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음악 중심지 비엔나에 펼쳐진 아름다운 선율”

문화 / 배한성 예술 칼럼니스트 / 2013-07-02 02: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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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 동유럽 문화의 중심 카르코프 주립 교향악단 협연
▲ 오스트리아 빈 뮤직페어라인 브람스홀에서 Cappella IstropolitanaOrchester와 협연에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

[일요주간=배한성 예술 칼럼니스트] 이미 굴지의 해외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며 수많은 해외 협연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어 세계 속에 우뚝 선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가 지난 달 19일, 세계 최고의 홀로 명성이 드높은 비엔나 무지크페어라인의 브람스 홀에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 1번, KV207로 협연 무대를 가졌다.

이번공연은 세계적인 지휘자인 Stefan Fraas가 지휘하는 카펠라 이스트로폴리타나 브라티슬라바 실내 오케스트라와 함께하였다.

이날 무대에는 정상희뿐만 아니라 첼리스트 박현아도 출연하여 대한민국 연주가들의 실력과 수준을 다시 한 번 세계에 뽐냈다.

놀라운 것은 첫째로, 이곳 무지크페어라인, 클래식 음악의 수도와도 같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중심지에 우리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주인공으로서 우뚝 섰다는 것이고, 또 한층 더 놀라게 만든 것은, 이날의 프로그램이 고전파 음악사의 몇 획을 그어낸 모차르트, 하이든 등 오스트리아 거장들의 곡들만을 골랐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오스트리아의 한복판에서 오스트리아 거장의 곡을 먼 극동에서 온 어린 소녀들이 연주한 셈이니 관객들로서도, 오케스트라로서도 이러한 상황이 꽤나 낯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희는 달랐다. 이미 독일, 체코, 이탈리아와 러시아와 같은 굵직굵직한 나름의 클래식 음악 역사의 자부심을 가진 여러 국가 등지에서 성공적인 협연을 여러 번 해내 왔을 뿐만 아니라, 이미 3년 전에도 같은 장소인 무지크페어라인에서 두 번이나 협연을 해낸 바 있었다.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그녀에게 이번 공연은 결코 부담될 이유가 없었다.

1870년 완공된 이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로 이름이 높은 무지크페어라인은 건축물 자체와 내부 인테리어 등등 모든 것이 예술 작품이었다.

특히 고대 그리스 건축양식을 본받은 그리스 르네상스 방식을 따라 지어진 브람스 홀의 내부는 아이오닉 양식의 기둥과 신전형의 지붕이 부각되는, 마치 안에 있으면 중세로 타임 리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 만한 홀이었다.

바로 이 홀의 무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날의 공연은 오후 3시 30분에 살리에리의 라장조 베네치아나 교향곡으로 서막을 장식하였다. 이윽고 연주될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솔로를 맡은 정상희가 입장하였고, 객석을 채운 600여명의 관중들은 오케스트라 앞으로 당당히 입장하는 그녀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정상희는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오케스트라와 하나가 되어 호흡을 맞추는가 싶더니 금세 스스로 부각되어 솔리스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1악장은 오케스트라가 도입부를 가져가는 전형적인 고전파 소나타 형식을 따르는 협주곡 양식이지만 이 협주곡은 특이하게도 솔로 연주자가 오케스트라 도입부에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귀로만 들으면 이게 솔로 연주 중인지 아닌지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도입부가 끝나면 다시 제 1테마를 연주하며 솔로가 확 부각되기 시작하는데, 각 테마들은 젊은 시절 모차르트의 천진함과 경쾌함이 가득 묻어나는 가벼운 구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의 대미를 장식하는 카덴짜 또한 일품이었다.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을 기교만으로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이런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모차르트스럽고, 가장 고전파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협주곡이 아닌가 싶다.

2악장은 모차르트가 즐겨 사용하던 세레나데의 형식을 차용하는데, 독주자는 반주에 살짝 얹듯이 약하게 들어오다가 천천히 고조시켜 나간다.

