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日에 아시아 패권 넘겨주나”

문화 / 이희원 / 2013-07-08 04: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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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韓축구 위기 극복 시나리오
▲ 2014 브라질올림픽 최종 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패한 후 필드에서 고개숙인 한국 선수들ⓒNewsis/AP

아시아 축구 No.1 이제 더 이상 한국이 아니다. 앞선 4번의 아시안컵에서 3번의 우승을 달성한 주인공은 한국이 아닌 일본이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달성한 것도 무려 40여년전 일이다. 올해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 아시아 대표도 일본이었다. ‘아시아 챔피언’의 타이틀을 걸고 나가는 경기라서 그 상대가 세계 최강이라는 브라질, 이탈리아라고 해도 ‘참가’하는 것만으로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비록 일본이 3전 전패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퇴장했지만. 그렇다면 월드컵4강신화로 아시아권역을 평정했던 한국 축구, 과연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유럽파의 부재·亞 리그 집중 현대축구 흐름 역행
축구협회 오픈된 마인드 등 행정의 변화 꾀해야

유럽파지지 일본 vs 아시아리그 진출 한국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이제 일본 축구는 가히 아시아 NO.1의 자리를 굳히는 형국이다. 발전하는 일본 축구, 이에 반해 한국 축구는 잦은 사령탑 교체로 상승 반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이 바로 축구의 본고장 유럽파의 부재이다.

현재 유럽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명단을 살펴보자. 잉글랜드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무대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32,QPR)과 이청용(25,볼턴윈더러스), 기성용(24,스완지시티), 윤석영(23,QPR)과 독일 분데스리가의 구자철(24,FC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20,함부르크SV)과 지동원(22,FC아우크스부르크 임대(선덜랜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비고에 임대 중인 박주영(27,아스널)까지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엔트리 명단에서 해외파 11명 가운데 유럽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른바 ‘유럽파’ 는 5명에 불과했다.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 최종 엔트리 명단에 유럽파 선수들은 9명을 포진시킨 일본과는 비교되는 모양새다. 한국의 해외파는 일본(3명)과 아시아리그(사우디, 중국, 카타르 등 각각 1명)으로 한 지역에 집중되기보다는 분산된 상황이다.

유럽파 차출에 이목을 집중시켜야하는 이유가 있다. 일본은 아시아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를 줄이는 대신 독일 등 유럽리그로 진출로 눈을 돌렸다. 특히 중국이나 한국 등 주변국으로 진출하는 선수들은 드물었다. K리그 클래식으로 진출했던 선수들을 살펴봐도 이미 전성기를 지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일본 J리그가 한국 K리그 클래식보다 수준이 높은가. 이는 AFC(아시아챔피언스리그) 간 클럽 경기만 살펴봐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K리그 클래식이 단연 No.1이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유럽리그 진출에 비해 J리그 진출이 잦은 것은 ‘고액연봉’이라는 배경이 일단 전제된다.

다음 시즌 팀이 승격하며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눈앞에 둔 김보경(23,카디프시티)의 경우 세레소 오사카 입단해 J리그에 먼저 진출 한 뒤 유럽 리그에 진출했다. 스위스 리그에서 활약 중인 박주호(26, FC바젤) 역시 J리그 미토 홀리호크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이 역시 J리그에서 유럽으로 넘어간 예다.

잦은 J리그 등 아시아 리그의 진출은 오히려 선수들에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발전적인 리그로의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례로 지난 런던올림픽 홍명보호에 탑승한 엔트리 명단 가운데 무려 6명이 아시아리그에서 뛰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는 ‘현금다발’을 보장하는 중동리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의 다른 아시아 리그 진출을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한국인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을 뿐 아니라 선수는 자신이 원하는 리그와 팀에 입단해야하는 뜻은 존중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가장 성공한 유럽파 선수인 ‘박지성’을 들어 J리그를 통한 유럽리그 진출에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박지성이 진출할 당시와 달리 현재 선수 진들은 생각보다 탄탄하다. 이미 검증받은 K리그 클래식에서 검증된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청용, 구자철, 기성용, 지동원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상했다.

