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반전, 이세돌 누른 목진석 ‘승승장구’

문화 / 백대현 프로 8단 / 2013-11-19 10:59:45
  • 카카오톡 보내기
프로기사 백대현의 바둑읽기, 그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 2013 olleh배 4강전 목진석(오른쪽) vs 이세돌

[일요주간=백대현 프로 8단] 괴동 목진석, 거함 이세돌 침몰시키며 olleh배 결승진출

목진석이 이세돌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11월 14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3 olleh배 6라운드(준결승)에서 목진석이 323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세돌에게 흑 7집반승을 거두며 오랜만에 결승무대를 밟았다.

초반 주도권은 이세돌이 잡았다. 실리와 세력이 대조를 이루는 모습, 하지만 목진석의 세력보다는 이세돌의 실리가 더 돋보였다. 대국 중반 목진석은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이세돌의 안정적인 타개로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며 실리의 차이는 더욱 심화됐다.

후반에 접어들 무렵 목진석의 패색이 짙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승부는 끝나는 순간까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세돌의 욕심이 문제였다. 이세돌이 완성하지 못한 좌변 백 대마를 안정적으로 둘 기회는 여러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소홀히 했고, 목진석은 좌변 백 대마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마지막 흔들기를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패가 발생했고, 패를 하는 과정에서 이세돌의 패착이 등장해 순식간에 바둑은 역전되고 만다.

사실 바둑계 관계자들은 이세돌의 결승 진출을 거의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예상은 이세돌의 성적에 기인한 것이다. 이세돌은 이 대국 전까지 olleh배에서 25승 3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중 3패도 2010, 2011, 2012년 결승 5번기 중의 패배였고, 이러한 패배가 이세돌의 우승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추격하는 목진석이 거함 이세돌을 끝내 무너뜨린 것이다. 괴동이라는 별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전투적인 스타일에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모험을 즐기는 목진석은 최근 외목 포진을 즐겨 사용하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목진석은 올해 LG배, 물가정보배, olleh배 등 5개 기전 본선에서 활약 중이며 11월 기준으로 랭킹 10위권 진입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결승전에서는 먼저 결승에 선착해 있는 김지석과 타이틀을 놓고 결승 5번기를 벌이게 된다. 목진석은 꾸준하게 공부한 것이 최근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결승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지난기 결승은 이세돌 9단이 최철한 9단을 3-1로 꺾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었다. 2013 olleh배는 KT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하며 우승상금은 1억2,000만원, 준우승상금 5,000만원이며, 제한시간은 1시간에 초읽기 40초 3회가 주어진다.

결승 1국은 18일(월), 2국은 20일(수), 3국은 21일(목)에 열릴 예정이며 4국과 5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30일 열리는 olleh배 부산투어에서 한 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91년생 동갑내기 저우루이양, 퉈자시 제18회 LG배 결승진출

11월 11, 13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 특별 대국실에서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8강전과 4강전이 벌어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 16강에서 모두 탈락해 8강에는 한명도 오르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중국 6명, 일본 2명이 8강에 진출한 가운데 8강전 4판의 대국 중 중일전 2판에 특별히 이목이 집중됐다. 최근 세계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일본은 이번 대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특히 일본의 최강 투톱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마유타, 다카오신지가 8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투톱이 중국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야마유타는 천야오예에게 무릎을 꿇었고, 다카오신지도 퉈자시를 넘어서지 못했다. 중중전으로 치러진 2판의 대국에서는 저우루이양이 리친청에게 승리를 거두었고, 리저가 샤천쿤에게 승리를 거두며 4강을 밟았다. 결국 4강은 중국이 모두 독식했다.

▲ 제18회 LG배 8강전 퉈자시 vs 저우루이양

4강 대진은 천야오예와 저우루이양, 리저와 퉈자시의 승부가 펼쳐졌다. 대망의 결승에 오른 주인공은 91년생 동갑내기 저우루이양과 퉈자시였다. 천야오예는 저우루이양에게 사실상 완패를 당했다.

올해 중국에서 처음 열린 세계대회인 제1회 백령배에서도 천야오예를 3-0으로 꺾고 세계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던 저우루이양은 천야오예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며 두 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퉈자시는 그동안 세계대회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한국 바둑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 하지만 세계대회 결승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선 32강과 16강에서 한국의 이창호와 이세돌을 꺾었던 퉈자시는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은 3번기로 치러지며 2014년 2월 10일(월), 12일(수), 13일(목)로 일정이 정해졌다. 그러나 장소는 아직 미정.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은 1억 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제한시간 각 3시간, 초읽기 40초 5회가 주어진다.

중국은 이번 대회까지 6년 연속 우승을 결정지으며 LG배 최다 우승 기록(8회)을 수립했다. LG배는 주최국 한국이 7회 우승을 기록했고, 일본이 2회, 대만이 1회 우승했다. 한국은 제12회 대회에서 이세돌이 정상에 오른 이후 LG배와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8강전
흑: 퉈자시 백: 다카오신지
결과: 275수 흑 4집반승


제18회 LG배 본선 8강전 중국의 퉈자시와 일본의 다카오신지의 대국에서 다카오신지의 묘수가 등장한다. 퉈자시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묘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자.

초반은 팽팽한 흐름이다. 이제 막 중반으로 접어드는 시점에 백을 잡은 다카오신지는 1도 백 △로 우변 흑을 압박하며 공격을 감행한다. 단순하게 2도 흑 1로 받아주는 것은 백의 의도이다. 백 2로 늘어두고 백 4로 마늘모 당하는 것이 아프다. 백 6까지 흑이 답답한 형태. 단순하게 받아주기 싫다고 3도 흑 1로 차단하는 것은 무리다.

백 2로 막아두고 흑 3으로 차단할 때 백 4, 6, 8로 움직여 나가서 흑이 곤란한 형태이다. 퉈자시는 고심 끝에 4도 흑 1로 먼저 붙여가며 백의 응수를 묻는다. 백이 물러선다면 자체로 이득이 된다. 다카오신지가 백 2로 막아서자 흑 3을 선수로 교환하고 흑 5로 치받아 두어 약점을 선수로 보강한 후 흑 7로 차단을 감행한다.

여기까지 보면 공격이 무위로 끝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다카오신지는 준비된 묘수가 있었다. 5도 백 1의 단수에 이은 백 3의 치중이 묘수. 검토실에서도 이 수를 보고 감탄이 쏟아졌다. 6도 흑 1로 두면 돌이 잡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백 2로 밀고 나가 흑 3에 백 4, 6, 8로 돌리고 차단하는 수가 좋아 백 12까지 흑이 망한 형태이다. 백 △와 흑 1의 교환이 되어 있어 우변 흑 대마가 기분 나쁜 모습이다. 7도 흑 1로 단수치는 것은 백 2로 백의 요석이 살아간다. 이 역시 우변 흑 대마가 아직 못살아 있어서 백 우세. 결국 실전에 퉈자시는 8도를 선택했다.

흑 1로 젖혀두고 흑 3, 5로 버리는 작전을 선택한 것이다. 우변은 잡혔지만 뒷맛이 남아있고 중앙에 두터움을 확보했다. 다카오신지가 멋진 묘수로 우변에서 제법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퉈자시도 어려운 순간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냉정한 선택을 했다. 묘수를 둔 다카오신지도 대단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은 퉈자시도 대단한 것 같다. 다카오신지는 우세한 상황을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퉈자시가 만약에 다카오신지의 묘수에 흔들려 승부를 서둘렀다면 이러한 역전승은 없었을 것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백대현 프로 8단

다른기사 보기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