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6일 0시 평양 서성구역 인민무력부
여름밤 음습한 공기가 겹겹이 들어차 있는 지하갱도 전쟁지도총사령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지하실 벽면을 울리고 있었다. 정찰총국 작전국장의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침투의 작전 목표는 일본 북단 북해도홋카이도 섬입니다. 침투인원은 총 560명으로서 5개 지역대로 구분되어 섬 중앙에 길게 뻗어 있는 히다카산맥 일대에서 빨찌산 항일유격전식으로 전개합니다.”
“침투 부대는 정찰총국 예하 제108특공대이며, 작전 암호명은 ‘가오리사냥’입니다.”
브리핑을 듣고 있던 당 군사부장이 질문을 했다.
“각 지역대 편성은 어떻게 조직되어 있소.”
“1개 지역대는 2개 타격대로 구성되고, 각 타격대는 5개 공격조가 있습니다.”
“예. 그리고 1개조는 신속한 기동에 가장 적합한 8명입니다.”
“1개 타격대는 45명이고, 1개 지역대는 108명입니다.”
회의실 중앙에 걸려 있는 김일성과 김정일 사진 아래 앉아 있던 김정은은 피식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좌우를 돌아봤다. 자신의 생일날인 1983년 1월 8일에서 따온 명칭이기 때문이었다. 정찰총국작전국장의 브리핑은 계속 되었다.
“1차 침투는 해상정찰대 선발세력이 8월 16일 02시에 잠수함을 이용해서 먼저 침투하고, 2차 침투는 저고도 기습 침투에 유리한 안둘기AN-2기를 이용하여 8월 18일 자정 0시를 기해 침투 개시합니다. 목표 지역 1차 목표타격 시간은 8월 18일 04시입니다. 기본장비는 신형 AK88 접이식 자동보총과 7호 발사관KPG-7입니다.”
정찰총국은 과거 한국 휴전선 DMZ 후방지역으로 침투해 유격전을 하던 특수게릴라부대 정찰국과 일본인 납치를 주도했던 노동당 작전부요원들을 통합시킨 게릴라부대다. 눈만 멀뚱거리며 듣고 있던 김정은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김영철 동무! 거 왜 하필이면 북해도 섬입니까? 본토의 도쿄를 때리면 보기도 좋지 않습니까? 저것들 옛날 생각하면 100만을 죽여야 시원찮캇시오.”
“그래야지오. 최고사령관 동지. 하지만 말입네다. 우리가 도쿄를 처음부터 공격하면 국제사회 여론도 안 좋고 저 미제 놈들이 UN하고 작당해서 벌떼처럼 우리 평양을 공격하지 않갔시오. 그런데, 북쪽의 구석진 섬을 먼저 때리면 미국 놈들은 아무래도 북해도하고 마주하고 있는 러시아의 눈치도 봐야 하고 병력을 보내기 위해서는 미국은 국회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말입니다.
우리는 그 틈에 미제 놈들과 단기간에 평화 협정을 맺는 겁니다. 이 협정만 맺으면 남조선의 미군 놈들을 죄다 철수시키고 남조선은 그냥 덤으로 주어 먹는 겁니다.”
우측 옆자리 앉아 있던 김정각 인민무력부장이 걸쭉한 목소리로 김정은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김정은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기래 그기야. 이거이 통일전쟁이구만 일본을 치면서 미국 놈들과 담판을 해서 쫒아낸 다음 남조선을 그냥 날로 먹는기야.”
“그렇지요. 우리 수령님께서도 못한 것을. 김정은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저 미제놈들을 남조선에서 몰아낸다 말이지요.”
좌측에 앉아 있던 오극렬이 쉰 목소리로 보충설명을 하면서 거들었다.
김정은은 신이 났다. 자신이 통일의 영웅이자 하나의 국가 체제 아래 탄생하는 첫 영도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웃음기가 가시던 김정은은 갑자기 우측에 앉은 오일정 당 군사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일정, 그는 과거 북한 총사령관 오진우의 아들이다.
“오동지, 그러면 저 남조선 얼간이들이 전연휴전선지역을 통해 북으로 공격해 오지 않갔시오?”
