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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회 농심배 세계바둑 최강전 판팅위 vs 강동윤. |
강동윤이 제15회 농심배 세계바둑 최강전에서 한국의 두 번째 주자로 나서며 판팅위의 4연승을 저지했다. 중국의 첫 번째 주자로 출전한 판팅위는 일본의 아오쯔텅, 한국의 최기훈, 일본의 안자이 노부아키에게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으로선 우승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 흐름을 끊어줄 에이스가 필요했고, 한국은 두 번째 주자로 강동윤을 출전시켰다. 두 기사는 첫 번째 대결. 초반 흐름을 판팅위가 주도했다. 실리를 좋아하는 강동윤이 초반에 지나치게 실리에 집중하는 사이 판팅위는 두터움을 바탕으로 우세를 점했다.
하지만 강동윤은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끈질기게 추격하며 판팅위를 압박했고, 우세를 의식한 판팅위는 다소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중반이 끝나고 후반에 접어들 무렵 강동윤은 판팅위를 흔들어 놓는 멋진 끝내기를 선보인다.
이로 인해 바둑은 미세해졌고, 강동윤은 마지막에 필사적으로 패를 버티며 결국 반집 차이로 역전에 성공한다. 계가를 한다면 반집패라는 것을 인식한 판팅위는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돌을 거두게 된다. 제7회 응씨배에서 박정환을 물리치며 우승하는 등 최근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판팅위는 이번 농심배에서 9연승이 목표라고 인터뷰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10연승을 거두면 대회가 끝나기 때문에 9연승을 하겠다는 것은 도발적인 인터뷰였다. 하지만 한국 바둑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다. 강동윤은 한국 바둑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며 최근 세계 바둑계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에게 분명한 일침을 가했다.
농심신라면배에 세 번째로 출전한 강동윤은 2008년에 열린 제 10회 대회에서 최다 연승 기록인 5연승을 거두는 등 6승 2패로 농심배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팀이 필요할 때 승리를 선사한 강동윤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지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강동윤의 승리와 함께 1차전은 끝이 났다. 한국은 1차전에서 1승 1패를 거두며 4명이 살아남아 3승 1패를 기록했지만 역시 4명이 남아있는 중국에게 크게 밀리는 부분이 없다. 일본은 3명만 남은 상황. 2차전에서는 강동윤과 일본의 고노 린과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강동윤은 중국 선수를 한 번 더 이겨야 되지 않겠느냐며 2차전에서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주)농심에서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총규모는 10억 원, 우승상금은 2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이다. 2차전은 12월 2~7일까지 부산에서 펼쳐진다.
김효정, 첫 여성 프로기사 회장 당선
사상 처음으로 여성 프로기사 회장이 당선됐다. 10월 31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제31대 정기 프로기사총회에서 김효정 2단(32)이 양건 9단(38)과 경합을 벌인 끝에 승리를 거두며 프로기사회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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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정 신임 기사회장 |
이번 선거에는 투표권이 있는 18세 이상의 프로기사 206명이 참여하여 이 중 105표를 얻은 김효정이 96표를 받은 양건을 9표 차이로(기권 5표) 제치며 기사회장이 됐다. 첫 여성 기사회장이라는 부분도 그렇지만 김효정은 역대 기사회장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최연소 기사회장이다.
김효정 기사회장은 당선 소감을 밟히는 자리에서 떨리는 심정을 표현하며 1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 차이가 큰 기사회에서 모든 세대에 두루 귀 기울이며 소통하는 기사회장이 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한편 제31회 정기 프로기사총회에서는 지역연구생 입단 증원에 관한 안건에 대해서도 논의가 됐고, 표결에 의해 통과되어 지역바둑의 발전을 위해 2014년부터 지역 연구생 정원을 현재 1명에서 2명(19세 이하 1명 + 15세 이하 1명)으로 늘리게 되며, 2015년에는 총 3명(19세이하 1명 + 15세 이하 2명)으로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퇴역기사 내규 변경에 관한 사항도 논의 됐고, 이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퇴역기사 내규 변경 건의 주요 사항은 앞으로 은퇴하는 기사에게 프로 대회 출전 및 기본적인 제한은 두지만 명예 프로기사로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내용이다. 위에 두 안건은 한국기원 이사회에 상정되어 통과되면 그대로 시행하게 된다.
