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는 것이 얻는 것이다 (與之?取)

칼럼 / 배남효 고전연구가 / 2018-03-15 15: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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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효의 설림]
배남효 고전연구가.

[일요주간=배남효 고전연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관안열전을 읽다보면 ‘지여지위치 정지보야(知與之?取, 政之寶也)’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요체이다’ 라는 뜻이다.


이 말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은 자객열전의 조말(曹沫)편에 잘 나와 있는데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강대국인 제나라 환공이 약소국인 노나라 장공에게 땅을 빼앗고 가(柯)나라에서 회맹하면서 맹약을 맺게 되었다.


이에 노나라 장수 조말이 갑자기 환공에게 접근하여 비수로 위협하면서 빼앗은 땅을 돌려줄 것을 강요하여 환공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여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환공은 조말의 협박에 화가 나서 약속을 어기고 땅을 돌려주지 않으려 하자, 환공의 신하인 관중이 “안 됩니다. 무릇 작은 이익을 탐하고 스스로 좋아한다면, 제후들에게 신의를 얻지 못하고 천하의 도움을 잃게 되니 주는 것만 못합니다. (不可. 夫貪小利以自快, 棄信於諸侯, 失天下之援, 不如與之)” 라고 간언하여 환공도 따르게 되었다고 한다.


관중은 환공을 보좌하여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키워내고 환공을 춘추오패의 첫 번째 패자로 만들면서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재상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환공도 자신을 죽이려 했던 원수인 관중을 포용하여 재상의 중책을 맡기는 대범한 인사를 잘 하여 그 덕을 톡톡히 보았던 것이다.


환공은 관중에게 제나라 국정을 맡기고 제왕학 교육도 잘 받으면서 천하의 패자가 되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행운을 얻었던 것이다.


아마도 환공이 관중을 기용하는 인사만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실감나게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역대의 통치자들이 환공과 관중의 사례를 귀감삼아 인사를 잘 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였다.


관중이 주장한 ‘주는 것이 얻는 것이다’는 말은 시대를 넘어 현대에서도 정치의 핵심적인 기본 원리로 통용되고 있다.


특히 정당 정치가 작동되어 여야가 협상을 하면서 국정을 운영해가는 현대식 민주 정치에서는 훨씬 더 중요한 원리가 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이 정치 협상을 통해 주고 받는 것을 잘 하여,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국가 발전의 중대한 요체가 된 것이다.


그러나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알고 실행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도 해서, 현실적으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아 진통을 겪는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


특히 서로가 양보하고 합리적인 의견으로 합의해가는 민주적인 심성과 훈련이 부족한 우리 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쉽게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또 주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원리는 비단 정치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사 전반에 걸쳐 해당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이 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오랜 인생 경험에서 나온 지혜로운 처세술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 원리를 생활에 직접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이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남에게 주는 것이 쉽지 않고, 특히 미운 놈에게 주는 것은 더욱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직선적인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거나 감추는 일이 잘 되지 않아 그렇게 하는 일이 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욕심이 많고 남에게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주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원리는 자신의 감정이나 이익을 넘어서서 타인에게 베푸는 것이, 결국은 자신에게도 득이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대단히 지혜로운 철학이다.


자신의 욕심이나 감정이나 이익을 넘어서서 크게 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양보를 하면서 신의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 하지 못 해서 문제이지 할 수만 있다면 그 인생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확실히 장담할 수 있다.


경험상 주위에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을 보면 선심을 베풀며 주는 것을 잘 하는 공통된 특질을 가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약속을 한번 하면 어김없이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 항상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신뢰를 확실하게 주고 있다.


물론 돈을 번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러한 경향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돈벌이를 하면서 주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이치를 일찍부터 잘 깨우쳐, 결국에는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잘 터득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 세상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커다란 권력과 많은 부(富)를 가진 힘센 사람일지라도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했다가는 나중에 반드시 자신에게 화가 되어 돌아오는 쓴 맛을 보게 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의 욕심을 제어하고 적절하게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공존의 도리이고,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오히려 공존을 통해 자신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가면서 이용하는 모든 것들이 타인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이해하게 된다면 공존의 도리를 저절로 깨우치게 될 것이다.


정치나 인생사나 주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지혜로운 철학을 잘 깨우치고 받아들여 적절하게 공존하는 합리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아주 먼 옛날에 관중이 주는 것이 얻는 것이라고 한 말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매우 필요하고 소중한 가르침으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배남효(裵南孝)


1956년 생


서울대 인문대학 졸업


전 대구경북시민신문 대표


북촌학당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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