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식품용기 생산 선구자적인 기업으로 우뚝
[일요주간=이수근 기자] 지난 수십 년 동안 석유화학을 원료로 사용하는 범용 플라스틱(합성수지)으로 만들어진 포장용기, 컵, 접시 같은 일회용 물품의 남용으로 인해 환경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일회용 식품용기에 담긴 즉석 식품을 즐겨먹는 현대인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버린 비닐봉지, 플라스틱 등의 오염물질이 분해돼 사라지기까지 수백 년에서 천년 이상 걸리다보니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닐봉지를 먹이로 알고 삼켰다가 죽는 조류가 연간 100만 마리에 달하고 같은 이유로 포유류인인 고래나 돌고래 등도 년 간 10만 마리가 죽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같은 환경오염이 불러온 재앙의 그림자 앞에 세계 각국은 친환경 소재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고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이미 20여년 년 전부터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당분을 발효시켜 생산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친화경 합성수진)을 소재로 한 식품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도시락, 돈까스 등 즉석식품에 사용되는 일회용 식품용기를 친환경 합성수지로 사용하도록 법제화해 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의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천연소재 식품용기 사용을 꺼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일회용 식품용기를 생산하는 500여개 업체들 중 천연소재 식품용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5-6곳에 불과하다. 이 중 국내 최초로 친환경 원료를 이용해 천연소재 식품용기를 생산하고 있는 ‘조은플라텍’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요주간>은 국내 천연소재 식품용기 시장의 50%대를 점유하고 있는 조은플라텍 김성수 대표를 만나 국내 친환경 용기 시장의 현주소와 성공신화의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 국내 최초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친환경 합성수진)을 적용해 천연소재 식기용기를 생산한 조은플라텍은 어떤 회사인가요.
▲ 2002년 국내 최초로 친환경 생분해성 포장용기 제품 개발에 성공한 이후 조은기업(1995년 설립)에서 2003년 조은플라텍으로 상호를 변경했어요. 일반인들에게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란 게 생소하게 들릴 텐데 쉽게 말해서 친환경 합성수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용 후 폐기 또는 자연 상태에 버려졌을 때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박테리아, 곰팡이 등)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완전히 분해되는 수지입니다. 반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용기는 석유화학을 원료로 사용하는 범용 플라스틱인데, 이 합성수지는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해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파괴하고 있어요.
저희 회사는 천연소재를 활용한 혁신기술을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 환경과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친환경 일회용 용기를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을 통해 식품용기 포장의 고급화, 선진화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대표님은 환경전도사, 환경CEO 등 환경 관련 별칭을 가지고 계신데,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 2002년경 우연히 난지도(쓰레기 매립지)를 지나가는 데 악취가 진동하는 새까만 용출수가 파이프를 통해 땅 표면으로 새어 나오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난지도가) 쓰레기를 매립한 장소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쓰레기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직접 보니 정말 끔찍했습니다. 이후 지인들을 통해 (석유화학을 원료로 사용한)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일회용품이 노폐물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당시엔 아내와 함께 종업원 서너 명을 고용해 소규모 가내공업 형태로 일회용 식품용기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을 때 였어요. 그러던 중 (일회용 용기를 생산하는) 금형기계를 제작하는 업체 대표를 만나 난지도 용출수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친환경 소재 같은 대체품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걱정스런 얘기를 했더니 (친환경 소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분을 소개해 줘 만나게 된 것이 본격적으로 친환경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분은 경기도 의왕시 인근에 살고 계셨는데 다음날 바로 찾아가서 만났어요. 그 역시 사출(‘틀’을 이용해 동일규격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 분야에서 사업을 해 오다 불황에 접어들자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있던 중이었고 제 얘기를 듣고는 (천연소재를 이용한 식품용기 제작을) 같이 해보자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그분은 미국에서 친환경 원료 수입 루트를 알아보고 저는 국내 일회용 식품용기 생산 업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친연소재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었요.
당시 정부가 일회용 식품용기의 원료를 석유화학에서 친환경 소재로 생산하게끔 유도하던 시기다 보니 관심을 보인 업체들이 많았어요. 한 100여개 업체 정도가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는데 막상 (천연소재 식품용기 생산을) 실행에 옮기는 업체는 거의 없었어요. 관련 업종 대부분이 영세사업자들이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친연소재로의 전환이 쉽지 않았겠지요. 더욱이 천연소재를 활용하는 기술도 전무하다보니 선 듯 나설 기업이 없었죠. 결국 저 혼자라도 먼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2004년부터 천연소재를 이용한 일회용 식품용기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당시엔 천연펄프를 이용한 종이는 생산되고 있었지만 친연소재로 일회용 식품용기를 생산하는 기업은 조은플라텍이 유일했습니다.

