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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에른 뮌헨의 호셉 과르디올라(사진왼편)와 첼시 주제 무리뉴 감독ⓒNewsis/AP |
자신의 철학에 뮌헨의 색 입히기 성공한 과르디올라 성공적 평가
원톱의 부재·선수들의 노쇠화·통제 불가 영맨…난감한 첼시 무리뉴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올 시즌을 개막을 앞두고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 리그(이하 챔스)는 물론 스페인 축구의 최강팀을 이끌던 사령탑 2인의 이적 행보에 유럽축구계가 들썩였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팀이자 지난 시즌 챔스 우승팀인 바이에른 뮌헨의 사령탑을 맡은 호셉 과르디올라(42)와 잉글랜드 첼시FC로 복귀를 선언한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 주제 무리뉴(50)이다.
과르디올라와 무리뉴는 이적 직전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의 최강 라이벌인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스 우승을 이끌었고 무리뉴 는 유럽 3대 리그 석권(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한 세계적인 명장들이다.
이들은 각각 과르디올라는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무리뉴는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사령탑을 거머쥐며 세계 최강을 향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뚜껑이 열리자 승승장구하는 과르디올라의 뮌헨과 삐걱거리는 무리뉴의 첼시가 다른 행보를 내보이고 있다. 과연, 이들의 무엇이 변한 것일까.
철학과 팀 색의 적절한 조화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으로 부임을 결정한 과르디올라가 뮌헨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에 스페인 라리가의 바르사식 티키타카(Tiki-Taka: 탁구공이 왔다 갔다하는 모양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짧고 간결한 패싱게임)스타일에 과연 뮌헨이 적응할 수 있을지에 많은 축구팬들이 의문부호를 가졌다.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는 것. 물론 그의 능력치에 의심의 여지를 품을 수는 없었지만 이미 스타일이 굳어버린 완성체 바이에른 뮌헨을 오히려 흔들 수 있다는 의구심은 버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분데스리가 1,2라운드를 치르면서 ‘적응’을 놓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경기를 보여줘 의구심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었다.
하지만 2013-2014 시즌 개막 이후 한 달여가 지난 현재, 과르디올라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초반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이는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사령탑인 과르디올라의 스타일에 적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자아’가 강한 과르디올라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강요하기보다 오히려 팀의 강점을 살리고 변화가 크지 않은 범위 내에서 경기 철학을 주지시키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에 우려했던 바와 달리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팀과의 융화에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라리가와 분데스리가는 속도감은 물론 포메이션에서도 차이점이 확연이 드러나는 만큼 과르디올라의 강한 색채가 강요됐을 경우 팀은 쉽게 붕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강팀 바이에른 뮌헨은 사령탑인 과르디올라의 철학을 신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이들의 삼각편대는 과르디올라 식으로 약간의 변형을 보여줬다. 보통 중앙에 위치한 볼 다루는 기술 좋은 미드필더가 양쪽으로 벌려 윙 포워드, 오버래핑한 풀백과 함께 삼각 대형을 만들어 볼을 소유하는 것을 뜻하는 삼각편대 식 공격에서 팀은 빠른 템포로 공격을 전개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삼각 대형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 전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과르디올라식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르디올라 특유의 빠른 전진 압박인 ‘게겐 프레싱’(Gegenpressing: 독일어 게겐(gegen)과 영어 프레싱(pressing)의 합성어로 카운터 어택의 반대인 카운터 디펜스를 의미함.)을 그대로 활용해 공을 뺏기는 동시에 바로 압박에 들어가는 전술에 점점 익숙한 모양새를 드러냈다.
게겐 프레싱의 활용은 전체적으로 수비라인을 올리고 있다가 공격진에서 공을 뺏기면 그 즉시 공격수부터 압박을 시작할 수 있어 선수 간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압박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전방 압박을 통해 공격권을 되찾는 것과 동시에 팀의 특성인 삼각편대 대형을 과르디올라식으로 해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볼 점유율에서도 70%를 상회하고 있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이었다.
반면 아쉬움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 팀과의 융화를 위해 자신의 철학을 심하게 꺾은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중거리 슛 혹은 좌우 측면 크로스를 자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혀 과르디올라스럽지 않은 부분이다. 그는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고 수비수들까지 공격 전개에 가담시키는 전술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무리한 전진 패스나 중거리 슛, 정확도가 떨어지는 크로스 등 상대팀에 역습 기회를 내줄 수 있는 기회를 사전에 봉쇄하는 방식을 유지했다.
