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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편부터) ‘양신’의 계보를 이을 두 영재, 설현준 초단과 최영찬 초단, 오른편에 선 이는 최영찬 군의 아버지인 최규병 9단 |
[일요주간=백대현 프로 8단] ‘양신’의 계보 잇나
바둑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제2회 영재입단대회에서 설현준(만14세)군과 최영찬(만13세)이 입단에 성공했다.
지난 제1회 대회에서는 신진서(만13세)초단과 신민준(만14세)초단이 프로에 데뷔했고, 두 영재는 프로 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양신’ 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한국 바둑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선배 영재들의 활약 속에 그 계보를 이어갈 세 번째, 네 번째 인물은 누가 될지에 대해 바둑계의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설현준 군이 본선 4강에서 가장 먼저 2승을 거두며 세 번째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설현준 군은 입단 후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프로기사로 이창호 9단을 꼽으며 기풍과 인격 등 모든 면에서 닮고 싶은 기사라며 이창호 9단과 같은 기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아버지가 인터넷 7단의 기력을 갖추고 있는 바둑 고수여서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누나와 함께 바둑을 접하게 된 설현준 군은 어릴 때부터 동화책 대신에 바둑연감을 더 가까이 하며 프로기사의 꿈을 키웠고, 드디어 프로기사의 꿈을 이루며 바둑 인생의 전반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이창호 9단과 같은 바둑계의 한 획을 긋는 대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바둑 스토리는 설현준 군이 계속해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다.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를 꼭 우승하고 싶다는 설현준 군의 꿈이 이루어질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한편 설현준 군에게 일격을 당해 탈락 위기에 몰렸던 최영찬 군은 이후 2연승을 거두며 네 번째 영재 입단의 주인공이 됐다. 흥미로운 것은 최영찬 군의 부친이 최규병 9단(기사회장)이라는 점이다. 김명환(父)·김재구(子), 이인상(父)·이기섭(子)에 이은 국내 세 번째 부자기사의 탄생이다.
특히 최영찬 군의 가문은 바둑과 인연이 깊다. 일본에서 혈혈단신으로 건너가 일본 바둑계의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던 조치훈 9단이 최규병의 외삼촌이며 조치훈의 형이 조상연 7단이다.
또한 현대 한국 바둑의 개척자로 불렸던 고 조남철 9단이 조치훈, 조상연 형제의 작은아버지이며, 이성재 9단과 최규병 9단은 이종사촌지간이다. 그야말로 4대에 걸친 바둑 명가인 셈이다.
6살에 아버지의 권유로 바둑교실에서 바둑을 배우며 꿈을 키워온 최영찬 군은 승부의 길을 선택한 것은 결국 자신의 의지였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프로기사가 되겠다고 한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중국의 기대주 리친청과 겨루어 보고 싶다고 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영찬 군이 앞으로 중국을 막아설 한국 바둑의 영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한국 바둑계의 발전을 위해 바둑 영재의 조기 발굴을 목적으로 신설된 영재 입단제도는 지난 2010년 9월 열린 정기 기사총회에서 ‘한국기원 프로기사 입단제도 개선 방안’중 하나로 채택됐으며, 그해 10월 열린 (재)한국기원 91회 상임이사회에서 최종 의결된 바 있다.
중국의 거센 황사 바람
중국의 거센 황사 바람은 제1회 몽백합배에서도 이어졌다. 총 18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 본선 64강에서 12명이 대거 탈락하며 힘들게 출발한 한국은 32강에서도 믿었던 이세돌 9단이 중국의 미위팅 4단에게 일격을 맞으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64강에서 중국의 스웨 9단에게 승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여준 한국의 신예 나현 3단도 중국의 구리 9단을 넘어서지 못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철한 9단이 쑹롱후이와 아마추어인 오장욱을 이기며 16강을 밟았고, 조한승 9단이 왕천싱과 중국의 추쥔 9단을 이기며 16강에 올랐다.
최철한 9단이 중국 여류 기사와 아마추어를 이긴 것은 내세울만한 것은 아니다. 다만 조한승 9단이 중국의 추쥔 9단을 물리치며 한국 바둑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중국은 13명이 16강에 진출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고, 한국이 2명 일본은(유키 사토시)1명이 살아남았다. 특징적인 것은 이번 대회에서 구리·쿵제·후야오위·왕시·왕레이 등 이제는 중견 기사로 불리는 중국의 허리 라인이 선전했다는 부분이다.
대진표를 살펴보면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16강 추첨에서 최철한-롄샤오, 조한승-왕레이, 구리-후야오위, 쿵제-미위팅, 탕웨이싱-당이페이, 저우루이양-궈원차오, 우광야-후웨펑, 왕시-유키 사토시의 대진이 확정됐다.
16강과 8강은 8월 9,11일에 중국 상하이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몽백합배 본선 대국료는 64강 패자 2만 위안(한화 약 360만원), 32강 패자 4만 위안(한화 약 720만원), 16강 패자 8만 위안(한화 약 1,450만원), 8강 패자 16만 위안(한화 약 2,900만원), 4강 패자 25만 위안(한화 약 4,500만원), 준우승상금은 60만 위안(한화 약 1억7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180만 위안(한화 약 3억2,0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통합예선에서 준결승 3번기까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지며 결승 5번기는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집중분석
제목
제1회 몽백합배 32강전
중제
흑: 조한승 9단 백: 추쥔 9단
결과: 239수 흑 불계승
조한승 9단은 특유의 유연한 바둑을 구사한다. 겉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그 안에는 강함이 내포되어 있다.
중국 기사들에게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조한승 9단의 유연함을 추쥔 9단과의 대국을 통해 살펴보자. 1도는 초반 진행이다.
백을 잡은 취쥔 9단이 흑 9에 백 10으로 평범을 거부하며, 백 12까지 서로 모양 바둑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여기서 조한승 9단의 다음 선택이 어려운 장면. 단순하게 2도 흑 1로 모양을 키워가는 것은 서로 모양이 같이 커지게 되는데, 백 8로 침입해 들어올 때 백 △가 있어 후속 공격이 어렵다.
조한승 9단의 선택은 3도 흑 1이였다. 백 2에 흑 3, 5로 백 모양을 최대한 줄이고, 흑 7까지 흑의 모양을 넓혀서 백의 침입을 유도했다. 전도와 비교 했을 때 차이가 크다.
만약 4도 백 1로 반발 한다면 흑 2, 백 3에 흑 4로 움직여 나가는 진행이 예상된다. 어려운 싸움이긴 하지만 그래도 흑이 원하는 대로 됐다.
조한승 9단이 유연한 발상으로 대국 초반 선착을 효를 살렸다. 5도는 두 번째 주요 장면이다. 추쥔 9단이 백 1로 끼워가며 백 5까지 실리를 벌어 들였다.
조한승 9단의 반격이 필요한 시점. 여기서 단순하게 6도 흑 1로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백 2로 지켜서 흑이 재미있는 형세이다.
여기서 조한승 9단은 7도 흑 1을 선택했다. 백 2로 받을 때 흑 3으로 차단하며 중앙 백대마를 압박했고, 백 4의 연결이 불가피 할 때 흑 5로 막아서 전도보다 흑이 훨씬 활발한 모습이다.
추쥔 9단이 8도 백 1로 연결과 지킴을 동시에 하려는 것은 욕심. 흑 2를 교환하고 흑 4로 차단해 중앙 백이 곤란한 모습이다.
조한승 9단이 때에 맞는 유연한 발상을 통해 거의 완승에 가까운 내용을 보여주며 16강에 올랐다. 16강에서도 조한승 9단 선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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