천연소재를 활용한 혁신기술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
환경과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친환경 일회용 용기 생산
- 친환경 식품용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 친환경 원료를 납품하는 미국 본사에서 직원들이 직접 우리 공장을 방문해 용기 제작 시 절단하는 과정과 금형이 잘나오게끔 하는 방법 등을 전수해줬어요. 그러나 시작을 해 놓고 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천연소재로 제작한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실패를 거듭했어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용기가) 깨지거나 금이 가는 등 불량률이 높아 첫해 PLA(Polyactic Acid, 천연소재를 사용한 성분해성 플라스타틱)에서만 약 9,000만 원 정도의 손실을 봤어요. 당시 용기가 깨지는 이유를 찾기 위해 (용기에) 여러 형태의 친환경 슬립제(매끄럽게 발라지는 효과를 내는 성분)도 발라도 보고 금형을 바꿔도 보고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다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더군요. 결국 수많은 시도 끝에 완성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어요.
김대중 정부 시절 회, 돈까스, 도시락 같은 즉석요리에 사용하는 일회용 식품용기에 한해서 천연소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대형 매장에 친환경 식품용기가 공급됐어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일이 술술 잘 풀리나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어요. 냉동고에 보관하는 식품용기에서 서리가 끼는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방설(용기 안쪽에 서리끼는 것을 막아줌)이 제대로 안된 거죠. 결국 전 매장에서 제품을 수거하는 소동이 벌어졌어요. 이런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친환경 용기를 생산한 2년째에도 PLA에서 8,000만 원 가량을 손실이 발생했어요. 잇따른 실패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죠. 방설이 안 되는 원인이 슬립제에 있다고 판단하고 여러 형태의 슬립제로 실험을 거듭했고 결국 3-4달 간 고생한 끝에 완벽한 친환경 슬립제를 개발해 방설의 원인을 잡는데 성공했어요.
당시 친환경 용기 생산을 위해 공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10억 원까지 부채가 늘어나 어려움이 많았었죠. 다행히 원료 납품업체와 금형기계 제작 업체 사장님들이 우리의 신용과 장래성을 담보로 수억 원씩 비용과 시스템을 밀어줬기 때문에 조은플라텍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봅니다.

▲ 안타깝게도 미미한 수준입니다. 즉석식품 일회용 용기에는 친환경 합성수지를 사용하게끔 법제화가 되어 있지만 상당수의 업체들이 기존 석유화학 합성주지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천연소재 식품용기로 바꾸면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꺼리고 있는 실정이죠. 최근 불황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기업 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한 것도 한 요인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친환경 용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소량에 그치고 있어요.
앞으로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이 아닙니다. 국내 경기가 안 좋고 중소기업들은 투자할 돈이 없기 때문에 천연소재 용기로 전환을 못하고 있어요. 친환경 용기 시장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행 법규대로 일회용에 한해서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관련 기업들도 과감히 투자하지 않겠어요.

▲ 회사를 지금까지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환경을 우선시하는 경영이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회사의 모토 역시 환경에서 시작해 환경으로 끝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조은플라텍이 국내에서 친환경 용기를 생산하는 선구자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직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2002년부터 2년 간 친환경 용기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2004년부터 매출액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환경이 파괴되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라고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나간다면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줄 수 있지 않겠어요. 친환경 식품용기 사용은 지구를 살리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은 플라텍 Company History>
1995 조은기업 설립
1996 자동화라인 설비 신설
1998 식품포장용기 실용신안 획득
2000 자동화라인 설비 증설
2002 친환경 생(생)분해성 포장용기 제품 개발
2003 JOEUN PLATECH 상호변경
2005 공장 부지확정 이전 및 설비 증설
2009 ISO 9001, 14001 인증획득, 사옥신설
및 부지확장, 자동화 설비 라인 증설
2010 공장 등록
2011 친환경마크(ECO-JE-PLA) 인증 획득
2012 제픔개발 및 연구개발실(R&D Center) 설립
2014 자동화 라인 설비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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