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혈액암 여성 근로자에게 ‘추정의 원칙’ 적용해 역학조사 없이 업무 관련성 인정
[일요주간=조무정 기자] 근로복지공단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혈액암(비호지킨 림프종)이 발병한 여성 근로자에게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역학조사 없이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및 반올림 지원노무사 모임(이하 반지모)은 “이번 사례는 역학조사를 생략한 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산재로 인정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재해 노동자는 1987년생 여성 노동자 김모씨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5년 9월 현장실습생으로 삼성에 입사한 뒤 잦은 하혈, 생리불순, 감기, 피부질환 등 건강상의 이유로 2008년 9월 퇴사했다.
김씨는 약 3년간 생산직 오퍼레이터로 일하면서 유해화학물질, 전리방사선, 야간교대근무 등의 발암요인에 복합적이고도 지속적으로 노출된 이후 2017년 4월 비호지킨 림프종이 발병했다.
반지모에 따르면 그간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노동자들에게 발병한 백혈병, 비호지킨 림프종 등의 혈액암이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산재로 인정됐음에도 동일사업장에서 발생한 혈액암 산재신청 사건에서 장기간 소요되는 역학조사를 반복적으로 실시해 왔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역학조사 후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정해 재해자와 유족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과거 동일 작업공정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사례가 있어 역학조사를 생략한 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다. 이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업무관련성 전문조사(개별역학조사) 생략 판단기준’에 따라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비교적 신속하게 해당 사건을 산재로 인정했다.
특히 반지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며 아세톤, IPA, 이오나이저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선과 야간교대근무 등 여러 유해요인의 복합노출로 인한 상승작용 및 위험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적극 고려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깊다고 봤다.
이로 인해 피해노동자의 투병생활에 필요한 치료와 보상을 더욱 신속히 할 수 있게됐고 불필요한 역학조사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과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지모는 “행정제도 개선에 힘입어 궁극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재정비돼 재해노동자들이 보다 손쉽고 폭넓게 산재인정을 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 “앞으로도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노동자들의 산재인정 등 권리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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