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하수은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처분은 금산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날 이사회를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0.38%(2298만주), 0.07%(402만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1조3165억원에 달한다. 양사는 해당 규모의 주식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4월10일에는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2.1% 처분을 한 바 있으며, 이번 삼성생명?삼성화재의 블록딜 또한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방침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은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 없이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 앞서 삼성생명?삼성화재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자사 지분을 소각하면서 기존 9.67%에서 10.43%로 높아졌었다. 그러나 이번 주식 매각으로 인해 금산법에서 정하고 있는 10% 이내에 들게 됐다.
이날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9.72%→9.30%(삼성생명 7.92%, 삼성화재 1.38%)로 하락했으며 상승하더라도 삼성생명 8.51%, 삼성화재 1.49%로 10%에 소폭 미치지 못한다.
김 연구원은 “이번 처분도 규제환경 준수를 위해 예상된 이벤트지만 발생 시점은 예상보다 빨랐다”면서 “이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다음으로 발생한 이벤트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 단행보다는 순환출자 완전해소(삼성전기/삼성화재 보유 삼성물산 4.0% 처분) 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삼성생명?삼성화재의 블록딜에 대해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 저지를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실련은 “삼성은 ‘10%’ 법 규정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한 것”이라며 “금융위원회는 보험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금융위는 삼성그룹의 금산분리를 보험업 감독규정을 통해 할 것인지 삼성 스스로 지분을 정리하는데 동조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한다”면서 “블록딜 물량이 삼성그룹 우호세력으로 갔는지도 철저히 감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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