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김쌍주 대기자] 빈대는 사람이나 짐승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곤충이다. 이걸 없애려다 집을 몽땅 태우는 실수를 저지른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는 당장에 마땅찮을 것을 없앨 마음만 앞서 자신이 초래할 위험을 미처 생각지 못한데서 생긴 말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감사원 등 중앙부처의 감사관은 신분을 숨기고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암행감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행정안전부 소속 조사관이 지방공무원을 상대로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감시·조사하는 암행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 논란이 불거져 오히려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법적권한이 있는 기관이 조직이나 단체를 감독하고 조사하는 것을 일명 감사라고 한다. 법적근거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별도로 국회나 지방의회도 개별 법률에 따라 집행기관에 대한 행정감사 및 조사권한이 있다.
의회와는 달리 행정기관의 감사관들은 수시로 암행감찰을 실시한다. 직무와 관련하여 비리나 비위를 몰래 살피고, 사전적으로 또는 신속히 적발해야 할 책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의욕이 넘쳐 과잉 감찰이라는 뒷말이 나오게 되고,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 시키는 경우도 횡행하다. 이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사건의 본질은 암행감찰로 비위를 적발해야하는 조사관 입장에서는 어떡하든 빨리 건수를 잡고 싶었을 것이지만, 현행범도 아니고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이조시대 포도청의 ‘너 죄를 너가 알렸다,’ 라는 식의 소위 모욕을 주는 족치기만 했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이 같은 행태를 보아 하니 그 옛날 독재시대 때부터 내내 전수되어 온 못된 폭압적 행태, 수법 그 자체이다. 행정안전부의 일개 5급 조사관이 이 정도 허세를 부렸다고 하니 나머지는 안 봐도 그림이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행정기관에 대한 감사도 공무원이 문제가 있다면 윽박지를 게 아니라, 관계법규를 근거로 서류를 직접 취합해 조사보고서로 말해야만 그것이 프로이고, 또한 원칙이 아니던가.
공무원 조직 물론 어느 조직이나 적절한 관리·감독을 위한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조상들의 지혜로운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찌되었든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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