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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장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캐피털 원 컵 4강전 1차전에서 리그 최하위인 선덜랜드를 상대로 패배직후 그라운드를 떠나는 모습.ⓒNewsis/AP |
강도 높은 압박 모예스식 포메이션...주도권 잡고도 패배
선수 기량에 맞는 역할 부여...해결해야하는 숙제로 남아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2013-2014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가 중반을 넘어 순위권 윤곽이 조심스레 드러나는 가운데 잉글랜드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연패의 늪에 빠진 채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챔스 우승을 거머쥐며 신흥 강팀으로 거듭난 첼시와 올 시즌 1위를 거의 놓치지 않던 아스널, 지난해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가 Top3로 자리 잡은 가운데 7위까지 추락하며 중하위권에서 주춤하는 맨유가 안타깝다.
27년간의 알렉스 퍼거슨(72)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장 데이비드 모예스(50)로 갈아탄 맨유는 퍼거슨 시절 홈구장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으며 올드 트라포드에서 유독 패배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3연패 늪에 빠진 모예스호에 불어 닥친 위기설, 벗어날 수 있을까.
추락하는 맨유에는 날개가 없다?
각종 대회를 포함해 최근 3연패의 수모로 그야말로 위기에 봉착했다. 모예스호는 지난해 연말 6연승의 초고속 질주로 ‘맨유’의 초강세를 드러냈지만 이 역시 반짝하고 말았다.
맨유는 이미 선두권과의 승점차가 11점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선두 경쟁에서 일찌감치 밀려난 바 있다. 지난 1992년 EPL로 거듭난 이래로 3위 아래로 추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올 시즌 맨유는 리그는 물론 캐피털 원 컵 4강에서 만난 리그 최하위인 선덜랜드를 상대로 1-2 패배해 올해 단 한 개의 우승컵조차 힘들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연일 신문지상에서 “창단이후 최대 수모”라는 헤드라인에 “맨유”의 이름이 붙는 것도 이제 어색하지 않다.
불과 한 시즌 만에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최강팀에서 주저앉은 까닭은 무엇일까. 퍼거슨 시절 맨유는 EPL의 절대 강자였다. 지난 시즌 맨시티에 리그 우승컵을 내주긴 했지만 준우승의 맨유에 올 시즌과 같은 위기가 올 줄 예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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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7년 이끌다 퇴진한 알렉스 퍼거슨(사진왼편)과 현 수장 데이비드 모예스 ⓒNewsis/AP |
전술·선수활용 실패 맨유 화살받이 전락 모예스
맨유 모예스호의 붕괴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가운데 원인으로 지목되는 몇 가지는 전술, 전력 보강의 어려움 그리고 선수들과의 어색한 호흡 등이다. 결국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신임 감독인 데이비드 모예스에게 부진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활용이다. 이는 감독의 전술이 승리를 이끄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동일한 선수 진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 그 방식에 따라 팀의 색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퍼거슨 시절과 간단한 비교를 해보자. 퍼거슨호에서 유효했던 압박전술은 수비진들에게 후방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한 후 포지션으로 복귀할 때까지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모예스호는 여기서 차이점이 드러난다. 모예스는 공격권을 상대팀으로부터 빠른 시간 내에 되찾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에 보다 적극적인 압박에 나선다. 공격진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상대팀의 센터백 견제에 나선다. 이에 쉼 없는 전진형 움직임은 상대팀의 볼 컨트롤을 끊어내기에 유효하다.
