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존심을 건 한판대결 막 올라

문화 / 백대현 프로 8단 / 2013-12-03 09: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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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백대현의 바둑읽기, 그 서른 번째 이야기
▲ 10번기 이세돌 vs 구리
[일요주간=백대현 프로 8단] 이세돌과 구리의 10번기 공식 조인식

이세돌VS구리 10번기 공식 기자회견이 11월 24일 베이징 콘래드호텔에서 열렸다. 그동안 바둑계의 중요 화두로 거론된 이세돌과 구리의 10번기가 공식적인 출발을 알린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중국기원의 류스밍 원장, 주최 측인 장쑤헝캉가구과학기술유한공사의 니장근 회장, 한국기원의 양재호 총장 그리고 대국 당사자인 이세돌과 구리가 참석해 세계 바둑계는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두 기사는 1983년생 동갑내기이며 그동안 세계대회에서도 수차례 격돌했다. 두 기사 모두 전투적인 기풍도 비슷하고, 개인전적도 비슷하며(이세돌이 1승 앞서고 있다) 승부를 떠나서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기도 하다.

특히 두 기사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는 양국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중국기원 류스밍 원장은 “바둑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10번기가 드디어 2014년 시작하게 됐다. 현 바둑계의 흐름을 살펴볼 때 두 사람의 10번기 대결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70년 동안 10번기 시합의 맥이 끊어졌었는데 이번에 두 기사의 의지와 주변의 도움으로 과감하게 진행하게 됐다. 최근 젊은 기사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종합적인 실력을 볼 때 아직은 이세돌과 구리가 앞서는 것으로 본다. 이번 시합은 니장근 선생의 굳은 의지로 인해 성사된 것이다. 이번 대결은 그 어떤 시합보다 특색 있고, 상금도 크기 때문에 두 기사의 승부 본능을 자극할 것이다. 두 기사 모두 자신의 명예를 위해 좋은 대국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니장근 회장은 “나는 금년이 되어 비로소 10번기의 감동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구리가 말한 것처럼 이것은 정말 벼랑 끝 전투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바둑계의 많은 관심을 끌기 바라며 구리와 이세돌이 상금을 떠나서 좋은 승부를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세돌은 인터뷰에서 “설령 이번 대결에서 패해 정상에서 추락한다고 해도 원망이나 후회는 없을 것이다. 구리는 내 바둑 인생에 있어 최고의 선물이다”라며 한 시대를 함께 걸어온 승부사이자 친구인 구리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이세돌은 “지금의 컨디션은 80% 정도라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동안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체력적인 면은 50% 정도여서 보강이 절실하다”라며 자신의 현 시점을 평가했다.

구리는 “이세돌과의 대결이 기대된다. 그와는 60세가 될 때까지 반상에서 겨루고 싶다”라며 10번기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고, 더불어서 “10번기는 내 인생, 바둑의 경지, 프로기사의 생애라는 모든 측면에서 너무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최선의 준비를 했고, 남은 기간도 이번 승부에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을 것이다”라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10번기의 제한시간은 각자 4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다. 10번기는 중국에서 아홉 번, 한국에서 한 번(제4국) 열리게 될 예정이며 먼저 6승자가 나오면 대회가 종료된다.

승자는 상금 500만 위안(한화 약 8억 7,000만원)을 독식하며 패자에게는 공식 상금은 없지만 여비조로 20만 위안(한화 약 3,500만원)이 지급된다.

만약에 최종스코어가 5승 5패면 재대국 없이 500만 위안의 상금을 절반씩 나눠 갖는다. 이번 대회를 후원하는 헝캉가구회사는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을 후원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제1국은 1월 26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Mlily 몽백합(夢百合) 이세돌-구리 10번기’ 일정 제1국 : 1월 26일 중국 베이징 제2국 : 2월 23일 중국 상하이(上海) 제3국 : 3월 30일 중국 청두(成都) 제4국 : 4월 27일 한국 제5국 : 5월 25일 중국 윈난(雲南)성 샹그리라(香格裏拉) 제6국 : 7월 27일 중국 다안(大安) 제7국 : 8월 31일 중국 시짱(西藏)자치구 라싸(拉薩)제8국 : 9월 28일 중국 충칭(重慶) 제9국 : 10월 26일 중국 우시(無錫)제10국 : 11월 30일 중국 핑후(平湖)

김지석 olleh배 품으며 국내대회 2관왕에 올라

김지석이 2013 olleh배의 첫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기전 2관왕에 올랐다. 11월 21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13 olleh배 결승 5번기 3국에서 김지석 9단이 185수 만에 목진석에게 흑 불계승을 거두며 3-0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 2013 olleh배 목진석(좌측) vs 김지석(우측)

결승 3국은 난해한 전투 가운데에도 김지석이 시종 우세한 흐름이었다. 마지막에 좌변에서 수를 본 것이 결정적으로 승부를 갈랐다.