제15회 농심신라면배 본선 4국
흑: 판팅위 백: 강동윤
결과: 294수 백 불계승
제15회 농심배에서 판팅위와의 대국에서 보여준 강동윤의 추격하는 힘은 정말 대단했다. 검토실에서도 포기한 대국을 추격하며 미세한 바둑을 만들었고, 또한 마지막에 반집을 찾아내며 끝내 역전승을 거둔 강동윤의 추격전을 함께 조명해보자.
1도를 살펴보자. 이 무렵 검토실에서는 흑이 반면 10집 정도 유리하는 평가가 내려졌다. 하지만 강동윤은 노림수가 있었다. 흑 1에 붙이는 끝내기는 큰 자리지만 결과적으로 가에 곳에 지켜두는 것이 이기는 길이었다. 2도 백 1이 강동윤이 노리고 있던 멋진 수. 이 수로 인해 바둑은 순식간에 미세해진다.
3도 흑 1로 차단하는 것은 백 2로 들어가 백 4다 선수가 된다. 백 8까지 흑이 당하는 모습. 4도 흑 1로 차단하는 것도 백 2로 중앙을 차단하고자 하는 수가 선수여서 백 10까지 흑이 안 되는 그림이다. 5도 흑 1로 물러나는 것은 자체로 흑이 당한 모습. 백 4로 손을 돌려 백 만족이다.
판팅위는 고심 끝에 6도 흑 1로 두는 수를 선택했고, 강동윤은 백 10까지 선수로 이득을 보고 백 12의 큰 자리로 손을 돌렸다. 우변에서 백이 이득을 보면서 이제 바둑은 미세한 반집승부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판팅위가 반집이라도 유리한 상황.
그러나 마지막 잔 끝내기 단계에서 판팅위의 치명적인 실수가 등장한다. 7도가 실전진행. 아무 문제없는 진행으로 보이지만 판팅위는 이 과정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흑 1이나 5로 8에 곳에 둔다면 판팅위의 반집승이었다. 흑 1로 8도 흑 1에 곳에 둔다면 실전과 비교해서 집으로는 똑같지만 A에 곳에 먹여치는 등 팻감 2개가 생겨서 흑승이다.
실전은 강동윤이 패를 버티며 팻감 하나 차이로 반집승을 거두는 상황이 연출된다. 9도는 이어지는 실전진행. 흑 15까지는 쌍방 최선의 끝내기이다. 여기서 백 16으로 버티는 수가 승착. 단순하게 10도 백 1로 패를 이어 두는 진행은 흑 2의 마지막 끝내기를 판팅위가 차지하여 흑 반집승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강동윤이 마지막 끝내기를 두며 패를 버텼기 때문에 패를 이기면 백 반집승을 거두게 된다. 팻감을 쓰는 과정에서도 강동윤의 침착함이 드러난다. 11도 백 14가 좌하귀에서 팻감을 하나 더 만드는 묘수. 무심코 그냥 먹여치는 팻감을 쓰면 팻감 하나 차이로 반집패를 당한다.
강동윤의 정확한 팻감으로 인해 판팅위는 12도 백 14가 놓이자 항복을 선언한다. 흑은 a와 b 백은 c와 d에 각각 팻감이 두 개씩 남아있는 상황. 흑이 팻감을 쓸 차례이기 때문에 팻감 하나 차이로 패는 백승이며 계가를 했다면 백 반집승이었다. 검토실에서도 포기했던 후반에 강동윤은 포기하는 않고 끈기와 집중력을 보이며 역전승을 거두었다. 11도: 4-△ 6-1 10-□ 13-7 12도: 4-△ 8, 14-□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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