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김용훈 칼럼니스트] 매 정권마다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우대와 조치는 선심공약처럼 나왔고 작은 군구 선거부터 광역시와 교육감까지 장애인에 대한 보호와 안전조치로 복지와 편의시설을 재차 강조했지만 눈에 띠게 변하는 것은 없고 생색내기용 정책 한 두 가지만 지역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거나 관리부주의와 소홀로 너부러져 있는 것을 탐사나 기획으로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장애인정책을 입법화하여 실행에 옮기는데도 중앙정부와 각시도별에 들어가는 예산문제와 인력문제로 국회상임위에서 위원회와 복지관련 직무단장부터 관할소속공무원까지 각기 각색의 의견을 내놓지만 결국은 또 예산과 인력으로 물 건너 간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 관련해 정책 하나만 수정하여 변화되어도 대단한 입법실행이 된 것처럼 언론에서 크게 떠들어 대는 것이 그리 불쾌하지도 않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시급한 여러 가지 보호와 편의시설조차도 설왕설래하다가 물 타기를 하는 판국에 눈에 보이기 어려운 인권은 오죽할까? 눈에 보이는 장애인 편의시설과 장애인 전용 주차장은 공무원의 관리 소홀과 국민들의 무관심 심지어 버젓이 장애인 전용주차장과 공공화장실을 마음대로 침범하여 들어가는 국민성을 보면 이것은 단순히 국가적 정책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민성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차피 국민의 대표로 발탁되어 나온 것이 국가 고위 공무원이고 의원직들인 아닌가?
몇 해 전 도가니라는 장애인시설에 대한 인권을 다루는 영화가 개봉되면서 온 국민이 충격과 분노로 얼룩져 그해 복지사업의 핵으로 정부는 내내 많은 장애인시설과 보호시설을 재차 점검하고 다시 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를 되짚어 보는 한해로 떠들썩하게 만들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편의 추억 영화처럼 그 흥분과 관심사는 줄어들었고 다시 사회는 자기 일에 빠져있다. 역시 우리 국민성의 장애인에 대한 각별한 관심사는 제도적 한계와 정책적 예산적 한계에 부딪히고 도가니를 보던 눈물샘은 금세 마르고 잊어버리고 말았다.
몇몇 의식 있는 단체와 조직에서 열악하고 비참한 장애인조치에 대해 보호하자며 도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끔직한 일들이 자행되었던 도가니와 같은 유사한 장애인 보호시설을 전국 방방곳곳을 누비며 찾아 조금이라도 부정부패가 있는 곳이라면 관할 구청과 시경에 투서를 통해 고소고발 하지만 처음 도가니가 나온 그 당시만큼의 국민적 관심사를 이끄는 데는 감정이 이미 다른 곳으로 많이 가 버렸다, 결국 도가니는 잠시 감동적이거나 사회 부조리에 고통 받는 소수자들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으로 카타르시스와 같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한편의 흥미로운 영화로 끝났다.
오히려 재건축 재개발 그리고 노사 간의 임금과 복리후생문제로 인한 노동자의 현실문제가 투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유치원과 학원과 같은 교육에 더 집중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현실적인 관심사로 정치인에게도 또한 인권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도 당장 급한 업무와 관리의 의무로 더 중요하게 작용될 뿐이다. 대한민국 곳곳의 장애복지시설에서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뿐 아니라 거리 부랑자가 최후의 보류대상으로 마지막 선택인 복지원을 찾아가지만 복지원이 아닌 지옥원으로 그 어떤 복지단체보다 따듯한 보살핌과 온정이 필요한 그들에게 수십 년간 알지 못하는 강제수용과 중노동은 물론이고 구타와 감금 성폭행 그리고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싸늘한 죽임을 당하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그때의 도가니로 인한 슬픔과 감동의 부조리 인식은 잠시 동안이었고 이제는 사회일상의 한 부분인 듯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장애인이나 중증환자에 대한 사랑과 연정의 손길이 필요한 보도가 나오면 잠시 집중하여 보다가도 보도되는 프로그램이 끝나거나 식상하면 채널은 곧장 돌아가고 먹먹한 마음을 정화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금세 박장대소를 해대며 낄낄대고 말거나 신인 배우와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관심사와 호기심으로 인터넷 자판이 바빠지는 작태이다.
