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맨유 모예스號, 퍼거슨 그늘 지울까

문화 / 이희원 / 2013-07-22 06: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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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유럽축구읽기① EPL 최강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수장이 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Newsis/AP


역동성 vs 안정성 중원에 딜레마에 빠진 모예스 감독
맨유 공격의 핵심 루니 잡고 중원 살리기에 진땀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유럽축구의 중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최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13-2014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맨유 정통의 사령탑 알렉스 퍼거슨(71)감독이 물러나며 데이비드 모예스(50)감독이 그 자리를 꿰찼다.

축구 역사의 산지인 잉글랜드에서 최강팀을 맡는다는 부담감은 그에게 돌린 시선들 때문이리라. 퍼거슨의 27년 역사를 모예스 감독이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새로운 시즌 오픈을 앞두고 축구팬들의 시선이 잉글랜드로 모아지고 있다. 모예스 감독, 과연 퍼거슨의 맨유를 ‘모예스식’ 맨유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지난 시즌, 맨유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퍼거슨 감독이 물러나 ‘모예스號’(호)로 새로운 닻을 올린 것이다. 이에 새롭게 출항을 준비 중인 모예스호가 팀 내 포메이션과 선수단 구축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에 세계 축구팬들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퍼거슨 감독이 만들어놓은 제왕의 자리를 그대로 ‘유지만 해도 본전’이라지만 모예스 감독은 최상의 팀 구축을 위한 새판 짜기에 한창이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세계 축구의 판도가 잉글랜드에서 스페인으로, 여기에 독일까지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혹자는 프리미어리그가 몰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그럴 것이 2012-2013 시즌 유럽리그 최강팀을 가리는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 리그 4강에 EPL 팀은 단 한 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강팀 맨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챔스 4강 구도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독일의 분데스리가 팀 간 경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중원의 딜레마

전문가들은 차기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강팀인 맨유가 지난 영광을 되돌리기 위한 선수 영입, 그에 따른 세대교체 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했다. 신 사령탑 모예스 감독은 새판 짜기의 중심에 FC바르셀로나 출신의 티아고 알칸타라(22, 바르셀로나MF)를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공표하며 추진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2013 UEFA U-21 선수권에서 스페인 대표팀의 우승 주역으로 몸값이 고공행진 중인 선수. 다행히도 지난 시즌 출장 시간 부족으로 바이아웃(선수가 이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금액이 1,800만 유로(한화 약 26억5천만 원)까지 떨어지면서 맨유 입장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 완성된 것.

그러나 알칸타라 영입은 결론적으로 불발되고 말았다. 그를 차지한 팀은 다름 아닌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뮌헨이 어떤 팀이던가. 올해 2년 연속 챔스 결승 진출팀이자 올해는 우승트로피인 빅 이어(BIG EAR 챔스 우승트로피로 양쪽에 손잡이가 귀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주인공 아니던가. 게다가 바르셀로나의 옛 수장인 펩 과르디올라가 지휘봉을 잡는 첫 시즌인 만큼 자신의 옛 스승을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영입전은 15일(현지시각), 뮌헨의 알칸타라 영입이 오피셜로 확정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뮌헨이 제시한 금액은 이적료 2,000만 유로(연봉 250만 유로)에 2018년까지 4년을 뛰는 조건으로 계약을 확정지었다. 그가 뮌헨의 최고 전력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시선이 뜨겁다.

뮌헨의 하이재킹(hijacking 중간에 선수를 채가는 것을 의미)에 맨유는 단단한 중원 만들기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알칸타라 영입 전에 실패한 것은 맨유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매우 클것이기에 이제 다른 중원을 채워줄 자원을 찾아야할 시점이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7년 사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 감독ⓒNewsis/AP

인터셉트 vs 볼 키핑

이에 모예스 감독이 눈길을 옮긴 2명의 선수가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바르사 의 세스크 파브레가스(26,MF)와 애버턴 시절 자신의 애제자였던 마루앙 펠라이니(25,MF)다. 중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두 명의 카드는 스타일에서 명백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중원의 역동성이 부족한 맨유는 마이클 캐릭(31,MF)은 물론 빼앗는 횟수도 잦지만 못지않게 빼앗기는 횟수도 잦은 클레버리(23,MF), 여기에 가끔 소방수로 출장하는 필 존스까지 중원에 배치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단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맨시티나 첼시 등 강팀을 만났을 때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강팀에 강한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바로 ‘제2의 대런 플레처’가 나와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모예스 감독은 앞선 퍼거슨 감독과 비슷한 성향을 내비치고 있다. 그가 집중하는 것은 역동적인 에너자이저가 아닌 안정적인 볼 키핑 능력이 우수한 선수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동성을 더해 줄 선수로 언급된 애제자 펠라이니와 볼 키핑의 최강자로 불리는 파브레가스가 그 주인공이다.

