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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년간 맨유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사진왼편)과 현 맨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Newsis/AP |
공간 활용·용병술 실패..펠라이니-캐릭 조합 중원의 딜레마
높은 수비라인·압박 모예스식 전술 버리고 수비안정성 구축해야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잉글랜드 최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흔들리고 있다. 2013-2014 시즌 명장 알렉스 퍼거슨(71)감독의 지휘봉을 이어받은 데이비드 모예스(50)감독의 맨유는 시즌 초반이라지만 리그 12위까지 주저앉으며 최다 우승팀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모예스가 퍼거슨을 대신할 순 없다”며 그의 전술과 선수 장악력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모예스號(호)는 리그뿐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에서 우크라이나의 강호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상대로 무승부에 그치면서 ‘모예스 위기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직까지 “팀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부동의 1위인 맨유, 올 시즌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27년간 긴 출항을 끝낸 맨유 퍼거슨호가 애버튼 출신의 모예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자 현지 언론은 물론 해외축구팬들은 퍼거슨의 결정에 신뢰를 드러냈다. 시즌 초반 힘겨운 행보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맨유”라며 선두권 입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주 6라운드와 챔스 조별리그를 통해 힘겨운 경기를 마친 맨유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리그 2연패 늪에 빠진 맨유는 챔스전까지 무승부에 그치면서 승점을 챙기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리그 성적만 놓고 보면 1989년 이후 24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
상황이 이렇게 펼쳐지자 모예스 체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퍼거슨 감독은 인터뷰를 자청했다. 퍼거슨 전 감독은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과 만난 자리에서 “모예스는 내가 직접 선택한 사람”이라면서 “나는 여전히 그를 100% 신뢰한다. 힘든 시간은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맨유의 올드 트라포드는 리그 팀들은 물론 전 세계 축구선수들에게 두려움의 존재이다. 퍼거슨 감독 지휘아래 맨유는 27년간 올드 트라포드에서 치른 404경기 가운데 304경기를 승리(66무 34패)로 이끌었다.
이른바 ‘꿈의 구장’으로 불리는 홈경기에서 ‘승리’를 당연지사로 여겨온 팬들은 모예스호가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WBA)을 상대로 그야말로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패배하자 충격에 휩싸였다. 75%를 넘겨온 승률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렇듯 퍼거슨의 무한신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모예스호가 당면한 문제점은 무엇인가.
공간 활용·용병술 실패
홈경기 패배를 안겨준 WBA전을 살펴보자. 이날 모예스 감독은 주중 샤흐타르와의 챔스 예선전이 남은 상황으로 리그 경기는 주전이 아닌 2선 선수들을 배치하기로 한다. 이에 파트리스 에브라(32)와 마루앙 펠라이니(25)를 제외시키며 알렉산더 뷔트너(24)와 안데르송(25)을주전에 배치했다.
하지만 경기력에 욕심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온 뷔트너와 부정확한 패스로 불안한 안데르송 콤비는 결국 공간 활용에 실패하며 WBA 진영의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팬들이라면 불안한 경기 진행과 나름의 활약(?)으로 이 경기가 과연 천하무적 ‘맨유’의 경기인가 반문했을 터이다.
제대로 된 빌미를 잡은 WBA은 맨유를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여기서 또 실패의 요인이 드러나는 참사가 발생한다. 윙 포워드에 카가와 신지(24)와 아드낭 야누자이(18)를 배치시키며 맨유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평소에 수비 가담이 좋지 않은 카가와와 출전 경험치가 낮은 야누자이는 맨유의 양날개가 무너지는 효과 아닌 효과를 내고 말았다. 이날 맨유가 허용했던 두 골이 모두 측면 날개진영에서 시작된 것을 보면 이는 쉽게 증명된다.
여기에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34)의 중용도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퍼디낸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최고의 수비수임에 틀림이 없지만 올해 34세를 맞이한 그는 꾸준히 선발로 내세우는 모예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퍼디낸드가 마크할 상대였던 모르간 아말피타노(28)의 기민한 돌파를 끝내 저지하지 못한 채 골을 허용했고 이후 셰이도 베라히노(28)의 왼발 슈팅을 걸러내지 못한 것은 퍼디낸드 중용의 실패라고 밖에 판단이 서질 않는다.
