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캡틴 박 영광 재현하나

문화 / 이희원 / 2013-07-26 11: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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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유럽축구읽기② 韓 프리미어리거 하반기 기상도
▲ 지난 시즌 QPR로 이적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박지성ⓒNewsis/AP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2013-2014 유럽축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기성용(24, 스완지시티FC)의 스완지시티는 프리미어리그 9위와 캐피털 원 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올 시즌 가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챔피언십리그로 강등된 ‘산소탱크’ 박지성의 퀸즈파크레인저스(이하 QPR)와 이청용(25)의 볼턴 윈더러스는 다음 시즌 승격을 위한 재도약에 나선다.

이와 함께 지난 시즌 잉글랜드로 자신의 무대를 옮긴 김보경(23,카디프 시티)은 팀이 승격에 성공하며 첫 프리미어리그에 도전장을 내민다. 유럽축구팬들이라면 무엇보다 QPR의 강등소식에 아쉬웠으리라. 과거 맨유의 화려한 성적을 뒤로하고 이적한 박지성이 첫 시즌 출전 기회조차 뺏긴 채 같은 팀으로 이적한 윤석영(23)과 함께 타 리그로의 이적설이 파다하다. 이번호에서는 이적시장의 끝자락에 선 이들의 기상도를 체크해보고자 한다.


잔류 혹은 이적, 기로에 선 박지성

지난해 여름, 박지성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최강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리그 하위권 팀인 QPR로 이적했다. 당시 박지성은 타 선수와의 포지션이 겹쳐 출장 빈도가 줄어든 맨유보다 기회가 보장되는 팀을 선택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생각지 못하게 돌아갔다. 팀 QPR의 마크 휴즈 감독이 구단주와의 불화설로 방출되면서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해리 레드냅(66)이 지휘봉을 넘겨받은 것.

그러나 박지성은 레드냅의 포메이션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출장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기회가 줄자 선수들 간 매끄럽지 못한 활동이 눈에 띄었고 맨유의 유니폼을 장착한 박지성이 익숙했던 팬들은 그의 답답한 움직임에 채널을 고정하기조차 안쓰러운 순간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가 이적의 요건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출장 기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부분이다. 물론 QPR 구단주인 토니 페르난데스의 적극적인 대시도 한 몫 하긴 했지만 말이다. 구단주와의 원활한 관계, 그리고 감독의 포메이션 맵에 이름만 올린다면 그를 보기는 쉬웠을 터. 하지만 결과는 생각만큼 좋지 못했다. 기대 이하였다.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비록 맨유의 유니폼을 입지는 못하더라도 ‘산소탱크’라는 수식어가 어울리기를 바라며 응원을 보낸 팬들은 아쉬움이 배가됐다.

여기에 시즌 막판, 후배 선수인 윤석영이 QPR로 이적을 결정하면서 팀내 두 명의 프리미어리거의 활약이 다시 한번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윤석영은 끝내 필드에 서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감독이 원하는 명단에는 그의 이름조차 없었다. 꿈의 EPL 무대 데뷔를 갈망했지만 발 한번 들여놓지 못한 채 2부리거로 전락했다.

결국, 예상되는 카드는 ‘이적’이다. 시즌이 끝나자 박지성과 윤석영, 두 선수 모두 이적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지성은 본인 스스로가 강력하게 유럽무대에서의 선수생활 마감을 원하고 있는 만큼 국내 K리그나 미국 MLS(Major League Soccer)로의 이적은 배제되고 있다. 그 역시 “새롭게 뛸 팀을 모색 중”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어 박지성의 이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QPR로 이적한 윤석영, 팀이 2부리그로 강등돼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거로의 복귀가 주목되고 있다.ⓒNewsis

이와는 달리 윤석영 선수는 러시아리그 팀인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러브콜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오면 이적설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K리그 올스타전 직후 출국 전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QPR에서 익숙해지는 게 목표”라고 말하며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이적을 원하는 박지성에게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는 팀은 없다. 우선 박지성 자신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적지는 유럽이다. 그는 맨유 시절 당시에도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종종 언급해왔고 QPR 이적 당시 “내가 뛰고 싶은 리그는 바로 이 곳”이라며 타 리그 이적의 가능성을 배제시킨 바 있다.

물론 가장 첫 유럽 데뷔 리그가 네덜란드 리그였지만 오랫동안 잉글랜드에 정착해 익숙해진 그에게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는 다소 무리가 있다. 언어는 물론, 문화와 전술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리그이기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유력한 리그 EPL

결국 가장 유력한 팀은 잉글랜드 내 팀으로의 이적이다. 물론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챔피언십 리그 내 팀으로의 이동은 지금 현 상태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지성을 노릴 만한 EPL 내 팀들을 꼽아보자.

그의 장점은 7년간의 리그는 물론, 유로파 그리고 UEFA(유럽축구연맹)챔피언스 리그 등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이다. 혹자들은 은퇴를 앞두고 그를 원하는 팀들이 있겠냐는 부정적인 시선들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의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의 경험치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특히 2007-2008시즌 FC바르셀로나와의 챔스 우승 결정전에서 ‘인간계 최강’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24)의 발을 묶었던 그는 최고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맨유 시절,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의 쉼 없는 움직임에 찬사를 보냈듯이 아직까지 ‘산소탱크’ 박지성에 러브콜을 보낼 만한 팀은 경험치를 높이 살 팀들이 꼽힌다. 올 시즌 새로운 도약을 목표로 하는 김보경의 카디프 시티를 비롯한 3팀(헐 시티, 크리스탈 팰리스)이 유력하다. 앞서 승격이 확정된 직후 카디프 시티에서는 “승격 후 맨유 맨 박지성을 노린다”는 기사가 나온 바 있어 ‘카디프 시티’ 의 이적 가능성이 열린 상황.