김정은은 한편으론 한국의 북침을 겁내고 있었다. 오일정은 잠시 김정은의 표정을 살핀 후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최고사령관 동지. 저 남조선 국방괴뢰군은 미제 놈의 군사 통제를 받기 때문에 지 멋대로 쳐올라 올 수도 없습니다. 걱정 마시라요.”
국가비상혁명위원회 위원장이자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해 푸른 파도는 잔잔한 물결을 치며 살아 움직이듯 꿈틀거리며 일렁거렸다. 30시간 전 함경도 락원과 마양도 동굴 잠수함 기지를 떠난 상어급 잠수함 4척과 유고급 잠수정 4척에 나눠 탄 해상정찰특공대원들은 캄캄한 바다 속 깊은 곳을 파도에 떠밀리듯 수중 침투를 하고 있었다.
1편대 목표는 홋카이도 세이칸 터널을 파괴하고 대형 전투함정에 자살폭탄을 감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2편대는 하코다테항만으로 접안하여 항만을 봉쇄하고 타격하는 임무였다.
거치른 사내들도 바다에 일렁이는 좁은 잠수함 안에서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구토와 멀미에 시달리면서 버티고 있었다.
잠수함은 기우뚱거리며 계속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가듯 돌진해 갔다. 동해의 깊은 바다는 차갑고 조류는 빠르게 이동했다.
8월이 되면 사할린 북쪽에서 내려오는 리만 해류와 오키나와 남단에서 올라오는 쓰시마해류가 동해에서 충돌하여 이상한 모양으로 레이더 상에 잡힌다. 이것이 조경수역이다. 즉 ‘수괴’라고 불리는 괴물체 모양은 레이더파를 교란시켜 작전부대가 골탕을 먹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동해안은 잠수함 활동의 천국이었다. 잠수함이 레이더에 잡혀도 마치 수괴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과거 소련의 태평양함대 소속 잠수함의 남진을 봉쇄하기 위해 동해 공해상 깊은 해저에 잠수함 탐지봉을 설치한 후 그 음향을 추적하며 인공위성으로 잠수함을 추적해오고 있었다.
일본은 1,000km에 이르는 해안선을 지키기 위해 잠수함 전문 탐지용 P-1과 P-3C 초계기와 대잠 헬기를 이용하지만 바다 속 깊은 곳의 잠수함 탐지확률은 30%에 지나지 않았다.
8월 18일 새벽 03시 혼슈 아오모리
혼슈 북단 오미나토 지방대에서 괴물체 발견 추적 보고가 올라왔다.
단잠을 자던 방위상국방장관은 어떨 결에 긴급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국토교통상입니다. 홋카이도 남단 괴잠수함 건 보고 받으셨죠? 방위상께서 격파 명령을 하달해주셔야 합니다.”
“격파명령은 상대가 우리를 선제공격하기 전에 먼저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선박이나 항공기 파괴명령은 총리대신수상 권한이신 거 잘 아시잖습니까.”
방위상은 자위대법 76조를 상기시키며 선제공격을 자제시켰다.
“예? 전투 중에 법전을 찾으며 합니까 내원 참.”
해안경계책임자 국토교통상이 수화기를 집어던지듯 내려놓았다.
방위상의 단잠은 그렇게 달아났다. 방금 전 자위대 총괄작전사령관인 통합막료장합참의장 코사카 제독으로부터 간단히 상황을 보고 받은 터였다. 방위상은 다시 전화기를 들고 수상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설명을 했다.
“아! 우리 일본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나라잖아요. 상대가 선제발포하기 전엔 안 됩니다. 기다리세요, 아직 괴물체 정체가 확인이 안 됐잖아요.”
수상은 불확실한 물체에 대한 공격이 국제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킬까봐 조심스러웠다.
“놈들의 위치만 추적하다가 저놈들이 먼저 공격을 가하면 그때 우리도 공격하세요.”
수상의 명령을 들은 일본 방위상은 막막하기만 했다. 정체불명 물체에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다니 답답할 뿐이었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속 깊은 곳은 심각했다.
