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한국의 최강희號(호)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이라는 쾌거에도 불구하고 뒷말이 무성하다. 최강희(54)감독은 경기가 끝난 직후 대한축구협회 측에 ‘사임’의사를 밝혔고 익 일 협회는 최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A조 마지막 경기인 이란과의 홈(울산) 경기에서 졸전으로 최 감독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고 결국 ‘자력 진출’이 아닌 조2위의 자격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 해 이란 원정에서 0-1 패배의 굴욕을 씻겠다던 최강희 호는 이란전 2연패로 아시아 강팀이라는 자리가 무색하게 됐다. 혹자들은 최강희 감독에게 돌을 던져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의 패배가 어찌 최 감독의 탓이겠는가.
연이은 국내파 2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력한 카드가 바로 홍명보(44, FC안시기술코치)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다. 그 역시 홍명보 카드가 언론에 공개되자 “아직은 때가 아니다”면서 감독직을 고사했지만 축구협회의 뜻을 받아들여 24일 감독직을 수락했다. 연이어 국내 감독을 선택한 축구협회, 그리고 한국 축구, 과연 출구가 있을까.
고개 숙인 최강희 호 자존심 구긴 본선 행
A조 2위의 성적으로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 결과가 중요했던 한국은 이란전 우승을 목표로 경기에 나섰다. 이날 경기에서 최종 목표인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이란을 상대로 패배한 것은 원치 않은 시나리오였다. 아시아 최초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한국, 아시아 최강이라는 한국의 꼬리표에 ‘최강’이란 두 글자가 붙이기 어려운 때가 온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란은 어떤 팀인가. 중동의 대표 침대 축구를 구사하며 한국을 상대로 힘을 뺐던 팀 아니던가. 특히 이란의 카를로스 퀘이로스(60)감독은 한국을 상대로 그야말로 ‘예의 없는 감독’이었다. 지난 해 이란 원정 당시 푸대접을 되갚아주겠다며 최강희 감독이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 직후 “이란에 반드시 아픔을 주겠다”고 얘기한 게 사건의 발단이 됐다. 퀘이로스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나자 한국 팀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며 한국 팀을 도발했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욕설을 내뱉어 눈길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의 모욕적인 언행은 FIFA에 바로 보고됐고, 처분을 기다리는 상태다.
오만방자한 이란 팀을 상대로 적어도 승리는 거뒀어야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정서로 번졌고 이는 아시아 최종예선 막판 3연전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하는 굴욕적인 경기를 치른 탓이다. 게다가 성공시킨 골은 단 2골에 불과했으며 이란 전 패배는 치욕적인 경기로 남았다.
해외파 감독 선출 일본과의 대조적
그렇다면 한국 대표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축구 전문가들은 조광래 감독 영입을 시작으로 ‘국내파’ 감독들이 지휘봉을 맡은 게 발단이라고 말한다. 한국 축구가 발전의 기로에 선 시점에서 거스 히딩크(66)감독과 같은 유능한 감독을 영입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대적으로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일본 대표팀을 비교해보자. 일본의 경우,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 이후 더욱 감독에 모든 신경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알베르토 자케로니(60)감독을 영입, 전력의 업그레이드를 시키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2011아시안컵 우승을 거머쥐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한국과의 A매치에서도 우세했다. 2011년 8월 경기에서 3-0으로 2012년 프랑스 원정에서 1-0으로 누르며 승기를 가져갔다. 올해는 아시아대륙 대표로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하여 강팀과의 경기 경험을 쌓고 있다. 2년 전 아시안컵 우승이 한국이 주인공이었다면 그 자리에는 우리 선수들이 있지 않겠냐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왜 ‘해외파’감독을 영입하려고 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보다 전문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전문가, 여기에 학연과 지연으로 묶이지 않은 다양한 선수의 기용 등으로 기존의 팀과는 차별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한국은 ‘해외파’를 선택하지 않고 조광래 감독, 그리고 이후 최강희 감독까지 감독 2명을 영입했고 한 명은 ‘경질’됐으며 다른 한명은 스스로 사임을 결정했다. 그들이 감독 자리를 물러난 모습도 썩 좋지 않았다. 조광래 감독의 경우 2011년 일본에게 아시안컵 우승을 내줬고 이후 2번의 원정경기(8월 일본 원정 0-3 패, 11월 레바논 원정 1-2 패)를 모두 패배한 끝에 축구협회로부터 ‘경질’ 선고를 받았다.
