을 경청하고 생각 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극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철저하게 ‘나’가 되어서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뮤지컬의 시작은 감옥의 가석방 심사로 시작된다. 관객은 수감자 ‘나’라는 사람을 만나고 그의 과거 속에 있었던 34년 전의 ‘나’와 ‘그’가 벌인 일들에 대해 그리고 왜, 그렇게 했는가에 대해 ‘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뮤지컬은 단순한 유괴살인 사건으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나’와 ‘그’의 보이지 않는 팽팽한 심리적 대결구도로 만들면서 극적 긴장감을 더욱 더 높이고 있다.
‘나’는 ‘그’의 사랑을 끝없이 요구하고 ‘그’는 ‘나’를 필요로 한다. 급기야 사랑의 대가로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해주자는 계약서까지 쓰게 된다.
애증(愛憎), 두려움 등의 복잡한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장치는 피아노 선율이다. 음악이 주를 이루는 뮤지컬에 달랑 피아노 한 대로 어떻게 표현될지 의구심이 들지만 오히려 이들의 연기를 더욱 배가 시켜주고 있다. 좋은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다.
‘쓰릴 미’는 극 속의 사건을 통해 우리가 보고 믿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아름다운 외모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엄친아’이다. 그러나 삶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범죄까지 마다하지 않은 이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그’는 ‘나’에게 니체의 말을 응용하면서 ‘초인(超人)’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란 인류의 존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뛰어난 인간을 말한다. 불안전성이나 제한을 극복하는 이상적 인간을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 제한성을 사회의 법규나 도덕, 예절이라고 생각해 유능한 변호사를 꿈꾸었을 지도 모른다. ‘그’, ‘나’ 결국 자신들의 함정에 스스로 빠지고 만다.
뮤지컬 ‘쓰릴 미’는 단순한 동성애를 그리는 뮤지컬이 아니다. 오히려 동성애를 벗이나 인간의 자극을 채우기 위한 욕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공연은 오는 9월 29일까지 서울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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