두 감독은 “볼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빼앗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동의했다. 이 둘을 비교해보자. 펠라이니의 경우 지난 시즌 경기 당 인터셉트 횟수는 1.2회, 파브레가스는 0.6회로 열정적으로 골을 뺏는 데 집중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쉐도우 공격수인 파브레가스는 볼 키핑 측면에서 경기당 볼을 빼앗기는 횟수가 2.4회였다. 올해 벨기에 A대표팀 확약 당시 패스 성공률은 무려 79.3%였다. 둘의 차이점이 명백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제 모예스 감독이 결단을 내려야하는 타이밍이 도래했다. 최근 세계 축구 최강자인 스페인 축구계에서 승리의 원동력은 볼을 많이 넣는 팀이 아닌 볼을 뺏기지 않는 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현대축구의 흐름은 이제 골을 빼앗는 자보다는 골을 지키는 자에 집중하고 있다. 모예스 감독이 펠라이니보다 파브레가스에 더욱 집중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의도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빼앗을 줄도 알고 빼앗기지 않을 줄도 아는 몇몇 최고의 선수가 아닌 이상, 빼앗기지 않는 선수가 선호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모예스 감독이 자신의 애제자가 아닌, 바르사에서 지지부진한 활약으로 안타까운 행보를 보이는 파브레가스에 눈길을 돌릴 수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그러나 이 또한 어렵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바르사에서 “파브레가스의 이적은 없다”면서 이적설을 일축했기 때문이다. 차선책인 펠라이니를 영입할지 파브레가스의 이적이 성공할지 좀 더 지켜볼만한 문제다.

▲ 맨유 신임 모예스 감독과 잦은 불화설로 입방아에 오른 최전방 공격수 웨인 루니ⓒNewsis/AP

27년간의 퍼거슨 그림자
앙숙 관계 웨인 루니


많은 이들이 중앙 미드필더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데려온다고 해도 맨유의 중원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부호를 더한다. 역동성의 부족으로 일컬어지는 중원의 고질병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지난 3시즌 동안 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바로 ‘퍼거슨 감독의 힘’이다. 물론 마이클 캐릭이라는 강력한 미드필더가 자리하고 있었던 덕도 있지만 말이다.

이기는 축구에 강했던 그가 소리 없이 강한 맨유를 우승의 자리에 올려놓기까지 퍼거슨 감독의 힘이 지배적이었다면 과연 차기 감독인 모예스 감독은 맨유의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의문이다. 특히 최강 전력을 자랑하고 있는 맨유를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것 역시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모예스 감독이 맨유에서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팀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팀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퍼거슨 전 감독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팀이든 고비는 찾아오기 마련이라지만 모예스 체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맨유가 흔들리면 외부에서(특히 현지 언론) 퍼거슨 전 감독 시절을 운운하며 모예스 감독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어쩌면 모예스 감독이 맨유 사령탑으로서 완벽하게 성공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으며, 맨유 구단은 그의 앞날을 위해 신뢰와 지원을 보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상위권 팀인 맨체스터 시티, 첼시 등에 비해 차기 시즌을 앞두고 느릿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지부진한 맨유의 이적 시장은 타 팀과 비교하면 명확히 드러난다. 리그 2위 팀인 영원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가 페르난딩유(28,MF), 헤수스 나바스(27,MF)를 영입하면서 5,100만 파운드(한화 약 871억 원)를 투자했다.

첼시 역시 안드레 쉬를레(22,FW)를 분데스리가에서 빼내며 1,800만 파운드(한화 약 307억 원)를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마르코 판 힌켈(20)도 영입하며 선수층 보강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맨유는 지금껏 우루과이 출신의 수비수인 기예르모 바렐라(20)을 영입하는 데 그쳐 ‘모예스’의 새판 짜기가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축구시장에서 가장 핫한 여름 이적 시장의 종료는 아직까지 한 달 반의 시간이 남아 지금 각팀들은 전 세계를 돌며 프리시즌이 한창이다.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려 서로 발을 맞추려면 대형 선수들의 영입을 서둘러야함은 당연지사다. 맨유는 현재 기존의 선수층에 변화 없이 그대로 프리시즌을 진행 중에 있다.

모예스호에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최전방 공격수인 웨인 루니(27,FW)의 거취 향방이다. 모예스 감독이 루니와 ‘앙숙’인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 모예스 감독은 “루니는 다음 시즌 맨유에서 뛸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이적설을 일축했지만 루니는 이에 발언을 아끼는 모양새다.

최근 그는 ‘햄스트링 부상’을 들어 팀 내 아시아 투어를 하차하면서 모예스 감독과의 불화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모예스 감독은 루니의 대체재로 바로 로빈 판 페르시(29)를 활용하겠다고 밝혀 루니의 이적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웨인 루니는 맨유 전력의 핵심이다. 맨유의 리그 3시즌 연속 우승에 루니의 역할이 지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니는 맨유에서 쉐도우는 물론 타겟맨의 역할까지 도 맡았다.

퍼거슨 감독의 다양한 포메이션에 공격형 미드필더(4-2-3-1)는 물론 중앙 미드필더(4-4-2)에서 윙어의 역할까지 해내면서 공격을 펼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그만의 기질을 발휘해왔다. 판 페르시가 이적 첫 해 득점왕을 달성했지만 이는 루니가 없었다면 힘들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맨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루니가 맨유를 떠나려고 한다. 모예스 감독이 루니의 대체재로 판 페르시를 염두 해 뒀다지만 이는 2가지로 해석해볼 수 있다. 하나는 루니를 진정 떠나보내겠다는 뜻, 또 다른 하나는 루니를 길들이기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모예스 감독의 결정만 남았을 뿐이다. 그가 과연 퍼거슨의 그늘에서 벗어나 맨유의 새판 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축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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