아마도 모예스 감독이 퍼디낸드를 중용한 이유는 볼 다루는 기술이 좋을 뿐 아니라 시야도 넓은 퍼디낸드가 모예스식 축구를 구사하는 데는 필수 자원이라고 믿은 탓이겠지만 민첩성이 예전만 못한 퍼디낸드는 수비 라인을 컨트롤하고 타이밍조차 커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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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애버튼에서 이적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수 펠라이니.부지런한 활동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맨유색을 입지 못한 듯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Newsis/AP |
중원의 딜레마
모예스 호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바로 중원의 딜레마다. 실제로 지난달 최강 라이벌이자 더비전 상대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패배의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바로 ‘중원’(허리) 싸움이다.
이날 맨유의 마이클 캐릭(32)과 펠라이니는 상대팀인 맨시티의 야야 투레(30)와 페르난딩유(28)가 맞선 중원에서 눈에 띄게 밀렸다. 맨유가 퍼거슨 감독 시절부터 고질병으로 떠올랐던 ‘중원’의 딜레마는 모예스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아쉬운 것은 펠라이니의 기용이다. 펠라이니는 부지런한 활동량으로 순발력 부족에서 맨유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 반면 캐릭과 손발이 맞지 못할 뿐 아니라 과거 폴 스콜스의 대체자원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는 미드필더로서 창의적인 볼 배급을 하는 선수는 아니며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타입으로 이는 맨시티와 빅매치에서 고전할 여지가 높다.
결국 펠라이니의 단점을 덮어줄 수 있는 선수를 만나는 것이 최상의 조합이다. 하지만 캐릭은 스피드가 떨어지고 대체자원으로 언급된 톰 클레버리는 무게감이 너무 낮다. 여기서 맨유는 주전 미드필더 중에서 최상의 공격 전개는 물론 기술력을 겸비한 루니에 기대감을 걸게된다.
하지만 루니가 맨유를 떠나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미드필더가 아닌 원톱으로 나서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루니는 판 페르시가 원톱으로 나설 경우 원치 않는 미드필더를 맡게된다. 이에 루니-판 페르시 투톱 기용의 전술을 자주 활용하는 모예스 감독을 자주 볼 수있다.
여기서 펠라이니에게 부담감이 고조된다. 그는 수없이 짧은 패스를 연결하며 팀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뛰었지만 이는 결국 맨시티 등에 끌려다니는 꼴로 비춰지고 말았다. 물론 아직까지 그의 영입을 실패작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간 에버튼의 색이 몸에 벤 펠라이니가 맨유의 색을 입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모예스 감독이 루니-판 페르시 투톱과 함께 펠라이니의 전방 배치를 보다 다양화 하지 않는다면 ‘중원의 딜레마’는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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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유의 대표 공격수인 로빈 판 페르시(사진왼편)와 웨인 루니ⓒNewsis/AP |
유·수비 밸런스
중원의 딜레마에 이은 맨유의 문제점은 바로 유·수비 밸런스의 부재다. 올 시즌 맨유는 다득점보다 높은 실점으로 수비수들의 기량이 하락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물론 감독과 선수 간 전술의 적용이 제대로 그라운드에서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모예스 감독이 선택한 전술과 주전 센터백 조합의 궁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그는 맨유 입성 후 수비 라인을 하프 라인 바로 아래까지 끌어올리고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양쪽 풀백은 이전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을 만큼 활발한 오버래핑에 가담하는 모양새다. 이는 상대팀의 선수들이 공간 활용을 하지 못하도록 유효 공간을 줄이는 한편 공격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모예스호는 높은 공격점유율을 가져오는 대신 역습에 취약한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기민하지 못한데 있다. 캐릭과 펠라이니는 풀백이 깊게 오버래핑에 나서며 뒤에 남은 공간을 모두 커버해야하는 데 이 둘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이 못할 경우 해당 역할은 다시 윙 포워드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역습을 저지해야하는 카카와 같은 선수들이 스스로 볼 컨트롤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비까지 가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마디로 맨유는 수비 라인을 상대적으로 높게 올렸지만 상대팀의 역공에 대비할 펜스는 장착하지 못한 채 무너지고 있다.
모예스 감독은 더 이상 지체해선 안된다. 그가 선택할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고집한 높은 수비라인을 한층 낮춰 수비적인 안전성을 구축하는 한편 최전방 공격수의 화력을 내세워 승점을 올리는 이른바 ‘퍼거슨 식 전술’을 이어가야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조니 에반스(25)와 네마냐 비디치(31)의 파트너로 크리스 스몰링(23)이나 필 존스(21)를 기용해 눈에 띄는 커버 플레이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현 상태에서 첫 번째 방법이 적합해보이나 애버튼 식 높은 수비라인과 압박으로 끌어온 ‘모예스식’전술을 버릴 수 없다면 그는 후자 역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이것이 모예스가 해결해야하는 숙제다. 그가 벼랑 끝으로 내몬 맨유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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