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세기 격동의 프랑스 혁명의 분위기가 안개처럼 덮고 있던 파리.
이곳에 귀족사회에 회의를 느껴 자신의 가문(家門)마저 버린 남자가 있다. 그는 아버지의 성을 버리고 어머니의 성을 따라 찰스 다네이라고 이름 짓고 영국 망명길에 오르던 중 아름다운 연인 루시 마네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를 남몰래 가슴에 담고 있는 남자. 유능하지만 방탕한 변호사 시드니 칼튼이다.
칼튼은 자신을 가혹 할 만큼 학대하지만 루시 마네트를 만나 그의 인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루시 마네트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마네트는 이미 다네에의 청혼을 승낙한 후였다. 칼튼은 조용히 마네트 곁에서 그녀의 행복을 지켜본다.
혼란의 시기였던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다네이의 삼촌 에드몽드 후작이 시민들이 칼날에 암살당하고 후작의 심복이자 오랜 친구사이였던 가벨의 편지에 찰스 다네이는 가벨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는 악명 높은 귀족 집안이라는 이유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시민재판이 열리는 날, 루시 마네트의 아버지 마네뜨 박사가 나서서 변호하여 처벌을 모면할 것 같지만 그 누군가의 절규가 숨겨져 있던 출생의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얼핏 보면 역사의 혼란 속에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쯤으로 야기(惹起) 될 수 있지만 뮤지컬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프랑스 혁명이란 격변(激變) 속에서 여러 군상(群像)들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드라마와 디테일한 인물의 심리를 잘 담고 있다.
원작이 있는 작품들은 ‘잘해도 본전’이라는 인식(認識)이 있다. 아무래도 원작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닐까.
하지만 <두 도시 이야기>는 극의 흐름에 꼭 필요한 장면들만 모아 전체적인 사건 이해를 높였고 불편함을 주지 않는 장면들은 과감히 생략함으로서 원작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스토리 라인을 구성했다.
자기 자신보다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을 선택한 시드니의 아가페적인 사랑.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피로 얼룩진 불행을 종결짓기 위해 혁명이란 이름으로 자행(自行)되어진 폭력과 광기.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권력, 부, 힘, 폭력만이 아니라 아가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면 세상은 변화 된다. 자유, 평등, 박애는 타인을 존중해 줌으로써 발현(發現) 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32곡의 뮤지컬 넘버 들이 19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라이브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지며 무대 위의 세트 전환이 음악과 어우러져 흡사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은 완성도 높은 앙상블들의 연기와 안무가 돋보였다. 드라마틱한 군무는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완성도 높게 그렸다.
특히 이번 무대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 ‘시드니 칼튼’을 연기한 제임스 바버(James Barbour)가 연출을 맡아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밀도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고 역으로 원작을 읽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뮤지컬이라는 자신들의 장르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려 원작만큼이나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오는 8월 11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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