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문화 /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 2013-10-09 13: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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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라이선스 뮤지컬이 범람(汎濫)하고 있는 요즘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관객으로부터 검증받으며 발전해온 명품 뮤지컬이 한 편 있다. 바로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이다.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춘향전>과 <심청전> 두 판소리 내용을 섞어 이야기를 만들어낸 한국적인 작품이다. <춘향전>의 인물과 구성을 기본 바탕으로 하면서, <심청전>의 인물과 배경을 추가했다.

이도령과 춘향은 단옷날에 만나 첫 눈에 사랑에 빠지고 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 부모님 몰래 백년가약을 맺는데 행복한 시절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단꿈도 잠시 안타까운 생이별을 겪는다. 피치 못할 상황으로 헤어진 연인은 서로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몸은 떨어져 있으나 서로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사랑을 온전히 지켜나간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의 내용이다. 그렇기에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만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와 ‘눈 먼 아비’라는 비극적 요소는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의 반전을 준다.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서양음악과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섞어 각각의 캐릭터 색깔을 잘 표현했다. ‘사랑가’, ‘쑥대머리’ 등 판소리의 한 대목에서는 어떠한 음악보다 극을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몽룡과 춘향의 이별장면과 인당수에서 빠진 춘향이의 넋을 달래는 도창의 소리는 우리 고유의 한(恨)의 정서가 잘 녹아있다.

소리꾼은 관객과 배우를 이어주고 극 안에 들어가 극중 인물을 연기하기도 한다. 몽룡이 춘향을 눈 감고 찾는 장면에서는 소리꾼이 들어가 안기기도 하고 춘향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기도 하는 사랑의 메신저 같은 역할을 한다.

1막과 2막은 봄과 겨울이라는 계절로 뚜렷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1막에서는 이도령과 춘향의 사랑을 표현했다면 2막은 변학도와 춘향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가슴 아프게 그리고 있다.

세상사 덧없음을 눈에 비유한 변학도의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면이 잘 드러나고 있다. 변학도는 춘향의 마음을 얻고자 갖은 노력을 다 하지만 몽룡을 향한 춘향의 마음은 일편단심으로 흔들릴 줄 모른다.

경사무대는 산과 들로 잘 표현되어져 있고 전통적인 소품과 꼭두인형, 솟대는 사랑의 가치관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사랑을 상징하는 봄날의 나비, 밤에 만날 연인들에게는 길기만 한 하루의 해 등이 프레임 위에서 영상으로 잘 표현됐다.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오는 11월 3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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