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바람’ 개인전서 밀린 韓, 설욕 나선다!

문화 / 백대현 프로 8단 / 2013-10-29 06: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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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백대현의 바둑읽기, 그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단체전에 강한 한국 바둑, 제15회 농심배를 정복하라


[일요주간=백대현 프로 8단] 2013년 한국은 중국의 황사 바람에 막혀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했다.

개인전으로 펼쳐진 세계대회(응씨배 판팅위 우승, 백령배 저우루이양 우승, 춘란배 천야오예 우승. 몽백합배 중국기사끼리 결승, LG배 전원탈락)를 모두 중국에게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그나마 삼성화재배에서 이세돌이 준결승에 진출하며 우승에 대한 불씨를 남겨둔 것이 위안.

하지만 한국은 단체전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올해 남자단체전으로 치러진 농심배, 초상부동산배에서 한국은 중국을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단체전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 제1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대회 2연패 및 통산 12회 우승을 목표로 최정예 선수를 선발했다.

▲ 제1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한국대표

예선전을 통해 박정환, 김지석, 강동윤, 최기훈이 우선 선발됐고, 농심배에 강한 면모를 보인 최철한이 와일드카드로 마지막 한 자리를 채웠다. 랭킹 1위 박정환은 지난 대회에서 와일드카드를 받으며 농심배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첫 출전부터 마무리 역할을 맡으며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박정환은 중국의 셰허, 장웨이제를 연달아 제압하며 한국의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결정지었다.

랭킹 2위 김지석은 농심배에서 특히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11회 대회에서는 3연승을 거두며 한국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한국이 우승을 놓친 13회 대회에서도 4연승을 거두며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랭킹 5위 최철한은 전기대회에서 천야오예를 제압하는 등 4연승을 거두었고, 역대전적도 10승 4패를 기록하며 농심배 다승 3위에 올라 있다. 5년 만에 본선에 오르게 된 랭킹 6위 강동윤 역시 9회 대회에서 5연승을 거둔바 있는 저력이 있는 선수이며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팀의 다크호스는 신예 최기훈이다. 랭킹 58위 최기훈은 올해 23승 14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농심배 본선에 오르며 당시 10연승을 기록하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는 최기훈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중국은 올해 세계대회를 우승한 바 있는 천야오예(춘란배), 저우루이양(백령배), 스웨(LG배), 판팅위(잉씨배)를 우선 선발했고, 나머지 한 자리는 선발전을 통과한 탄샤오가 남은 자리를 채우며 최강의 멤버를 구성해 농심배 우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일본은 그동안 농심배에서 선발전 없이 팀을 꾸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쉬, 유키사토시, 고노린을 시드로 선발하고, 나머지 두 자리는 국가팀에 소속된 선수 중 성적 우수자들을 대상으로 선발전을 펼쳐 안자이노부아키와, 야오쯔텅을 선발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일본의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야마유타와 다카오신지가 빠졌기 때문에 다소 무게감은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차세대 선두주자인 안자이노부이카와 야오쯔텅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주)농심에서 후원하는 제1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차전은 10월 22~25일까지 중국기원에서 펼쳐지게 되며 대회 총규모는 10억원, 우승상금은 2억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원 추가 지급)이 주어진다. 제한시간은 각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이다.

구리, 아직까지 왕좌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

중국은 90년 전후 세대가 무서운 기세를 떨치며 폭발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세돌과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인 구리(30)가 제1회 몽백합배 준결승 3번기 결승 2국에서 저우루이양에게 승리하며 2:0 완봉으로 결승에 올라 아직 왕좌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구리의 결승행은 작년 11월에 열린 삼성화재배 이후 약 1년만이다. 그는 최근 세계대회에 특별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개인적으로 2013년 마지막 대회인 제1회 몽백합배에서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며 백령배 우승자인 저우루이양에게 1국과 2국 모두 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반대편에서는 왕시와 미위팅이 1:1로 맞서며 준결승 최종국을 남겨두고 있다. 제1회 몽백합배의 우승상금은 180만 위안(약 3억 2,000만원), 준우승 상금이 60만 위안(약 1억 800만원)이며 통합예선부터 준결승 3번기까지는 각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결승 5번기는 각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8강전
흑: 이세돌 백: 추쥔
결과: 165수 흑 불계승


이세돌이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8강에서 중국의 추쥔을 물리치며 한국기사 중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최근 랭킹 3위로 물러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면이 있지만 이세돌은 여전히 강했다. 중국의 추쥔과의 승부에서 한 수 앞선 수읽기를 선보인 이세돌의 수읽기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자.

바둑은 초반부터 우변에서 전투가 벌어지며 복잡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흑을 잡은 이세돌이 1도 흑 1, 3으로 공격하자 추쥔이 백 4로 반격을 시도한다. 여기서의 변화는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로 여기서부터 이세돌의 수읽기의 진가가 발휘된다. 단순하게 2도 흑 1로 받아주는 것은 백 2로 막아두고 백 4로 차단해서 가, 나 등의 약점이 있어 흑의 다음 응수가 어렵다. 추쥔은 언제든지 백 다를 선수로 활용해서 백 대마를 살릴 수 있다. 이에 이세돌은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법을 선택한다.

3도 흑 1이 좋은 수. 단순하게 하변 백을 압박하는 것 같지만 사실 중앙전투와 연계된 작전이다. 하변 백을 버릴 수 없는 추쥔은 3도의 진행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백 16까지 서로 기세의 진행. 여기서 4도 흑 1로 단순하게 중앙을 살리는 것은 백 2로 흑의 요석 한 점이 잡혀서 흑이 한 것이 없다.

5도 흑 1로 단수치며 임시 흑 한 점이 잡히는 것을 방지하는 수를 생각할 수 있지만 백 4의 차단으로 백 14까지 흑이 힘겨운 싸움이다. 6도 흑 1은 이세돌이 하변 백을 압박할 때부터 준비한 호수. 7도 백 1로 반발하는 것이 최강의 대응. 하지만 흑 12까지 이번에는 백이 곤란한 형태이다.

5도와 비슷한 것 같지만 결정적으로 A와 B의 교환이 없다. 이는 흑의 입장에서 자충의 의미가 있다. 추쥔은 어쩔 수 없이 8도 백 1을 선택한다. 이에 이세돌은 흑 2, 4로 하변 백을 접수한다.

중앙 흑 세점을 버림돌로 활용해 하변에 흑 집이 크게 생기며 이세돌이 우세를 확립했다. 이후에도 이세돌은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결국 추쥔에게 항복을 받아냈다. 이세돌은 삼성화재배 4강에서 중국에 우광야와 결승진출을 다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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