그러나 팀은 기본적으로 그의 티키타카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상대팀이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공간 침투가 어려울 때 전진패스, 중거리 슛, 크로스 등을 활용했다. 이에 수비 라인이 뒤로 물러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좌우 폭이 넓어지면서 전방 압박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물론 이것은 과르디올라의 전술이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 플랜B를 장착해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말이다.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케미컬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자신의 전술에서 변화를 시도한 과르디올라와 감독의 스타일을 일단 기본으로 고수하려는 팀 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축구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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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난도 토레스(사진 왼편)과 사무엘 에투. 이들이 이렇다 할 공격력을 내비치지 못하자 첼시는 '원탑의 부재'라는 고민에 빠졌다.ⓒNewsis/AP |
‘원탑의 부재’ 첼시 휘청거리는 무리뉴號
반면 잉글랜드와 독일 간 자존심을 건 대결을 기대했던 무리뉴의 첼시는 챔스 조별예선전에서 바젤에 1-2 역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실망스러운 경기를 내보였다. 이날 경기는 첼시의 홈 그라운드인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치러졌기에 그 충격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무리뉴가 누구인가. 150경기 연속 홈경기 무패기록을 가진 소유자로 어웨이(원정)경기가 아닌 홈에서는 그 어떤 팀보다 강한 면모를 드러내왔다. 이 역시 그를 극강의 지도자로 평가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그의 능력치에 커다란 실망감을 보이며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무적의 첼시를 이끌었던 그이지만 과거 첼시에 있을 때와는 다른 점이 있음을 간과한 것일까. 2004~2007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그에게 드러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무리뉴호에서 내놓은 2명의 원톱, 페르난도 토레스(29)와 사무엘 에투(32)다. 이들은 몇 시즌 전까지만 해도 역대급 대어로 추앙받으며 첼시로 이적했다. 공통점은 이후 실력이 퇴보했다는 것이다.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팬들은 이들이 건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최전방에서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토레스의 경우 지난 시즌 EPL리그 경기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특히 이들은 득점을 위주로 활약해야 하기 때문에 골을 배급해주는 2선 공격진과의 영민한 연계 플레이가 필수다. 하지만 둘 다 무리뉴가 원하는 기민한 플레이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올드한 선수들이 팀을 더욱 노쇠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올해 32세인 수비수 애슐리 콜과 35세를 맞이한 미드필더 프랭크 램파드다. 연계 플레이가 어려울 경우 아자르, 오스카, 윌리안 등은 풀백의 도움을 받아 상대측면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젊은 힘이 있다. 하지만 콜의 경우 스피드와 민첩성이 최근 급격히 떨어지면서 움직임에서 둔탁함을 드러냈다. 이 같은 둔탁함은 곧 연계 플레이의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고립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램파드는 또 어떠한가. 물론 전성기 못지않게 꾸준한 공격 포인트를 쌓는 것은 박수쳐줄 만한 일이지만 역습의 상황에서 그의 스피디하지 못한 움직임이 무리뉴 감독이 원하는 ‘미드필더 식 수비’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들의 노쇠화는 곧 첼시가 위기에 봉착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끝으로 지공 상황에서 역할 분배에 실패하고 있는 부분이다. 바젤과의 챔스전에서 드러났듯이 무리뉴의 첼시는 전반전에서 공격 점유율에서 64-36이라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바젤을 밀어내는 듯했다. 후반전과 통틀어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효슈팅수는 5-5를 기록하며 유기적인 플레이에서 실패했음이 드러났다. 이는 공격 삼인방인 아자르-오스카-윌리안이 각각 단독 플레이로 드리블 돌파에만 열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볼을 배급하는 선수와 이를 잡아 골망을 흔들 선수 간 연계 플레이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는 경기였다. 결국 볼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은 온데간데없고 볼을 잡은 선수들은 무리한 돌파, 패스 그리고 잦은 슈팅만 시도했을 뿐 제대로 된 공격은 해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이렇듯 무리뉴의 첼시는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로 팬들을 실망감을 높이고 있다. 결국 노쇠한 포지션의 교체, 이에 따른 수비형 미드필더와 풀백, 그리고 원톱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지만 무리뉴의 첼시 복귀를 기대했던 첼시 팬들은 물론 축구계는 제대로 된 ‘스페셜 원’의 모습을 좀 더 기다려주는 센스도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진 시즌 초반이라 팀 간 호흡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도 곁들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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