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 = 김쌍주 대기자] 요즘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가 무엇일까? 다름 아닌 거제, 이태원, 영등포, 인천, 순천, 대구, 전주, 대전, 포항,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이른바 해피 슬래핑이다. 일명 묻지마 폭행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정서적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사건·사고현장을 정리해보면 ‘성범죄’와 ‘묻지마 범죄’, ‘학교폭력’ 등 3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볼 수 있다. ‘묻지마 폭행’은 그 대상이 무차별적이란 점에서는 ‘이지메’와도 통한다. 그러나 이지메는 서로 알고 지내는 또래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반해, ‘묻지마 폭행’은 어른·아이·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발적으로 저질러진다는 점에서 이지메보다 위험성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묻지마 폭행’이란 ‘해피 슬래핑’이라고도 하며 '행복한 때리기'란 뜻으로, 자신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 행인을 지목해 폭행을 가하는 범죄이다. 오프라인 상에서 단순히 재미를 위해 폭행을 하거나 성적희롱을 하고, 그 대상의 당시 모습을 사진·영상·음성자료로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인 사이버 불링도 해피 슬래핑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묻지마 폭행 일명 해피 슬래핑은 2000년대 중반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후 유럽전역과 미국 등으로 확산되면서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폭행이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위험하고 폭력적인 스턴트 쇼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피 슬래핑을 행하는 일부 청소년들이 카메라 폰으로 그 모습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전송하거나 인터넷에 올려 이 영상이 널리 퍼지는 일이 발생하자, 프랑스 정부는 기자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폭력적인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유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인간의 생명은 존엄과도 직결되며 인간의 존엄성이란, 인간 그 자체만으로도 귀중하고 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를 조망해보면 아직도 생명에 대한 존중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흉악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남의 생명을 해치거나 빼앗을 권리나 권한은 없다.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경시하는 일부 부류들에게 혐오와 공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밤거리에서 경찰을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경찰은 범죄현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이처럼 범죄수사에 초점을 맞춘 듯한 현행 경찰행정시스템을 국민들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도록 예방시스템으로 차지에 확 바꾸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경찰은 범죄자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범죄예방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경찰복무규정을 봐도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불안에 처한 존재는 반성적인 사유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지만 공포를 느낀 존재는 그 대상 앞에 그저 경악하고 놀란 상태로 일어 붙는다. 공포의 대상은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제거되어야 극복될 수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더 이상 묻지마 폭행으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보다 튼튼하고 견실하게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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