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단답이 정답인가

People / 최철원 논설위원 / 2019-01-30 13: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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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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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때로는 혼자 생활할 때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공동체가 생활하는 곳에서는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우리네 삶은 개인의 이익과 사회 이익이 정반대로 배치되는 모순 속의 논리와 구조 속에 살고 있다. 개인은 일정 룰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고 편리할 때가 있지만 전체를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일정한 룰을 지켜야 한다는 이치의 명분 앞에 우리는 대꾸할 말을 못 가진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이고 사회는 그러한 룰 속에서 유지·발전되고 있다.


이 룰이 무시되는 곳이 정치권이다. 정치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의 청문회 출석을 논의하며 야당은 '인사수석실 증인 출석해야'라는 것과 여당은 '무리한 정치공세 수용할 수 없다'로 맞서며 한치 양보없이 자기들 주장만을 세우다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른 청와대는 임명권 강행, 야당은 국회 일정 보이콧이라는 것으로 맞서 있다. 여, 야 양쪽이 '단답' 문제로 자기들만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세상살이를 하며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만병통치' 약이고 다른 하나는 선택의 기회 없는 '단답'이다. 세상에 암, 심장병, 정신병, 부러진 뼈와 찢어진 살갗을 한꺼번에 고쳐주는 만병통치 명약은 없다. 그런 게 있다고 내밀면 그 약은 가짜다. 그런데 지금 정치가들은 그런 것이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국가와 정권은 엄연히 다른데, 자기들이 믿는 이데올로기라면 잘못된 정치문화도 독과점 경제도 고치고 심지어는 역사의 미학까지도 한꺼번에 그쳐진다고 생각하며 고치려 한다. 현 정권은 부(富)의 왜곡된 현상을 바로잡겠다며 소득주도 포용경제 정책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고집스레 밀고 나가고 있다. 특히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은의 서울 방문은 보수진영의 극심한 항의로 사회불안과 국론 분열이 눈에 뻔히 보여도 청와대는 그것이 만병통치로 믿고 공을 드리고 있다.


선택의 기회 없는 단답도 마찬가지다. 아주 초보적인 산수를 제외하면 엄격한 수학에서도 두 개 이상의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들만의 문제는 어떻겠는가.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에는 존재하는 여러 개의 답을 종합하고 조화시키는 게 정답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는 그런 단답만 우기는 정치가가 많다. 자기들이 내민 단답을 수용하지 않으면 상대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수의 힘과 법이란 잣대로 밀어붙인다. 소통이 아닌 불통의 정치다. 민주주의 정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이란 것은 그들에겐 필요치 않다. 조해주 중앙선거 관리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한 대통령은 인사 문제에 관한 이 정권 들어 벌써 8번이나 단답형 인사 문제를 야당에 제출하며 그들만의 옹고집으로 현 시국을 이끌어 간다.


대통령은 년두 기자회견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기용 인사를 놓고 일부에서 "친문 강화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안타깝다. 청와대에는 친문 아닌 사람 없다"라며 인사에 관한 친문 단답 발언을 했다. 대통령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웃을 일이 아니다. 그 말속에 뼈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초 운동권 비서진으로 출발하였으나 집권 2년차에는 김우식 연세대 총장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하여 반대편 의견을 청취, 국정에 반영하였다. 대통령이 다른 목소리를 폭넓게 들을 기회는 결국 국가와 국민을 이롭게 한다.


국민들은 지금 외골수 정치라는 현 정권의 민낯을 본다. 빠질세라 여당도 한몫을 거들고 있다. 집권 초 기세등등하던 여권은 그들이 믿는 만병통치 정책과 단답 인사 기용으로 곳곳에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권의 존립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정직과 도덕성에도 위기의 그림자가 어린다. 민주주의 핵심 요체인 대화와 타협, 포용이라는 가치를 버렸다. 그들이 규탄해온 독재정권과 뭐가 다른가. 정치가에게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는 어떠한 상황에도 반드시 알고 행하여야 할 원칙이다. 그것을 모르면 무지의 소치고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파쇼다. 가진 자들은 다수의 힘보다 소수의 목소리도 존중돼야 한다는 걸. 그것을 무시한 일방적 행동은 어떻게 포장해도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다가올 총선에서 이기고 싶은가.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눈에서 근심을 걷어내는 협치의 모습을 보여라. 그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집권세력이 민의를 무시한채 그들만의 길을 간다면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것이다. 지기일 미지기이(知其一 未知其二)이라는 글은 史記에서 처음 쓰인 글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만병통치, 단답만 고집하는 현 정권은 꼭 세겨봄직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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