문제가 드러난 부분은 바로 모예스가 내세운 압박 전술이 완성도가 낮다는 데 있다. 올 시즌 맨유의 실점 분석표를 살펴보면 패턴이 비슷하다. 수비 라인이 퍼거슨 시절 대비 높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상대팀이 공간을 노리며 간결한 패스를 하는 데서 무너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과도한 움직임으로 체력 소모도 무시할 수 없어 조직적인 움직임이 무너지면서 상대팀 선수들의 압박도 무너질 뿐 아니라 상대팀의 패스 한두 번에 수비라인이 붕괴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특히 과도한 체력 소모는 공격 상황에서 맨유 만의 특징인 ‘Pass and Move’(패스 앤 무브 패스하고 바로 뛰어 들어가는)를 드러내기에 어려움이 있다. 페널티 박스 앞에서 상대팀의 수비진과 맞서야하기 때문에 볼을 갖지 않는 선수들의 활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예스의 경우 공격진과 수비진 모두 ‘압박’에 집중하면서 체력이 고갈돼 선수들은 결국 개인적인 기량에 의존하게 되고 상대팀에 공격 패턴이 그대로 읽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 역시 모예스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 감독 간 스타일의 차이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이는 감독 자체의 철학으로 인정해야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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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 중하위권으로 추락한 맨유가 선덜랜드와의 캐피털 원 컵 4강 1차전에서 라이언 긱스의 자책골로 선제골을 내줬다. 이날 맨유는 1차전을 1-2로 패하며 23일 열릴 2차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Newsis/AP |
개인별 기량에 맞는 역할 부여 ‘필수’
그렇다면 맨유 모예스호가 변화를 주어야하는 점은 무엇인가. 애초에 모예스는 전술을 위한 훈련보다는 선수들의 체력 보강에 주안점을 맞췄다. 체력이 곧 전술을 뒷받침할 요소라는 데 중점을 둔 것.
뚜껑이 열리자 맨유를 위기로 만든 것은 체력 훈련조차 밑거름이 되지 못한 힘든 전술의 활용이다. 결국 개인들의 기량에 골 득점을 기대하는 맨유는 모예스의 맨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예스가 맨유에 끌려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맨유는 올 시즌 최악의 기록을 끊임없이 써내려가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EPL이후 첫 3위권 추락은 물론 29년 만에 FA컵 64강의 조기 탈락 수모를 겪었다. 성적이 이렇다보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챔스) 8강 진출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캐피털 원 컵 대회 우승이다. 물론 준결승 1차전에서 패배해 2차전 대승을 거둬야만 하는 부담감은 남은 숙제이다.
이에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전술을 활용하기 위해 선수들의 역할 부여가 필수라는 분석이다. 평균적으로 모예스의 전술은 올드 트라포드(맨유 홈)에서 가장 부진한 태가 드러난다.
이는 공격 지역에서 볼 점유율이 어웨이(원정 경기) 경기보다 5%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압도적인 공격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패배로 이어져 주도권을 잡고도 골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공격진들의 체력 고갈은 결국 선수들의 부상에도 일조했다. 시즌 초반 날을 세웠던 웨인 루니(28)와의 관계도 결국 최전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루니라는 점을 읽은 모예스가 한발 물러서면서 호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모예스식 압박은 부상에서 호전되지 전 루니를 복귀시키는 무리한 발상으로 결국 루니의 부상이 재발하고 말았으며 수비수인 리오 퍼디낸드(35)까지 발목 부상으로 수비진까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EPL득점왕에 빛나는 로빈 판 페르시(30)의 부상은 맨유의 득점 라인과 수비라인까지 무너지는 데 일조했다.
루니가 퍼거슨 시절 공격의 중심이었다면 아스널에서 데려온 판 페르시는 루니와 공격의 양대 산맥을 이룰 완성형 공격수다. 결국 공격의 핵심을 잃은 모예스호는 추락하기 시작했고 수비수인 퍼디낸드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불운은 끝을 모른 채 맨유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퍼디낸드의 대체카드로 떠오른 파비우 다 실바(23)에 있다. 지난 스완지시티와의 FA컵 경기에서 센터 백인 퍼디낸드를 대신해 출장했고 라이트백인 크리스 스몰링(24)을 함께 내세웠다. 하지만 출장 4분 여 만에 레드카드를 받은 파비우의 무리한 태클은 팀의 부진을 보태는 꼴이 되었다.
모예스호의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숙제는 남은 자원을 활용해 최대한의 경기 효과를 뽑아내는 일이다.
무소불위의 맨유를 끌어내린 모예스가 제대로 된 전술과 선수들의 역할 부여로 팀 색을 제대로 녹여내는 것만이 맨유를 살려낼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시즌 중반을 넘어선 지금 맨유가 전통의 강호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예스가 풀어야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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