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토레스의 부활, 첼시 상승세 견인할까

문화 / 이희원 / 2013-11-05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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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유럽축구읽기⑫ 돌아온 토레스와 무리뉴의 ‘환상 교향곡’
▲ 강호 맨시티와의 리그 경기에서 원맨쇼로 승리를 이끈 첼시의 페르난도 토레스(사진 오른편)에 지시하는 무리뉴 감독ⓒNewsis/Xinhua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시즌 중반을 치달으면서 상위 TOP랭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중위권으로 추락하며 주춤한 가운데 상위 TOP랭커는 아스널, 첼시 그리고 리버풀로 새롭게 물갈이됐다.

리그 선두권에 올라선 팀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팀은 바로 주제 무리뉴(50)가 이끄는 첼시다. 지난해 선두 도약에서 흔들렸던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첼시는 최근 10월에 열린 전 경기(6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단숨에 리그 2위에 올라섰다.

이렇듯 첼시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원톱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29)이다. 토레스는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챔스) 조별예선과 강호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무리뉴의 믿음에 화려한 부활을 신고한 토레스, 올 시즌 첼시의 중흥기를 이끌 것인가.


2경기 연속 빅매치 3골 1도움..돌아온 토레스 첼시 원톱 자리매김
지략가 무리뉴 ‘약팀에 강공, 강팀엔 수비 주력’ 실리적인 코칭 성공적

“경기를 본 관객이라면 오늘의 토레스가 엄청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계속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토레스는 완벽히 부활했다” 맨시티와의 경기 직후 무리뉴 감독의 인터뷰 일부다.

27일(현지시각) 잉글랜드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첼시 깃발과 함성이 거세게 몰아쳤다. 2013-2014 EPL 9라운드 경기에서 첼시는 강호인 맨시티를 상대로 페르난도 토레스의 드라마틱한 역전골에 힘입어 2-1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첼시에게 이날 승리는 어느 때 보다도 남달랐다. 최근 리그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간 첼시는 승점 20점(6승2무1패)에 도달해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경기의 주인공은 다비드 실바(27,맨시티)도 에당 아자르(22,첼시)도 아닌 토레스였다. 경기서 그는 자신이 월드클래스임을 입증하는 데 무리가 없는 환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토레스는 전반 33분 안드레 쉬를레(22)에게 어시스트를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이끌었다.그는 오른쪽 사이드에서부터 발 빠른 돌파로 맨시티의 수비진을 따돌린 뒤 페널티 박스 앞에 있던 쉬를레에게 이를 정확히 패스해 골망을 흔드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후반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게로(25)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경기를 마무리 짓는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했던가. 끝날 것 같던 후반 90분 토레스가 전광석화와 같은 역전골로 조하트(26)의 철벽수비를 무너뜨리며 스탬포드 브릿지를 승리의 함성으로 채웠다.

페널티 박스 외곽에 있던 그는 맨시티의 수비수 마티야 나스타시치(20)가 골대를 향한 골을 잘못 걷어내자 이를 놓치지 않고 발 빠른 가속력으로 공간을 파고들어 오른발 슈팅을 완성시켰다. 극적인 승리를 연출한 것.

그렇다. 항상 언급하는 얘기지만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공격수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토레스는 2개의 공격 포인트를 추가시키며 과거 리버풀의 영웅이던 그로 돌아가고 있었다.

▲ 22일 챔스 조별예선 샬케04와의 경기에서 전광석화와 같은 골을 성공시킨 페르난도 토레스가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Newsis/Xinhua

토레스 부활이 남다른 이유

맨시티전의 맹활약은 이미 예견됐었다. 깊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토레스는 22일 UEFA 챔스 E조 예선 샬케04와의 원전경기에서도 멀티 골을 성공시키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2경기 연속 활약을 보여준 토레스의 부활은 첼시에게는 값진 결과임에 틀림없다. 챔스 원정 승리로 조 선두에 올라섰으며 맨시티를 누르며 리그 2위에 오르는 소득을 이뤄냈다.

여기서 토레스의 부활에 의문점이 생긴다. 늘 그랬듯이 토레스는 좋은 경기를 보이다가도 다시 리바운드된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하루의 경기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챔스와 리그 강호를 만난 경기였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무엇보다도 토레스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경기 내내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고 이는 곳 경기력으로 입증됐다. 특히 전반 1도움 성공 후 상대팀 수비수를 제치고 날린 유효슈팅은 토레스의 ‘역대급’ 슈팅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팽팽히 맞선 양 팀의 긴장감이 흐르는 경기 가운데서 터진 토레스의 역전 골은 과거 리버풀 시절의 그를 떠올리고 있었다. 빠른 스피드, 발 빠른 돌파력 그리고 움직임, 여기에 환상적인 슈팅까지 적절하게 배합되면서 토레스는 이날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스포츠언론들은 그에게 일제히 평점 9점을 올렸다.