며칠 전 박 대통령이 보호대상이 되어야할 장애인과 거리의 부랑자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조치를 단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박대통령은 전국에 무허가 시설은 물론이고 허기가시설과 평소 평판이 좋다고 소문난 장애인 시설까지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속일수가 있으니 철저하게 단속과 감시를 주문하였고 세심한 관리감독으로 현재 열악한 장애인 편의시설과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태를 조사하여 그에 상응하는 처벌과 관리를 해야 한다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대통령의 시행명령이 떨어졌다.
특히 심리적 표현과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거나 중증 질병까지 안고 있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장애인 뿐 만아니라 그의 가족들과 가능한 관련된 사람까지 일일이 전수조사해서 극단적인 사고가 나오지 않도록 예방과 근본대책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지금까지 외관상 볼 수 있는 장애인과 심신미약자들의 관리체계를 좀 더 심도 있게 접근하고 확대하여 육체적 불편함과 애로사항뿐만 아니라 인권과 심리적 관리감독이 가능하도록 대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하여 제법 복지정책의 변화에 기대를 품게 하였다.
전국에 곳곳에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중증 질병까지 앓고 있는 장애인을 둔 가족들은 많은 자금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로 하지만 사회보장제도의 한계와 현실적인 예산부족으로 인해 국가적 차원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실정이고 그로인해 장애를 둔 가족들이 제대로 일 같은 일을 하지도 못한 채 장애가족을 돌보는데 평생을 매달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다 견디지 못한 가족들은 장애를 가진 가족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한파로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시절에 장애를 둔 가족들이 살아가기란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 게다가 중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라면 단 한순간의 방심도 해서는 안 되기에 가족 중 한명은 장애 가족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한사람을 부양하기 위한 일을 도맡아야하기에 경제적 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고통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안타까워하는 감정만 남발하지 도움이 되어주지 않고 있다. 더욱이 표현하기 힘든 장애인과 가족들을 이용하려는 불온한 세력들이 장애인을 시설로 데리고 와 국가보조금을 자신들의 사리사욕으로 착취하고 어린아이부터 노인 그리고 중증질병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악의적인 계획으로 돈벌이로 삼는 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전 국민을 분노케 한 도가니가 상영된 지 어느덧 3년이 지나갔다. 당시를 생각하면 국민성도 정부도 뭔가가 달라졌어야한다. 그러나 도가니 전후로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국회는 제 밥그릇 싸움에 정신이 없고 국민들은 스마트 폰으로 채팅과 사랑의 문자나누기에 여념 없다. 이유 있는 사회 명분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 사회가 지금은 모두가 그때그때 그저 격한 감정을 내세우다가도 금방 식어버리는 냉정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도가니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한 움큼 닦아대는 국민들은 지금은 예능프로그램 앞에서 폭소를 하고 있다. 이런 사회의 민심과 얇은 감정으로는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오히려 유명연예인들이 장애인집 앞에서 인증 샷으로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빠를 것이다.
장애인은 우리와 다른 존재의 인간이 아니며 펜스를 치고 격리를 해 두어야하는 존재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자유를 가져야하고 권리를 주어야 그나마 힘내어 살 수 있는 우리의 어려운 이웃이다. 잊어버릴만한 때마다 공익방송과 캠페인으로 잠깐 쇼에 눈물을 흐리며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에 후련해 하지 말고 수시로 그들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사회적 체계와 국민의 감동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국민들도 잘 모르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대통령이 언급한 만큼 기대는 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발성에 끝나는 성심성 이벤트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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