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남이가

People / 최철원 논설위원 / 2019-01-18 10: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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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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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세간에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다시 뜨고 있다. 이 말은 1992년 부산 초원 복국집에서 당시 정부 기관장과 부산지역 대표, 힘 있는 사람들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표현한 것으로, 김영삼 대통령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대선 전략을 논의 하면서 '내 편'이라는 연대감을 앞세운 말이다. 옛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이 의식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편 가름 문화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요즘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모든 분야도 이처럼 상호 연대감을 앞세운 편 가름 행동으로 ‘내 편‘ 문화가 꽃피고 있다. 우리 편에 의지하며 제멋대로 행동해도 잘못을 덮어 서로 보호해 주며 자기 세력을 믿고 상대를 업신여기며, 사안의 본질 및 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은 채 시비곡직을 불문하고 같은 편끼리는 서로 무조건 돕고 다른 무리는 무조건 배척함에 익숙해져 있다. 올바른 상생의 사회를 위해 버려야 할 당동벌이(黨同伐異) 문화다.


국가와 정권은 분명 다르다. 국가 정의의 보루인 법원은 정권 편이 아닌 국민 편 법관들로 채워져야 한다. 그러나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 연구회 출신들이 대거 중용되었다. 대법관, 헌재 재판관은 물론 법원행정처 요직까지 거의 이 모임 출신들로 채우고 있다. 정권 편 가름의 수뇌부 인식이 깔려 있다.


참여연대, 시민단체(NGO),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단체도 김태우, 신재민 두 사람의 작금의 폭로와 관련한 미온적 조치를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초록은 동색이라는 같은 편끼리 행동이다. 정치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편 가름 문화에 관한 한술 더 뜬다. 여당은 '내 편' 보호의 제 식구 감싸기로, 야당은 국정보다 친박ㆍ비박으로 편이 갈려 쪽박 정치를 하며, 국민들에게 편 가름 정치에 모범 답안인(?) 황당무계한 코미디를 보게 한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각자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단체가 많을 경우 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국가 간 편 가름은 그 지지 세력에 강한 결속력으로 대개 바람직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정당, 사회단체의 연대에 결속력은 그것이 일체감이나 동일시로까지 진전되는 건 그 사회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 지지 국민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못 된다. 왜냐하면 그 지지는 옳고 그름을 가름하기에 앞서 무조건적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사람에 대한 무한정한 관용은 새로운 권위주의로 왜곡되는 것을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여러 번 봐 왔다.


좋고 나쁨의 편 가름 정치로는 이 사회가 절대 정의로울 수가 없으므로, 정의를 말할 때 그 잣대는 옳고 그름이지 좋고 나쁨은 끼워 넣어선 안 된다. 현 정권이 입에 달고 있는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가 자기편에게만 해당한다. 자기편은 무조건이다. 이래서는 정의로운 사회는 거꾸로 간다. 내 편들의 행동을 '정의'라고 하는 그 말들은 허망할수록 격렬하고 격렬할수록 무내용하고 무내용할수록 진지하고 진지할수록 기만적으로 들린다. 지위를 이용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 지위로 수시로 편 가름에 앞장서니 어쩐지 정의가 아득하기만 하다.


옳고 그름이 명확한 사회는 여론이 사실을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여론을 이끌고 간다. 올바른 것에서 벗어난 것은 자신이나 남이나 가리지 않고 배척해야 한다. 특히 힘을 가진 자는 경계해야 할 것이 좋고 나쁨이다. 우리는 종종 내 편의 의견이 아닌 다름은 틀림으로 받아드리곤 한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저항 없이 받아드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자신만의 틀에 갇혀서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지 않을 때 편향으로 인한 사회는 발전의 원동력을 잃어버리곤 한다.


건전한 사회는 상생의 이치로, 내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를 인정하며 조화롭게 행동할 때 이뤄진다. 생각이 다른 사람도 봐 넘기고, 생각이 다른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그게 가능해진다. 논어 위공편 '군자는 자긍심을 지니지만 다투지는 않고 여럿이 어울리지만 편당을 가르지는 않는다'라고 가르쳤다. 정치권, 사회단체, 모든 지도층은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병적 존재인 니편 내 편의 편 가림 문화를 바로잡는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보수, 진보도 편 가름으로 갈가리 분열된 사회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나만의 것이 무조건이라는 독단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내 편 생각만 고집할 게 아니라 상대편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말했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이 종말의 시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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