시즌 초반, 여름 이적 시장에서 첼시에 둥지를 튼 사무엘 에투(32)의 활약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그는 디디에 드록바(37)를 대체시키고자하는 코치진의 신임에 화답하지 못했다.

결국 리그 2라운드 출장에 그친 그는 6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을 이어갔고 2경기 선발에 그쳤다. 팬들은 팀 내 최고 이적료(5,000만 파운드)를 챙긴 그가 몸값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물론 아직까지 드록바의 완벽한 대체자원이 된 선수는 없다.

앞서 겨울시장에서 넘어온 뎀바 바(28), 그리고 에투 여기에 토레스까지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토레스가 부활한다면 흐름은 다시 달라진다.

토레스의 부활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눈에 띄게 늘어난 유효 슈팅 횟수다. 최근 2경기에서 무려 9개(샬케04 4개, 맨체스터 시티 5개)의 슈팅을 날리며 의욕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경기 당 2개 미만에 머물렀던 그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까지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남달랐다. 특히 2선이나 측면으로 이동할 때도 패스와 드리블을 멈추지 않은 채 이전과 같이 최전방에서 골 기회를 기다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최전방에서 일방적으로 고립되지 않은 점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자신의 부진 탈출을 위한 시도를 하려는 대목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토레스가 완전히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골 그리고 연계 플레이를 통한 첼시 우승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뚜렷한 성과를 내주는 그가 첼시의 원톱 공격수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곧 첼시의 중흥기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말이다.

▲ 맨시티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페르난도 토레스와 동료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Newsis/AP

무리뉴의 당당한 행보

첼시가 부활했다. 원톱 공격수의 부재라는 고질병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했던 무리뉴의 첼시는 토레스의 화려한 부활로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는 바로 ‘스페셜 원’무리뉴가 있다.

그는 부활한 토레스를 원톱으로 끊임없이 기용하면서 ‘신임’을 보냈고 토레스의 화려한 부활을 만들어냈다.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첼시는 10월에 열린 6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아스널에 이어 2위에 올라선 리버풀을 제치고 단숨에 2위에 올라섰다.

첼시는 이제 철벽같던 아스널의 1위 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바로 30일 열린 캐피탈 원컵 16강(4라운드)경기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승리(2-0)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선두를 물리쳤다는 것은 경기 하나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

시즌 초반, 선수들의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지적을 받아온 그이기에 최근 팀의 활약은 남다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친정 첼시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수비지향적인 색을 첼시에 입히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과거 FC 포르투, 첼시(2000년대 중반),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를 지휘하면서 수비에 치중했던 무리뉴는 마드리드 당시 팀의 연속성을 위해 공격 지향적인 팀 컬러를 유지했다. 다시 첼시로 돌아온 그는 보다 실리적인 점에 초점을 맞춘 채 선 수비-후 역습을 중시하는 모양새다.

최근 첼시의 골 장면만 살펴봐도 역습 과정에서 빈번한 득점력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까지 첼시는 원톱 공격 라인인 아자르와 오스카(22) 그리고 후안 마타(25)와 같은 개인기가 뛰어난 이른바 ‘테크니션’들에 비중을 주면서 공격 기회를 주도했다.

전형적인 역습의 장면은 아니지만 상대팀 진영에서 기습적인 슈팅으로 골을 넣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아스널전에서 두 번 째 골을 터뜨린 마타가 그 대표적인 예다. 공격수이지만 수비라인까지 내려가 활발한 활동을 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골 부진에 시달렸던 토레스가 최전방 페널티 박스 앞에서 골 찬스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골 기회를 창출하며 득점의 원동력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첼시는 이제 든든한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이 지략가 무리뉴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전술 하나만으로 팀이 바뀔 수 있음을 입증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무리뉴는 꾸준히 4-2-3-1을 고수하고 있다. 수비력이 뛰어난 쉬를레는 왼쪽 윙 포워드로 내세우는 한편 아자르는 오른쪽으로 포지션을 이동했고 원톱 공격수에 토레스를 세웠다. 이기적인 공격 플레이를 고수하지 않은 첼시 공격진들은 무리뉴의 포메이션에 서서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스페셜 원’ 무리뉴의 이 같은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리적인 팀 색을 유지해 약팀 간 경기에서 보다 많은 공격 기회를 노리는 반면 빅매치에서는 수비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 최근 세 번의 빅매치에서 상대팀에게 공격 점유율 면에서 밀렸지만 승리한 첼시가 리그는 물론 챔스 우승까지 노려볼 만한 이유다.

여기에 4개 대회(리그, 컵, 유로파, 챔스)를 병행해야하는 체력적 부담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타 팀에 비해 선수층이 두터운 첼시는 상승 가도를 달리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토레스의 부활로 원톱 공격수를 내세운 첼시는 스페셜 원의 지략과 선수들의 팀플레이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유럽 축구의 최강팀이 될 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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