특히 8번 연속 월드컵 본선 행을 기대하고 있던 축구협회로서는 최종예선 진출이 위태로웠던 상황이다. 이후 경질 감독 뒤에 카드를 누가 쥐고 싶었겠는가. 결국 최강희 감독은 새롭게 지휘봉을 이어받겠다고 선언했고 단지 2013년 6월, 본선 진출까지가 자신의 몫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최강희 감독은 이후 수세에 몰린 한국 대표팀을 2012년 2월 쿠웨이트전 승리(2-0)를 이끌며 최종예선 진출을 이뤄냈다.
그러나 중도에 지휘봉을 넘겨받은 그는 리그 우승을 이끈 명감독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자신을 본선 행 안착용 시한부 감독으로 못 박은 것은 ‘레임덕’논란까지 일으켰다. 잡음이 끊이 지 않던 한국 대표팀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서도 ‘자력 진출’이 아닌 답답한 마무리로 축구팬들은 물론,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현대 축구 흐름 역행한 국내파 2인
조광래 감독과 최강희 감독의 실패 원인은 무엇인가. 한국 축구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발휘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지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전술로 선수들을 활용했고 익숙하지 않은 탓에 선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한국 축구의 최대치를 보여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이유는 간단하다. 팀플레이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됐기 때문에 최고의 성적표를 안겨줬다.
조광래 호를 시작으로 한국 축구의 3년 史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한국 축구는 강력한 압박과 빠른 순발력, 왕성한 기동력, 상대 팀을 이기겠다는 특유의 승부근성으로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왔다. 상대 팀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끝까지 골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한국 축구의 매력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조광래 감독도 최강희 감독도 모두 ‘롱 볼’이라 불리는 ‘Kick and Rush’(킥앤드러쉬: 치고 달리기)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현대 축구를 지배하는 키워드로 많은 이들이 ‘패싱 게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호(404호)에도 언급했듯이 ‘무적함대’로 불리는 스페인 역시 짧고 간결한 패스게임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티키-타카’(Tiki-taka)를 통해 스페인 리그는 물론, 유럽 축구의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의 약진으로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분데스리가의 약진도 선 굵은 기존의 축구에서 벗어나 숏 패스를 통한 경기 전개에 따른 다양한 전술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숏 패스’게임에 주력하며 흐름이 바뀌고 있는 사이, 한국은 오히려 현대 축구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조광래호는 전방이 아닌 후방에서 볼을 길게 띄우는 등의 장면이 자주 속출하면서 비효율적인 축구를 해왔다는 것. 결국 전방으로 이어지는 공격이 계속 끊기면서 좀처럼 공격다운 공격도 이루지 못한 채 비참한 성적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는 조광래호에서 멈추지 않았다.
최강희호에 선수층들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해외파인 구자철(24)과 기성용(24)이 모두 선수진에서 이탈했고 이청용(24)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팀 내 에이스를 모두 잃은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0-0 무승부로 끝냈던 전반전이 끝나고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이란은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고 한국의 수비라인은 점점 후퇴했다.
공격과 수비의 간격은 점점 더 벌어졌고 공격수들은 고립되는 이상한 장면이 목격됐다. 이런 경우 수비수는 미드필더에게로 좌우 윙어는 공격수에게 패스를 밀어 넣어 줘야하나 정확도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미드필더도 아닌, 윙어도 아닌,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을 하는 세 명(김신욱(25), 손흥민(20), 지동원22))을 세운 채 그저 최전방 공격수의 머리를 노리는 80년대식 축구로 회귀하고 말았다.
세 번째 국내출신 홍명보 감독 선임
최강희 감독의 사임이 결정 나기가 무섭게 축구협회는 바로 수많은 외국인 감독들을 후보군에 앉혔다. 이번에야말로 외국인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영입하겠다는 뉘앙스 역시 강하게 풍긴 것. ‘제2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전 FC서울 감독인 세놀 귀네슈(61,트라브존스포르)감독을 비롯해 마르셀로 비엘사(58) 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감독이 그 리스트에 올랐다.
현재 한국 축구는 위기라면 위기에 놓였다. 그 위기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령탑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정상이 흔들리는 지금, 축구협회가 ‘국내파’ 감독 가운데 찾기보다는 넓은 시야로 팀을 이끌 수 있는 ‘해외파’로 눈을 돌리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축구협회는 24일,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홍명보 감독을 위기에 처한 대표팀의 특급 소방수로 낙점했다. 축협의 결정에 홍명보 신임 감독은 “한국 축구가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홍명보호, 위기의 한국 축구에 한 줄기의 빛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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