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고성배, 화려한 축제 속 씁쓸한 패배

문화 / 백대현 프로 8단 / 2013-10-01 08: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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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백대현의 바둑읽기, 그 스물세 번째 이야기
▲ 무동들이 멋진 무술을 선보이며 대형 바둑판 위를 멋지게 수 놓으며 장관을 이루었다
[일요주간=백대현 프로 8단] 9월 21일 중국 후난(湖南)성 펑황(鳳凰)현에서 제6회 봉황고성 세계바둑 정상대결이 펼쳐졌다. 대회는 축제 그 자체였다.

중국의 바둑 열기를 반영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대형 바둑판 주변을 가득 채웠고, 본 대회에 출전했던 구리, 창하오, 뤄시허가 초청받아 자리를 빛냈다.

대국 전 대국자의 착점에 따라 대형 바둑판 위를 가득 채울 361명의 무동들의 멋진 무술 시범이 있었고, 2층 누각에서 두 대국자가 대국을 시작하자 이를 모니터를 통해 지켜본 기수의 신호에 따라서 무동들이 멋진 무술을 선보이며 대형 바둑판 위를 멋지게 수 놓으며 장관을 이루었다.

봉황고성배는 이벤트 대회이기는 하지만 중국 랭킹 1위와 한국 랭킹 1위의 대결이기에 두 기사의 승부에 바둑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박정환은 중반에 판단 미스로 인해 바둑이 비세에 처하게 됐고, 후반에 천야오예의 붙임의 묘수가 결정타가 되어 집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

298수만에 백 14.5집반승을 기록하며 천야오예가 우승을 차지했다. 봉황고성배는 50분 타임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50분이 지나면 초읽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패로 대국이 종료되는 것이다.

프로기사들은 이러한 타임아웃제가 익숙하지 않다. 사실 상 연습 바둑에서나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타임아웃제라는 방식 때문일까? 박정환은 바둑이 불리한 상황에서 특유의 흔들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다소 허무하게 패배를 안았다.

▲ 한국의 박정환과 중국의 천야오예의 대국
박정환은 이번 대회에서 패점을 기록하며 올해 천야오예와의 승부에서 2승 2패, 종합전적은 5승 8패를 기록했다. 이제는 한국 바둑의 정상에 우뚝 선 박정환이 이러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선봉장으로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봉황고성배는 중국기원, 중국바둑협회가 주최하고 봉황고성여행유한책임공사, 베이징 천하봉황문화전파유한공사가 후원한다. ‘2013 봉황고성 세계바둑정상대결’은 올해로 10년째이며, 제6회 대회를 맞이했다.

제한시간은 초읽기 없이 50분 타임아웃제이며, 우승상금은 40만 위안(한화 약 7,000만원), 준우승상금은 28만 위안(한화 약 5,000만원)이다. 2003년부터 시작해 격년제로 열리고 있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중국에게 3승 1무 2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최국수, 4번째 우승을 향한 순조로운 출발

프로기사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칭호는 바로 ‘국수(國手)’라는 칭호이다. 국수전은 50여년을 이어오며 역사와 전통의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바둑계의 한 획을 그었던 바둑계의 대 스타들에게는 항상 국수의 칭호가 따라 다녔다.

대표적으로 보면 조훈현 국수를 줄여서 조국수, 이창호 국수를 줄여서 이국수라는 칭호를 자주 사용했다. 9월 26일 제57회 국수전 본선 16강에서 이국수와 최국수가 만났다.

이창호는 그동안 국수전에서 10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국수전과 끈끈한 연을 맺었고, 최철한은 이창호의 전성기로 불리는 2004년에 이창호를 상대로 3-2로 국수위를 빼앗아오며 일약 정상급 기사로 발돋움했고, 총 3번의 우승을 기록하며 국수전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흥미로운 점은 최철한이 3번의 우승을 기록할 때 결승 상대는 모두 이창호였다는 점이다. 이창호의 입장에서는 최철한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셈. 하지만 이번에도 또 다시 최철한이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는 최철한이 이세돌과 만나게 됐고, 그 밖에 박영훈 VS 홍성지, 박정환 VS 민상연의 대결을 펼치며 강동윤도 8강에 안착해 있다. 16강 마지막 대국자인 김지석과 김승재의 승자가 강동윤과 4강 진출을 다투게 된다.

과연 올해 국수의 칭호는 누구에게 돌아가게 될 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국수전의 우승상금은 4,500만원, 준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며 제한시간은 각 3시간에 60초 초읽기 5회이다. 현 타이틀 보유자는 조한승이다.

제6회 봉황고성 세계정상대회
흑: 박정환 백: 천야오예
결과: 298수 백 14집반승


중국의 1인자 천야오예는 과연 강했다. 춘란배에서는 이세돌을 제압했고, 한중천원전에서는 박영훈을 그리고 봉황고성배에서는 박정환을 이겼다.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실수가 거의 없고, 무엇보다도 기회가 오면 놓치는 법이 없다. 출발이 좋지 않았던 박정환은 후반에 접어들 무렵 천야오예에게 결정타를 맞으며 힘없이 물러났다. 지금부터 주요 장면을 함께 조명해보자.

초반에 좌하귀에서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 백 1의 씌움에 박정환은 흑 2, 4로 차단하고 갑자기 흑 6으로 붙여간다. 갑자기 붙여간 것은 어떤 의미일까? 흑 6으로 단순하게 2도 흑 1로 단수치는 것은 성립이 안 된다.

백 12까지 백 우세. 3도가 실전진행이다. 박정환이 갑자기 붙여간 것은 흑 6으로 변신하기 위함이었다. 흑 16까지 호각지세. 수순 중 백 7로 4도 백 1로 받아주는 것은 흑 2로 늘어서 백이 한 수 부족이다.

5도는 박정환의 판단 미스가 나오는 장면. 천야오예가 패맛을 선수로 방지하기 위해 백 △로 흑 한 점을 때려냈다. 받아주지 않는다면 백 가에 붙이는 수가 뻔히 보인다. 여기서 박정환은 순순히 받아주지 않고 기세의 진행을 선택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냉정하게 흑 나로 받아주는 것이 정수였다.

박정환의 선택은 6도 흑 1이었다. 그러나 백 2의 차단에 우변 흑 모양이 쉽게 무너지고 만다. 무엇보다도 흑 △의 가치가 현저히 줄었다. 상변이 두터워졌지만 선수를 잡은 천야오예가 백 6으로 선착해 상변에서도 집을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바둑은 어느덧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단순하게 진행되더라도 덤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천야오예의 결정타가 등장한다. 7도 백 △로 붙여간 수가 승부의 종지부를 찍은 호수이다. 단순하게 8도 흑 1로 젖히는 것은 백 2의 차단하는 수가 좋아서 백 6까지 흑이 많이 당한 모습이다.

9도 흑 1과 같이 위로 젖히는 것도 백 2, 4, 6으로 중앙이 두터워져서 타격이 크다. 이러한 형태에서는 10도 흑 1의 연결의 맥점. 하지만 지금은 백 2의 되 젖히는 수로 인해 백 10까지 차단된다. 결국 박정환은 11도 흑 1로 늘어두는 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백 2, 4가 좋은 수여서 하변이 돌파 당한 형태이다. 흑 11은 흔들기. 하지만 12도 백 1이 간명한 선택으로 백 7까지 하변에 백 집이 크게 늘었다. 백 1로 2의 곳에 연결하는 것은 흑이 1에 곳에 단수 쳐서 백이 전혀 득이 없는 진행이 된다. 하지만 천야오예는 조금의 빈틈도 보여주지 않았다. 천야오예의 완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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