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소치올림픽 ‘약물 스캔들’…“선수 수십 명에게 금지 약물 제공”

문화 / 변상찬 / 2016-05-13 14: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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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변상찬 기자] 끊이지 않고 있는 약물 스캔들로 러시아 체육계가 시끄럽다. 작년 세계반도핑기구(WADA)산하 독립조사기구가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도핑실태를 고발해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데 이어 이번엔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조직적 도핑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폭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책임자였던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는 12(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금지약물 3가지를 혼합(칵테일)한 약을 자신이 직접 개발해 시바스 리갈이나 마티니 등의 술에 타 러시아 선수 수십명에게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이 약을 먹은 선수들 가운데에는 크로스 컨트리 스키 팀 선수 14명과 금메달을 딴 밥슬레이 선수 2명 등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을 비롯한 도핑전문가들과 정보국원들이 함께 매일 밤 경기를 마친 러시아 선수들의 소변샘플을 몰래 실험실 밖으로 빼내 수개월전에 미리 채취해놓은 해당 선수의 깨끗한 소변샘플로 바꿔치기하는 식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로드첸코프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이런 식으로 폐기된 러시아 선수들의 소변샘플이 100여개였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금지약물을 복용한 러시아 선수들 중 단 한 명도 적발되지 않았으며, 러시아는 소치올림픽에서 최다 메달국가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금지약물을 먹은 선수들에 대해 "그들(선수)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주는 것은 다 입에 넣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드첸코프는 "사람들이 올림픽 챔피언 승자들을 축하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소변을 바꿔치기하는 미친 짓을 하고 있었다""올림픽 스포츠가 어떻게 이뤄지지는 상상할 수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NYT는 로드첸코프의 폭로를 보도하기 전 러시아 정부에 입장을 요구했고, 비탈리 무트코 체육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스포츠에 대한 일련의 정보전쟁"으로 비난하며 모든 사실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NYT는 로드첸코프와의 인터뷰가 미국 영화감독 브라이언 포겔의 중재로 이뤄졌으며, 인터뷰는 3일간 진행됐다고 밝혔다. 포겔은 2012년작 '주토피아'의 감독,제작,극본,배우 등을 맡았던 사람으로, 현재 로드첸코프에 대한 다큐멘터리 '이카루스'를 작업 중이다. 이 영화는 오는 9월 개봉될 예정이다. NYT는 로드첸코프의 주장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WADA가 러시아 육상계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도핑 실태를 고발했을 당시 지적했던 것과 대부분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로드첸코프는 NYT에 자신이 행했던 약물제조 및 제공 방법, 도핑대상이 됐던 선수들에 대해 밝히는 한편, 소치올림픽 개막 이전에 체육부가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도핑에 관해 자세히 지시한 내용도 폭로했다. 또 소치올림픽이 열리기 1년 전인 2013년부터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상시적으로 모스크바에 있는 RUSADA 실험실에 드나들었고, 소치올림픽 기간동안에는 매일 정부 관계자로부터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 해야하는 러시아 선수 명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을 "러시아가 지난 십여년에 걸쳐 정교하게 다듬어온 도핑 전략의 정점"으로 평가하면서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철저하고 완벽하게 (도핑을)준비했으며 마치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게)작동했다"고 말했다. 로드첸코프는 올림픽이 끝난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았다.
로드첸코프가 NYT'핵폭탄'급 폭로를 감행하게 된 데에는 지난해 WADA의 러시아 도핑 실태 폭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WADA가 도핑의 '주범'으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하자, 정부는 로드첸코프가 개인적으로 선수들에게 돈을 받고 벌인 일이라며 모든 책임을 그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로드첸코프는 WADA 보고서가 나온 뒤 정부 관리들이 자신의 사임을 강요했으며, 그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평소 친분이 있던 포겔의 도움으로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로그첸코프의 동료였던 실험실 동료 2명의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이 사건은 당시 외신들에 의해 크게 보도된 바있다.
그는 WADA 보고서가 러시아 육상계에만 집중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전 스포츠계에 도핑이 만연해있으며, 자신이 폐기한 선수들의 소변 샘플이 수백개를 넘어 수천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분석화학 박사인 로드첸코프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모스크바에 있는 RUSADA의 책임자로 일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도핑 관련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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