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재미있어요.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되고요.’ ‘이게 역사극이냐 애들 만화냐. 사극이라면 어느 정도는 사실에 접근해야지. 60평생 이런 엉터리 사극은 처음 봤다.’
한 사극을 시청하며 극과 극의 평가가 이어졌다.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고 있으며 방영된 사극의 시대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살필 때 동 사극에 대한 평가는 후자의 입장이다. 그저 엉터리 정도로 치부하고 말 일이다.
그런데 전자는 동 사극에 대해 당당하게 자신의 소감을 피력했다. 그저 쓴 웃음만 나온다. 역사를 제대로, 대강만 알고 있다고 해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아니 전자의 말 대로 당사자는 사극을 시청하며 역사를 배우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가 우리의 역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미 국사가 선택과목이 된지 오래고 또한 대입 수능에서 조차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행해지는 현실을 살피면 심지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왜 우리 사회는 국사를 거부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돈과 연결고리가 희박하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리타분한 지난날의 일은 접어두고 오로지 돈과 연계되는 부분에 몰두하고 싶은 심정의 발로일 게다.
이는 전적으로 역사에 대한 무지 혹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역사는 액면 그대로 살피면 단순히 지난 시절의 일을 지칭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역사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즉 돌고 도는 인생사에서 역사는 곧 현재요 미래다.
최근의 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실례로 들어보자. 박 대통령의 방중에는 경제적 실리 추구라는 부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의 처리 문제였다. 중국이라는 후원자로 인해 경거망동하고 심지어 수시로 공갈과 협박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 공조를 취하기 위함이었다.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보았던 장면 아닐까. 그를 살피기 위해 삼국시대로 돌아가 보자.
고구려가 신라를 침공하자 신라의 선덕여왕은 사신에게 조공을 바리바리 싸들려 당태종에게 고자질한다. 하여 당나라는 받아 먹은 조공 덕에 고구려에 대해 신라를 침공하지 말라 강력 주문했다.
필자의 시각으로 살필 때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의 상황을 반드시 염두에 두었을 터였다.
물론 그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조공이 아닌 신뢰를 지니고 중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비핵화 합의를 도출해냈고 더불어 당나라의 수도가 있었던 시안(장안성)을 방문하여 경제적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교두보도 만들어냈다.
다음은 남세스럽지만 필자의 경우를 실례로 들어보겠다.
이전에 수도 이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무렵 고려 시대 서경(평양)천도를 주장하며 난을 일으켰던 묘청의 난을 소재로 작품을 출간했고,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박정희 대통령을 폄하하리란 예견에서 ‘소년 박정희’를 발표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의 전면에 나선 무렵 여성 대통령의 출현 시기를 감지하고 우리 역사 최고의 여인, 자신의 남편인 수양대군(세조)을 왕으로 만들고 조선 최초로 수렴첨정을 행했던 ‘정희왕후’를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에 이제는 민족 대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삼국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소설 ‘삼국비사’를 출간했다.
남들은 그를 두고 우연이 아니었느냐 혹은 한걸음 나아가 방석 깔라(점쟁이 노릇하라는 의미)는 등의 농을 던지고는 한다.
그리고 말미에 덧붙인다.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 같으냐고. 그러면 되받아친다. 알고 싶으면 역사에 심취하라고.
역사, 비록 현실에서는 돈과 지근거리에 있지 않지만 미래를 재단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아울러 미래에 큰 돈이 될 수도 있음을 각별히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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