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아름답지만 잔혹한 성인동화

문화 /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 2013-09-04 02: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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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외국 라이선스 작품이라고 지레 짐작하게 된다. 한국적인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소재라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적인 정서. 시대상 속에서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동질감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창작뮤지컬들을 살펴보면 소위 한국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창작 뮤지컬 소재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초점으로 살펴본다면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소재의 지경(地境)을 넓혀준 고마운 작품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이며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심리추리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아름답지만 잔혹한 성인동화 같은 느낌이다.

영화로 친숙한 지혜롭고 따뜻한 보모 ‘메리포핀스’가 주인공이다. 여기에 ‘블랙’이란 단어가 합성되면서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를 풍긴다. 보모에게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 추상해 볼 수 있지만 사실은 아이 4명이 커가며 겪는 상처·사건 등이 핵심이다.

배경은 1920년대 독일. 유명한 심리학자 그라첸 슈워츠 박사의 대저택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한다. 큰 저택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이 집의 보모였던 메리 슈미트는 자신은 전신 화상을 입은 4명 아이를 극적으로 구출하고 사라져버린다. 아름다운 미담으로 남을 사건이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누가, 왜 그라첸 슈워츠 박사를 죽였을까.

게다가 아이들은 잔뜩 겁에 질린 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을 못한다. 그렇게 파묻힐 것 같던 사건이 12년 만에 새 단서가 발견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실체보다 흩어졌던 네 아이들이 12년 만에 다시 만나면서 자신들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아픈 기억은 사라져야만 하는가?’ 작품은 깊게 숨겨놓은 이 전제를 풀어가며 긴장감을 높인다. 네 아이들의 각자의 트라우마와 정신분석학적 요소는 관객의 집중력을 더욱 자극한다.

무대에 가운데 놓은 회전무대는 각도에 따라 다른 장면을 연출하는 듯하다. 마치 누구의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비춰지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 같다. 불안한 아이들의 심리는 발밑을 바치고 있는 의자로 표현했다.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미로는 이극의 정서를 더욱 시각화해준다.

현대 무용의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안무는 극적이면서 몽환적 느낌을 포현했다. 배우들의 몸짓은 마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수화 같기도 하며 진실의 키워드를 가지고 내포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음악과 함께 가사도 잘 전달돼 극의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심리스릴러라는 장르를 현악기를 통해 잘 표현되고 있고 피아노 선율과 조화롭게 각각의 장면의 느낌을 잘 표현했다.

다만 작품의 반전이 설명적이서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다. 한 배역에 트리플, 더블 캐스팅되다 보니 배우의 역량에 따라 작품의 역량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아쉽다. 물론 골라보는 재미도 있지만 말이다. 일단일장(一短一長) 아닐까.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심리스릴러라는 신선한 장르이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드라마 무게 있는 메시지까지. 신선한 창작뮤지컬이다. 오는 10월 27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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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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