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사람들 공통적으로 일반인에 비해
유익한 세균들 2-5배 정도 많다는 연구결과
병원균이 침입하면 소장 점막에서 항체 생산
자연살해세포가 가장 많은 곳도 바로 장이다

● 장수하는 사람들! ‘장이 건강하다’
일찍이 우리 문화권에서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배설하는 것을 건강의 척도로 여겨 왔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잘 자고 잘 먹는 것은 우리의 맘먹기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잘 배설하는 것만큼은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데서 장 건강에 사람들은 관심을 둔다. 그런데 장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장이 건강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장수하는 사람의 장에는 락토바실러스나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유익한 장내 세균이 일반인에 비하여 2-5배 정도 많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장수식품으로 알려진 것들도 주로 장 건강을 위한 발효제품 등이 대다수다.
한의학에서는 건강은 일반적으로 선천적으로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받거나 아니면 균형적이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물을 잘 섭취하고 소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잘 흡수하는 후천적인 노력에 의하여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몸에 맞는 이로운 음식을 섭취하여 잘 소화시키고 흡수하게 되면 건강은 유지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위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여 분해하고 이를 다시 소장과 대장을 통하여 내려 보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음식물에 포함된 영양분을 분해하여 혈액 내로 흡수시킨 다음 몸 밖으로 배출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위가 음식물을 분해한 다음 찌꺼기를 대장으로 내려 보내게 되는데 대?소장에는 등골뼈로부터 횡격막이나 심장 및 신장이나 방광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연결된 통로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기혈과 진액이 서로 흐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 통로를 통하여 음식물에 포함된 영양분인 기혈이나 진액을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장에서 음식물에 포함된 영양분을 흡수한다는 이론은 동서양 의학에서 서로 차이가 없다. 따라서 장이 건강하지 않아 설사나 변비 등으로 장기간 고생하게 되면 사람은 건강에 적신호가 오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흔히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각종 피부 트러블이나 변비나 때로는 설사는 물론이고 어지럼이나 두통 등의 증상이 온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각종 난치성 질환이나 우울증 등도 일부는 장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 장에는 700종이 넘는 세균이 존재
한의학에서도 소장은 심장과 대장은 폐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장이나 대장에 이상이 있으면 심장과 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한다. 심장은 혈액을 주관하고 폐는 피부나 모발을 다스린다는 것이 한의학의 이론이다.
따라서 심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혈액 순환이 이상이 초래되어 어지럼이나 두통이 발생하게 되고, 폐에 영향을 미치면 피부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이 생각을 주관한다고 보기 때문에 결국 심장의 문제가 우울증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많은 질환은 소장이나 대장의 문제로 귀결되게 된다.
장에는 대략적으로 700종이 넘는 많은 세균이 존재한다. 숫자로 보면 100조가 넘고 무게로 따져도 200그램이 넘는다. 그리고 인체에 존재하는 세균의 70%정도는 대장에 존재한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인간이 생물계의 지배자가 아니라 장내 세균이 인간의 몸을 빌려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아랍유목민인 베두인 족들은 이질에 걸려 설사를 하게 되면 건강한 낙타의 신선한 대변을 먹는다. 건강한 낙타의 대변에 함유된 좋은 장내 세균들이 유해세균이 많아지면서 설사를 일으킨 장의 환경을 개선하여 설사를 멎게 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아프리카를 침공한 독일군은 폭탄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질에 걸려 수없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설사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았던 시절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독일군은 왜 아랍 토착민들은 이질에 걸려도 사망하지 않는 가를 조사하였다.
그리고 토착 아랍인들이 사용하던 방식 그대로 이질에 의한 설사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말이나 낙타의 신선한 대변을 먹도록 하였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서 바로 낙타나 말의 신선한 대변에는 유익한 장내세균인 바실러스균이 매우 풍부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 세균이 바로 이질 설사를 멎게 한다는 것도 알아낸 독일군은 이 세균을 배양하여 건조시킨 다음 모든 군인들에게 섭취하도록 하여 군사력의 손실을 막아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러한 장내 세균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장내 세균은 비타민K나 비타민 B 등을 분비하고 장은 이를 흡수한다. 그래서 우리 몸은 많은 양의 비타민을 섭취하지 않고 조금의 양만 섭취해도 비타민 결핍을 겪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량의 항생제를 복용하여 장내 세균이 줄어들게 되면 당연히 비타민의 분비량이나 흡수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타민 결핍이 될 수도 있다.