통상적으로 하위 3위권들과의 교체로 승격된 팀들은 매년 리그 경기가 있을 때마다 리그 잔류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상대적으로 경기의 흐름이 루즈한 챔피언십리그에 적응한 팀들은 최강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밀려나기도 부지기수다. 한 시즌 승격의 영광을 뒤로하고 수많은 팀들이 또 다시 강등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박지성은 최대한 부상 위험을 줄이는 게 관건인데 한 시즌 44경기를 소화해야하는 챔피언십의 경우 38경기를 뛰는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경기 숫자도 많아 체력 소모가 크다. 이에 잔류할 경우 부상의 위험도 높아진다.

17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새 시즌의 서막이 열린다. 이적 시장 마감을 이십 여일 앞두고 그의 행보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갓 데뷔 김보경, 아쉬운 이청용 그리고 기성용

올 시즌, 첫 프리미어리거 신고식에 나서는 김보경과 지난 시즌 제대로 얼굴 도장을 찍은 기성용은 11월 2일, 같은 지역 라이벌 간 경기를 의미하는 ‘더비전’을 갖는다. 이른바 ‘남웨일즈 더비’라 불리는 개막 경기에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간 대결이 펼쳐진다.

카디프시티는 지난 시즌, 챔피언십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프리미어리그 입성에 성공한 팀이다. 두 팀 간 역대 전적은 1912년 첫 맞대결 이후 총 105개 경기에서 카디프시티가 43승 27무 35패로 앞선 상황.

▲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기성용,지난 시즌 눈도장을 찍으며 팀내 활력소로 작용할 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Newsis/AP

소속팀에서 입지를 살펴보면 기성용 선수가 한 수 위다. 일단 지난 시즌 데뷔, 인상적인 경기를 끝마쳐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특히 팀 스완지시티가 팀 역사상 첫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따내면서 올 시즌 가장 주목받고 있다.

EPL에서 유일하게 스페인식 축구를 지향하는 스완지시티는 다음 시즌 스페인출신 선수들의 대거 영입이 확정됐다. 특히 기성용과 포지션이 겹치는 조나단 데 구즈만(25)의 활약으로 출장 빈도가 잦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미카엘 라우드럽(49) 감독이 야심차게 영입한 ‘스페인 출신 영건’들의 무서운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기성용의 입지는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시즌 내내 수비와 볼 배급, 세컨 공격라인까지 도 맡아 온 기성용과 새롭게 영입된 레알 베티스 출신의 호세 카냐스가 포지션이 겹쳐 팀 내 입지 구축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득점을 하지 못하거나 전진패스의 빈도가 낮아진다면 주전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여기에 야심차게 프리미어리거 데뷔전을 앞둔 김보경은 지난 시즌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 변경에 성공했다. 프로데뷔를 일본 J리그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잉글랜드식 축구에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챔피언십리그와 EPL은 속도감과 경기수준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 다시 제2의 적응기를 가져야할 상황이 펼쳐진다면 입지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김보경 역시 새롭게 영입을 추진 중인 블랙풀 출신의 토마스 인스(22)가 이적에 합의할 경우 그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힘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2의 박지성’이라는 칭호가 무색할 만큼 체력으로 무장한 김보경의 활약 가능성도 아직까지 확신을 갖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 프리시즌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이청용.아쉽게도 팀 볼턴 윈더러스는 올 시즌 승격에 실패하며 2부리그가 확정됐다.ⓒNewsis/AP

이청용은 어떤가. 지난 시즌 개막 전 5부 리그와의 프리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과격한 태클로 정강이 뼈가 부러지면서 시즌 아웃된 그는 가장 주목받아온 프리미어리거였다. 그러나 주전 공격 라인이던 이청용의 부재에 챔피언십에서도 상위권 진출에 실패하며 올 시즌 또 다시 승격에 도전한다.

그는 박지성 만큼이나 이적에 기대감이 실리는 선수다. 2009년 볼턴에 입단한 그는 3시즌 동안 리그 67경기에서 7골5도움으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 달성에 성공한 바 있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 2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5골 7도움으로 맹렬한 활약상을 자랑했다.

이 가운데 팀 볼턴은 승격을 위한 선수영입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청용의 이적 가능성이 줄줄이 이어졌다. 리버풀FC와 에버튼, 선덜랜드 등에서 그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 볼턴 역시 이청용의 이적이 예상되는 동일 포지션(측면 미드필더)의 영입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볼턴은 지역지인 볼턴 뉴스에서 “다른 공격수 영입과 관계없이 이청용의 이적은 계획에 없다”며 이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재정 부실로 어려움을 겪는 볼턴이 몸값이 솟은 이청용을 통한 이적료 챙기기를 준비하다는 시각도 나오는 상황이다.

올 시즌, 화려한 개막을 앞둔 잉글랜드 축구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이적 시장의 판도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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