▲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자력 진출에 실패해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Newsis/AP

의무징병제·드래프트 제도 걸림돌로 작용

선수들의 탓만 할 것은 아니다. 국내 운동선수들에게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병역’문제 역시 일본과 다르다. ‘징병제’를 통한 의무 병역을 행해야하는 한국 선수들과는 달리 일본은 ‘모병제’이기에 의무 징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비슷한 숫자의 선수들이 유럽리그로 진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유럽 클럽 서 선수들을 기용할 때 ‘징병의 의무’가 잔존한 선수들에게 이를 빌미로 몸값 조정하기도 한다.

여기에 2000년대 중반 K리그 드래프트 도입은 한국 축구를 거꾸로 회귀시키는 꼴이 됐다는 비난을 들었다. 젊은 선수가 자신이 원하는 팀으로의 입단이 제한됐다. 그러다보니 축구의 본고장으로 나가고 싶은 선수들은 가까운 J리그로 눈을 돌렸다. 물론 지금은 점진적 폐지 절차를 통해 조만간 사라질 제도라지만 우수한 선수들의 발목을 잡아왔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차지한 영광 뒤에는 ‘자력 진출’이 아닌 ‘골득실 차 진출’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국내와는 달리 일본 축구는 아시안컵 우승팀의 명예를 안고 대륙 간 월드컵으로 불리는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두 경기 모두 참패였다지만 경기 내용면에서 보여준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다.

국내 선 이란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현대축구를 역행하는 ‘롱볼 패스’를 구사해 경기 내내 답답한 모습을 보여 언론에서 난타전을 맞을 때 일본은 유럽 축구 강호인 이탈리아와 세계 축구의 최고봉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일본만의 패싱 축구를 내세워 난타전을 벌였다. 특히 이탈리아 전은 3-4로 패했지만 경기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 한국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일본 축구는 분명히 변하고 있다. ‘숏볼’을 중심으로 ‘패싱 축구’를 구사하는 등 일본 축구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갔다. 비록 한국이 8회 연속 본선 진출로 세계 축구에서 6번 째 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월드컵이 끝난 지난 3년 간 한국 축구는 오히려 퇴보한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일본 축구가 3번의 아시안컵 우승을 거머쥘 동안 한국은 결승 진출하는 것도 힘들었으니 말이다. 아시아최다 월드컵 출전기록을 세운 한국대표팀은 8회 연속 본선 진출로 ‘세계 6번째’ 대기록을 세웠지만 2010 남아공 이후 3년간 답답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 2011 AFC 아시안컵 결승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일본 대표팀 선수진들이 환호하는 모습ⓒNewsis/AP

변화를 꾀하는 일본축구

지난달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탈리아와의 A조 2차전을 봤다면 일본 축구의 변화된 모습에 새삼 놀랐을 것이다. 세계적인 강호인 유로2012 준우승 팀 이탈리아를 상대로 일본은 수비중심의 일본 축구에서 숏패스 중심의 공격형 축구를 시도했다.

혼다 케이스케(27,CSKA 모스크바)를 중앙미드필더로 내세워 공격점유율에서 58대 42라는 경이로는 숫자로 이탈리아를 압도했다. ‘빗장 수비’의 최고봉인 이탈리아를 상대로 3-4로 패배했지만 말이다. 또한 패싱 축구의 제왕인 스페인 대표팀이 세운 최다 패스(523회)에 이어 349회의 패스로 세계 축구계에 임팩트 있는 경기를 보여줬다.

일본은 이렇듯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색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는 일본 축구의 강인한 결단력도 한 몫 한다. 일본 축구협회의 경우 최대한 일본 축구계의 발전을 위해 최대한 모든 면에서 오픈한다.

혁신을 위해서라면 선수들이 유럽 진출을 희망할 경우 ‘희생’하더라도 진출을 지지한다. 또한 국내 감독들만을 기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모든 인맥을 활용해 외국인 감독의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협회와 외국인 감독 간의 교류도 활발해 유럽식 축구의 장점을 수용하기도 용이했다.

일본의 축구 행정에서 배워야할 부분이다. 현실성 없는 우승 구호만 남발할 게 아니라 좀 더 오픈된 마인드로 투명한 축구협회와 감독, 그리고 선수들 간 3박자가 정확한 ‘합(合)’을 만들어 아시아의 No.1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데 노력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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