장내 세균은 에너지 흡수도 좌우할 수 있다. 장내 세균은 에너지 대사를 주관하는 효소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내 세균은 나아가서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많아지게 되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결과로 장내 세균의 변화에 따라 비만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실제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최근에는 마른 사람의 장내 세균을 비만한 사람의 장에 이식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 면역 세포 60% 장점막에 분포
최근 들어서는 장과 면역력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장내 세균이 우리 몸을 병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는 항체를 만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몸에 병원균이 침입하게 되면 소장 점막에서 항체를 생산한다.
그 결과 거의 60%에 이르는 면역 세포가 장점막에 분포하고 있으며,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의 80% 정도도 장점막에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암세포가 우리 몸에 나타나면 제일 먼저 이를 공격하여 없애버리는 역할을 하는 세포가 바로 자연살해세포이다. 이 자연살해세포가 가장 많은 곳도 바로 장이다.
최근에 장과 관련된 또 다른 관심은 장 질환과의 연관성이다.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등의 염증성 장질환은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아직까지 기존의 치료로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질환의 발병에는 장내 유해균의 분포 또는 장내 세균의 불균형 및 다양성이 감소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에도 특정 장내 세균의 증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다.
소화기 암의 발병에도 장내세균이 관련되어 있다는 견해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위 점막에 존재하는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에서 위암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대장암에서도 장내 세균의 불균형 및 특정 세균의 증가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 장내 세균 ‘뇌활성 증가’ 연구결과도
또 장은 항상 음식물을 통해 들어오는 과정에서 몸에 쌓이는 독소나 유해균을 걸러주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이런 독소나 세균이 바로 혈액 속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장벽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장이 약해지거나 장점막이 손상되면 이 장벽에 틈이 생기게 되고 이를 통해 독소들이 침입하여 온 몸을 돌아다니면 각종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른바 새는 장 증후군(A leaky gut syndrome)이다.
장에서 흡수 등의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영양물질의 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다시 우리 몸의 신체활동이나 정신활동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흡수 및 대사 과정은 장내 세균의 분포와 구성에 따라 변화한다.
또한 장내 세균의 분포와 구성은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기도 하고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이나 약물 및 스트레스 등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먹는 음식이 장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바로 신경계나 호르몬계 및 면역계 등 모든 영역에서 우리 신체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장과 뇌의 연관성에 많은 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장의 미생물의 분포나 흡수 대사 과정에 따라 감정이나 기억력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흔히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물질이 부족해지면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장내 세균을 없앤 쥐에서 태어난 생쥐는 자폐의 증상을 보이고, 어미 쥐의 장내 세균이 적으면 새끼 쥐는 발달장애를 겪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내 세균이 많은 음료를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활성이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다. 그래서 장을 미국의 한 신경생리학자는 제2의 뇌라 이름 붙였다. 장내 미생물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장내세균의 유전자를 사람의 두 번째 유전자로도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장내 세균의 구성이나 다양성은 바로 선천적으로 모체로부터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또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결국 음식에 따라 면역체계가 결정되고 질병의 발병이 결정되며 건강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건강을 유지하는 선천적인 요소는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지만 후천적인 요소는 바로 음식에 의한 섭생이라고 강조한 점일 것이다.

● 장이 건강해야 전신의 건강 유지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장이 건강해야 바로 전신의 건강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설사나 변비와 같은 잘 배설하는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특히 위는 대체로 열을 싫어하고 차가운 것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는 반면, 대장은 차가운 것을 싫어하고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서로 상반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음식 섭취나 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기에 항상 음식을 조심하고 의복이나 기거까지도 주의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소장과 연결되어 있는 심장은 너무 슬퍼하고 근심하며 생각이 많게 되면 손상을 입게 된다. 대장과 연결되어 있는 폐는 차가운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고 몸을 너무 차갑게 하면 손상을 입게 된다. 소장과 대장으로 음식물을 들여오는 위장은 잘못된 음식의 섭취나 과로 등으로 쉽게 손상을 받게 된다.
따라서 감정의 스트레스나 음식의 섭취 및 과로를 피하는 등의 적절한 생활습관을 가져야만 우리 장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최근 이전과는 바꾸어진 식생활과 증가하는 스트레스 및 과로 등으로 대장암을 비롯한 각종 장질환이 많아지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사람의 후천적인 건강은 잘 먹고 잘 배설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장의 건강 여부에 달려있다. 우리 주위에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할 정도로 풍성해지고 각종 인공 화학첨가물이나 조미료 또는 화합물로 범벅이진 먹거리가 지천이다.
따라서 우리 주위에는 장이 항상 건강하도록 음식 섭취나 생활습관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류 보다는 채소나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고 대신 인스턴트식품이나 가공식품의 소비를 줄이고 발효식품의 섭취를 늘리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지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잘 먹고 잘 배설할 수 있는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후천척인 섭생에 의한 무병장수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