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국민의당 출범은 매끄럽지 못했다. 창당을 앞두고 야심차게 준비한 외부인사 영입이 문제가 됐다. 국민의당은 이날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 한승철 대륙아주 변호사, 이승호 전 육군 준장, 안재경 전 경찰대 학장을 신당의 주축이 될 새로운 인재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인사들 중 일부는 과거 불미스런 일로 기소 등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허 전 장관의 경우 지난 2003년 채용 청탁을 받고 신입사원 채용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김 전 장관은 2004년 북풍사건 개입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행정관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대검찰청 감찰부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2009년 건설업자로부터 유흥업소 접대와 현금 등을 받은 혐의로 ‘스폰서 검사’ 논란에 휩싸였던 전력이 있었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인사는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해당 인물의 과거 전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음에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안철수 의원이 부정부패가 없는 인물을 영입해 모범을 보이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외부인사 영입 과정에서 검증이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자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됐던 당명 발표에서 허 전 장관과 김 전 장관, 한 변호사의 영입을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결국 외부인사 영입은 5명 중 3명이 빠지면서 반쪽이 됐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철저한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욕이 앞서다보니 오류와 실수가 있었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입당이 취소된 인사들 중 일부가 안 의원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명의 기회나 통보 없이 ‘영입 취소’라는 대국민발표를 함으로써 언론에 의한 인격살인을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로 판결난 사건이 큰 죄인 것처럼 매도된 것은 저에게 큰 충격”이라며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에 정식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야권 정치인들의 쓴소리도 안철수 의원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히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영입대상으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1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 의원이 기존 양당구도를 깰만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지금 압도적인 여당의 정치지형인 상황에서 제3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아직 많이 미흡하다”며 안 의원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안 의원은) 야권 연대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선거라는 것이 어느 정치인 한 두 사람이 책임지거나 그들의 도덕적 잣대를 시험하는 수준이 아니다”며 “정치적인 격변상황이 한 사람의 말 몇 마디 때문에 정리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설에 대해 “우리끼리 자꾸 이렇게 갈라지는 것이 결국에는 (민심을) 이변하겠다는 것”이라며 부인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이합집산 줄세우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도 안철수 의원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천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신당 창당의 물꼬를 튼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에 대해 “아직 국민의당이 어떤 가치와 비전을 추구하는 것인지 좀 불명확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며 “현역 국회의원들이 탈당을 해서 국민의당에 합류했지만 한편으로는 유권자들에 의해서 개혁적이거나 새로운 주도세력이 된다고 평가받지 못하는 그런 분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면서 “그런 분들 가지고 신당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저는 의구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심하게 말하면 자기의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는 데 급급한 사람들을 줄 세우기하거나 이합집산해서 당을 만들 가능성 등에 대해 걱정하고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은 이같은 당 외부의 따가운 시선은 물론 당 내부적으로도 해결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7일 더민주를 탈당한 김한길 의원과 신당의 향후 구도를 놓고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박준영 전 전남지사, 더민주 정대철 상임고문 등 기존 현역 정치인들을 대거 영입하는 것이 세(勢)를 불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안 의원은 신당 이미지와 맞지 않다며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재 영입에 신당의 명운이 걸렸다고 판단하고 있는 안 의원은 최근 새피 수혈을 강조하며 “최고의 인재를 찾는데 노력할 것이다”며 “(국민의당에) 참여할 분들은 3자 구도(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하에서도 당당하게 싸울 각오를 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실상을 놓고 보면 과연 새정치를 추구하는 신당의 면모를 갖췄는지 의문부호가 생긴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평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창당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전북 인사들은 87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전직 국회의원, 도의원 등 정치인이 30여 명에 달했다. 아울러 더민주에서 광역·기초의원을 지냈거나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안 의원과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중도통합과 새정치를 위한 첫 걸음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때문에 더민주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구태정치인들의 집합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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