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 - 일제시대 반출된 불화, 100년만에 귀환

▲ 100년만에 국내에 돌아온 불화ⓒNewsis

[일요주간=문경원 기자] 일제시대 국내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 반출된 뒤 약 100년간 일본과 미국 등지를 떠돈 조선시대 불화가 귀환했다.

7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실에서 처음으로 이 불화를 공개했다.

1730년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화는 318.5cm*315cm의 대형 불화로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기존의 표현 방식과는 달리 그렸으며, 비단에 채색했다.

대형 사찰의 대웅전 뒤에 중생을 위로하고 교화하는 종교화 역할(후불탱화)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일제강점기에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진 뒤 일본 미술품상 야마나카(山中) 상회에 넘겨졌고, 1930년대 후반에는 미국의 주요 미술시장을 떠돌았다.

미국 버지니아 주 노포크의 허미티지 박물관이 소장했던 이 불화를 지난해 5월초 국외한국문화재 조사 작업을 통해 재단이 발견했다. 해당 불화는 마침 버지니아주 박물관 협회의 ‘2011년 위험에 처한 문화재 10선’에 선정되며 복원과 보존처리 등을 도울 후원자를 찾던 중이었다.

재단은 “이 불화는 조사 결과 국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희귀함과 구성상을 갖추고 있었다”면서 “이런 특징을 갖춘 현존하는 유일본이었으며, 불화의 학술적 가치와 반출 경위 등을 고려해 국내 반환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불화는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에 두고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그려 넣고 10대 제자 중 아난 존자와 가섭존자를 석가모니 부처 앞에 강조한 ‘석가삼존도’ 형식으로 그려졌다.

조선불화 전문가들은 석가모니 부처의 광배나 대의(大依)의 문양 등으로 보아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의 양식이며 삼존의 구도나 보살의 표현(보관과 영락장식)이 1731년에 제작된 송광사 응진전 ‘석가모니불도’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아 이에 따라 제작시기를 1730년대로 추정했다.

그러나 형식은 파격적으로 다르다. 재단은 “기존의 불화들은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가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상단부에 작은 모습으로 묘사돼있는 반면 이 불화는 두 인물이 석가모니 부처의 하단 전면에 크게 부각되어 서로 대화하듯이 극적으로 표현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불화 전문가인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은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는 파격적인 도상양식을 갖추고 있어 미술사적으로도 희귀하지만 학술적 가치 또한 매우 높다”고 평가하며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협시불과 아난 존자, 가섭존자 등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표정 묘사 등은 조선 불화에서 보기 드문 수작에 속한다”고 전했다.

안료 등 불화의 수리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수리하던 기법과 같은 것으로 보이며 1942년 태평양을 건너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 박물관에 잠시 전시되는 등 미국 내 미술관 및 미술품 시장을 떠돌았다.

그러던 중 미국 정부가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내 일본 재산 몰수를 위해 설치한 ‘적국자산관리국’에 의해 야마나카 상회의 모든 미술품이 몰수됐고, 미국 정부는 미술품 모두를 경매에 넘겼다. 이때 불화도 경매가 6,500달러로 1943년 뉴욕 경매시장에 등장했지만 유찰을 거듭하다 1944년 450달러에 최종 낙찰되며 허미티지 박물관에 팔렸다.

이후 불화는 1954년 버지니아 주의 노포크 박물관(현 크라이슬러 박물관)에 20년 동안 장기 대여 형태로 전시됐다가 1973년 다시 허미티지 박물관에 돌아왔지만 둥글게 말려 천장에 매달린 채 사실상 방치된 채로 보관됐다.

재단은 국내로 불화가 다시 돌아올 때 비로써 예술적, 학술적, 종교적 가치도 더욱 커질 뿐만 아니라 복원을 통해 연구와 전시 등 적극적인 활용으로 보다 생명력을 이어 갈 수 있다고 판단해 박물관에 거듭 반환을 요청해왔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한 미국계 기업 ‘라이엇 게임스 코리아’가 허미티지 박물관에 박물관 운영기금으로 3억 원을 기부하면서 귀향이 이루어졌다.

재단 측은 허미티지 박물관이 이 불화에 가치에 대해 약 15만 달러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안휘준 재단 이사장은 “불화 속 인물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점 등을 감안하면 국보급 이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9일 한국으로 돌아온 불화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됐으며 재단은 유물의 성격과 이후 관리 및 전시 활용방안 등을 고려해 대상기관을 선정해 기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이번 불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재단은 “야마나카 상회가 1943년~1944년에 미국 내 미술품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재급 미술품을 판매하다 미국정부에 의해 강제 압류되어 경매에 내놓은 목록과 그 내용의 일부를 확인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국내에서 불법 유출되어 미국 시장에서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미국 정부가 압류했던 야마나카 상회 경매 목록에 대한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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