대왕 고래만한 상어급 잠수함은 디젤 엔진을 끄고 숨을 죽인 채 물길을 따라 표류했다. 자신이 추적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수심 300미터 동해 바다는 깊고 차가웠다. 바다 위와 하늘에서는 잠수함 수색작전이 시골장터 같이 소란스러웠다.
잠수함 탐지전용항공기인 신형 P-1과 P-3C에서 투하된 잠수함 탐지용 소나브이는 다이빙하듯 수시로 차가운 바다 물속으로 떨어졌다.
침투하던 1편대 2호함은 고양이 앞의 쥐처럼 숨만 간신히 쉬면서 사태를 파악했다. 십여 분의 시간이 흐르고 잠수함은 갑자기 모든 엔진을 풀가동했다. 스크루는 발악을 하듯 악을 쓰며 힘차게 돌아갔다.
2호 잠수함은 본대와 이탈한다는 짤막한 비상 신호를 날린 후 본대 반대 방향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어 더 이상 시비 걸린 벌레처럼 죽은 듯이 가만히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폭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호위함 아키야마호가 거품을 물며 달려들었다.
덩치 큰 이지즈함 기리시마호도 가세했다. 터지는 폭뢰 물결은 하얀 물기둥으로 솟구치면서 파도를 만들어 잠수함을 흔들어댔다.
잠수함 내부 검은 사내들도 긴장했다. 희미한 조명등 아래 레이더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침투조장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잠수함은 옆구리에서 검은 쇳덩어리를 토하듯이 튕겨 내보냈다.
2.1인치 어뢰는 먹이를 찾은 상어처럼 쏜살같이 곧장 돌진했다.
파도는 맥을 못 추고 풀잎처럼 누우며 물길을 비켰다.
잠시 후 1800톤 아키야마호는 분수처럼 흰 물기둥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아키야마호위함은 구슬픈 비명 소리만 남긴 채 한 순간에 두 동강 나 물 속으로 수장되었다.
물결이 솟구치는 하늘 위에는 고마쓰 제 6항공단에서 급발진한 F-15전투기가 씩씩거리며 선회했다.
잠수함 잡는 귀신 P-1 초계기가 좌우 펀치를 날리듯 수중 어뢰를 투하했다. 다이빙하듯 떨어진 어뢰는 유영을 하며 물살을 가르다가는 표적을 놓치고 한없이 뻗어나가 멀리 사라졌다.
추적하는 호위함에서 뿌려진 폭뢰들이 정신없이 터지며 흰 물기둥이 사방에서 솟구쳐 올랐다. 2호 잠수함은 뒤뚱거리며 동해 바다 깊은 먼 공해상으로 내달았다. 대잠헬기 SM-60J 4대가 교대로 가스통 같은 폭뢰를 두더지 잡듯이 내리꽂으며 떨어트렸다.
잠수함은 술 취한 손님들을 끌고 가는 호객꾼처럼 추격대를 모조리 끌고 먼 바다로 한없이 도주했다. 숨바꼭질하듯 쫓고 쫓기는 수중 추격전을 벌이는 사이 1편대 나머지 잠수함은 홋카이도 쓰가루 해협을 수중어뢰로 봉쇄해 버렸다.
1편대 잠수함에서 뿌려진 충격식 기뢰는 수박처럼 둥둥 차가운 바다위로 떠다녔다. 호위함 하루카제호가 어설피 설치다가 기뢰에 충돌하자 쿵 소리를 내면서 카운터 펀치를 맞은 복서처럼 옆으로 쓰러졌다.
1편대 잠수함 내에서 명령만 기다리던 검은 사내들은 이미 바다 물속으로부터 빠져 나왔다.
그들은 폭약 덩어리 배낭을 짊어지고 차량을 탈취 후 세이칸 해저터널로 향했다. 누워 있는 사다리처럼 길게 뻗은 철로 위에 폭약이 칭칭 감겼다.
30분 후 세이칸 해저 터널은 긴 한숨을 토하듯 검은 연기를 뿜으며 굉음과 함께 폭삭 주저앉았다.
같은 시각 멀리 하코다테 항만에서도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이 연쇄적으로 들려 왔다. 2편대 유고급 잠수정의 자살폭탄 테러공격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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