오보에와 현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루고, 그 위에 솔리스트가 멜로디를 얹어나가는 방식이다. 재미있게도 2악장 말미에는 카덴짜와 비슷하게 독주자 홀로 연주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생생한 프레스토로 시작하는 3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여타 소나타나 협주곡들의 3악장과는 달리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있다.

너무 빠르지 않은 적당한 속도 외에도 어느 정도의 절제를 요구하는 1악장과는 달리 3악장은 순발력과 기교, 그리고 자신감이 어우러진 당당한 연주를 요구한다.

이날 정상희의 연주는 각 악장의 형식과 스타일에 걸맞은 자신만의 연주를 해내면서 브람스 홀의 고풍스런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모차르트의 운치를 청중들에게 깊이 새겨주는 그런 가치를 선보였다.

오케스트라와 마지막 노트를 힘차게 연주하며 대미를 장식하자 홀 안의 청중들은 일제히 그녀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동방의 작은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한 경의이자, 좋은 음악을 들려준 것에 대한 답례였다.

어떤 연주자든지 그 곳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꾸는 고전 음악의 중심지 비엔나, 이 안에서 단 한번도 주눅들지 않고 시종일관 당당하게 자신의 음악을 보여준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기대된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는 예원학교 졸업 후 서울예고 2학년에 재학중 비엔나 국립음대 바이올린과 교수인 Edward Zienkowski에게 초청받아 도오하여 빈국립음대를 수석으로 입학하여 학사과정을 최고점으로 졸업하였다.

비엔나를 중심으로 유럽의 연주무대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보여주고있는 그녀는 국내에서는 스트라드, 음연, 국민일보, 한서대, 음악춘추콩쿨등여러콩쿨에서 우승 및 입상하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시립교향악단, 북체코필하모니오케스트라, 이집트카이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러시아피스코프필하모니오케스트라, 우크라이나카르코프필하모니오케스트라, 이탈리아바리시립교향악단,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오케스트라 드 카마라, 독일 뉘른베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 캐나다 토론토 신포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하여 각교향악단과 지휘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그녀의 스승인 Zienkowski교수와의 협연으로 빛났던 프라하 스메타나홀 주최 하이든 서거 20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협연연주회와 러시아 Yaroslavl에서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쿨 우승자인 첼리스트키릴로딘과의 협연 그리고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마이스키와 피아니스트 마르코시아보와 함께한 협연, 막심쇼스타코비치의 지휘로 북체코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의협연은 음악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그녀는 2010년 11월 세계적인 홀 오스트리아비엔나 뮤직페어라인 골든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Anton Sorokow와 뉘른베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무대를 가졌고, 2011년 7월에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마이스키와 그의 딸인 릴리마이스키와 함께 세계적인 음악페스티벌중 하나인 체코 체스키크룸로프인터내셔널 뮤직페스티벌에서 베토벤 삼중협주곡과 브람스 이중협주곡을 프라하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하였다.

이날 연주실황은 체코국영방송국을 통해 녹화되어 실황 DVD로 출반되었다. 한국인 연주자로서는 첼리스트 미샤마이스키와 최초의 실황 DVD이기에 더욱 역사에 남을 일이다.

2012년에도 그녀의 국내외 계속되는 연주 행보가 이어지고있다.

지난 1월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초청연주, 6월의 인천시향, 대전시향의 정기연주회에 초청되어 국내연주를 가졌으며, 지난 3월 빈심포니 첼로수석, 빈필하모닉 비올라수석과 함께 각각 이태리와 오스트리아에서 협연, 6월에는 루마니아 바카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무대를 가지며 해외연주활동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7월에는 2011년 첼리스트 미샤마이스키와 함께섰던 체코 체스키크룸로프인터내셔널 뮤직페스티벌에 재초청받아,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Konstantin Scherbakov의 협연으로 멘델스존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였다.

많은 연주경험만이 진정한 연주자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그녀의 스승인 Zienkowski의 철학에발맞춰 전세계를 누비며 연주경험을 쌓아가는 그녀는 세계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해나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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