김지석 9단은 우승 인터뷰에서 “3연승으로 끝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결승 2국은 중간에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2국에서 승리한 것이 이번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본다”라면서 “올해는 세계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심기일전해서 내년에는 세계대회에서 뭔가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지석은 올해 4월에 열렸던 제18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에서도 이세돌 9단을 상대로 3-0으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두 번의 완봉 우승. 왠지 김지석의 바둑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한편 대회 네 번째 우승을 노렸던 이세돌을 준결승에서 제압하고 올라온 목진석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목진석은 이번 대회에서 왜목에 이은 특이한 굳힘을 즐겨 사용했다. 그리고 이 전법은 이세돌을 비롯한 많은 강자들을 물리치는데 좋은 무기가 됐다. 하지만 김지석에게는 목진석의 왜목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어느덧 34세의 나이가 되어 조금씩 승부에서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나이, 하지만 이번 olleh배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에서 흡사 신예의 패기와 같은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원조 괴동 목진석이 계속해서 바둑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2013 olleh배 상금은 국내 최고수준이다. 총규모 8억 원에 우승상금이 1억 2,000만 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5,000만 원이다. 본 대회는 KT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하며 제한시간은 1시간에 초읽기 40초 3회가 주어졌다.

2013 olleh배 결승 3국
백 : 목진석 흑 : 김지석
결과: 185수 흑 불계승


결승 3국에서 김지석의 승리의 원동력은 천재적인 수읽기였다. 상대의 작은 허점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김지석의 깊고 날카로운 수읽기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자.

1도가 태풍 전야이다. 백△가 마지막 수. 백이 우변을 살기 전에 공배를 채우는 의미가 있다. 좌변 백 모양이 커서 이대로 계가로 간다면 백 우세로 보인다. 하지만 김지석은 이미 좌변에서 태풍을 일으키는 수를 보고 있었다. 단순하게 2도 흑 1로 차단하는 수는 의미가 없다. 백 6까지 흑 대마가 사는 수가 보이지 않는다.

3도 흑 1, 3이 김지석의 결정타. 이 수로 인해 좌변 일대의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는 4도 백 1의 차단. 이는 흑 2, 4가 선수로 듣고, 흑 6, 8 역시 선수로 교환한 후 흑 10, 12로 돌리는 수가 좋아서 좌변에서 큰 수가 나게 된다.

이에 목진석은 5도 백 1로 한 발짝 물러선다. 하지만 흑 2로 차단하는 수가 김지석의 두 번째 묘수. 여기서 백 가로 단수치는 것은 흑 나로 젖혀서 좌하귀 백 돌이 전부 차단되는 형태이다. 그러면 6도 백 1로 단수치는 것은 어떨까? 얼핏 보면 이 수로 아무수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이는 흑이 흑 2, 4, 6으로 순리대로 진행해서 흑 10까지 수상전에서 흑이 한 수 빠른 형태가 된다.

이에 목진석은 하는 수 없이 7도 백 1의 차단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는 수순만 다를 뿐 앞에서 본 4도의 진행과 동일하다. 흑 16까지의 실전진행. 좌변 흑 대마의 삶을 확인한 목진석은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여기서 돌을 거두었다.

계속해서 8도 백 1로 잡으러 가는 것은 패를 하는 것이 아니라 흑 2로 이어서 완생이다. 흑 4, 6으로 중앙에 모양이 생기고, 흑 8, 10으로 우상귀에서 한 집 모양을 확보한다. 흑 12가 선수여서 흑 14까지 중앙 쪽에서 한 눈, 좌상귀에서 한 눈이 확보된다.

사실 김지석은 앞선 수순에서 약간 안정적으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김지석이 좌변에 수가 나는 것을 미리 보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숨 막히는 초읽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정확한 수읽기로 상대를 KO 시키는 김지석의 놀라운 힘을 느끼게 해준 한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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