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美 첫 전기로 제철소 기공…탄소저감 車강판 생산 거점 구축

보도자료 / 엄지영 기자 / 2026-09-05 17: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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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억 달러 투자해 연산 270만톤 규모 건설…2029년 양산 목표
▲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오른쪽)이 시삽 세리머니를 마친 후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사진 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달러(약 8조원)를 투입해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 미국 현지에서 고부가 철강재를 직접 생산해 급증하는 자동차강판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통상 리스크를 낮추고, 탄소저감 중심으로 철강 생산체계를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4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윌리엄 키밋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트로이 카터·줄리아 렛로 연방 하원의원 등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를 비롯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이경은 주휴스턴 총영사 등 한국 정부 관계자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환영사에서 “HPLS에서 생산되는 철강이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미국 완성차업체들의 차세대 모빌리티 생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동차산업을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발전 등 미국의 주요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안전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기공식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HPLS 전기로 제철소는 올해 4분기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가 2029년 양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완공되면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원료 생산부터 최종 자동차강판 제조까지 현지에서 일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생산체계다. 철광석과 천연가스를 활용해 직접환원철을 생산하는 직접환원공정(DRP)을 시작으로, 직접환원철과 철스크랩을 전기로에 투입해 쇳물을 생산한다. 이후 연속주조와 열연, 냉연·도금 공정을 거쳐 자동차용 고급 판재류를 완제품으로 생산한다.

특히 전기로 기반 생산방식은 기존 고로 중심 공정에 비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제철은 향후 DRP에 사용되는 천연가스를 수소로 대체해 탄소배출을 추가로 낮추고, 궁극적으로 수소 기반 제철공정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국내에서 전기로를 활용한 고부가 판재류 생산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2022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기로에서 1.0GPa급 고강도 탄소저감 자동차강판 생산에 성공했으며, 올해 2월에는 전기로와 고로를 결합한 복합프로세스를 통해 기존 고로 생산 방식보다 탄소배출량을 최대 20% 줄인 탄소저감 강판 양산에도 성공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이번 투자는 철강 수요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사업적 의미가 크다.

미국은 세계 3위 수준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 수요를 생산량만으로 충당하지 못해 매년 2,000만톤 이상의 철강재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열연강판과 냉연·도금강판 등 고부가 판재류의 수입 비중이 높아 자동차강판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현지 공급망을 확보할 여지가 크다. 

 

▲ 공장 건설을 알리는 시삽 세리머니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강현 현대차그룹 사장, 김광무 포스코 부사장, 르로이 설리번(Leroy Sullivan) 도널슨빌 시장,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자동차 사장, 수전 부르주아(Susan Bourgeois) 루이지애나 경제개발부 장관, 줄리아 렛로(Julia Letlow) 연방 하원의원,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Jeff Landry)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Troy Carter)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William Kimmitt)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클린트 코인트먼트(Clint Cointment) 어센션 패리시 군수, 송호성 기아 사장, 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 코타즈 존슨(Cortaz Johnson) RPCC(River Parishes Community College) 재학생. (사진=현대제철 제공)


자동차산업 역시 현지 생산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다. 미국은 세계 2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자국 내 생산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동차용 철강재를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높은 철강 가격도 현대제철에는 기회 요인이다. 최근 미국 열연강판 내수 가격은 톤당 약 1,200달러 수준으로 아시아와 유럽보다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천연가스와 전력 비용, 현지 생산에 따른 물류비 절감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현대제철은 보고 있다.

입지 역시 HPLS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도널슨빌은 철도망과 미시시피강 수운을 활용할 수 있어 철강 원료와 제품을 운송하기에 유리하다. 파나막스급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항만 개발 여건도 갖추고 있어 육상과 해상을 연계한 물류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GM 텍사스 공장,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 혼다 앨라배마 공장 등 주요 완성차 생산거점과의 접근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주요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서 자동차강판을 생산·공급함으로써 운송비와 공급망 불확실성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통상 리스크 대응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은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를 강화해왔으며,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체의 대미 수출 여건도 악화됐다. 실제 2025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54만톤으로 전년 276만톤보다 약 8% 감소했다.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면 미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야 하는 구조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대제철이 미국을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이 같은 통상환경 변화와 현지 공급망 재편이 자리하고 있다. 

 

▲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Jeff Landry)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Troy Carter)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William Kimmitt)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사진=현대제철 제공)


프로젝트 추진 속도도 눈에 띈다. 현대제철은 2025년 미국 사업 전담 조직인 북미철강사업부를 신설한 데 이어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법인을 설립했다. 2026년 1월에는 현대차·기아·포스코 등 주요 투자사들의 출자가 시작되면서 HPLS가 공식 출범했다.

주요 글로벌 설비업체와의 협력도 이미 진행됐다. 이탈리아 다니엘리와 독일 SMS그룹으로부터 주설비를 공급받기로 했으며, 미국 에너지기업 엔터지와 전력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산업 엔지니어링 기업 피브스와는 냉연설비 공급을 위한 협력에도 나섰다.

현지 인력 확보를 위한 기반 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 리버 패리시스 커뮤니티 칼리지와 지역 기관들과 협력해 철강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RPCC 트레이닝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생산시설 건설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현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은 HPLS 가동을 계기로 미국 내 자동차강판 공급망 참여를 확대하고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현지에서 확보한 고객과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고객을 확대하고, 국내 당진제철소와 순천공장에서 생산한 고부가 철강재의 해외 수출 확대까지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강현 현대차그룹 사장, 김광무 포스코 부사장, 르로이 설리번(Leroy Sullivan) 도널슨빌 시장,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자동차 사장, 수전 부르주아(Susan Bourgeois) 루이지애나 경제개발부 장관, 줄리아 렛로(Julia Letlow) 연방 하원의원,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Jeff Landry)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Troy Carter)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William Kimmitt)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클린트 코인트먼트(Clint Cointment) 어센션 패리시 군수, 송호성 기아 사장, 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 코타즈 존슨(Cortaz Johnson) RPCC(River Parishes Community College) 재학생. (사진=현대제철 제공)


2029년 HPLS가 본격 가동되면 루이지애나는 아칸소·앨라배마 등과 함께 미국 남부의 주요 철강 생산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인근 천연가스 단지와 수소 생산 허브, 탄소포집·저장(CCS) 시설 등과의 연계가 현실화될 경우 철강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제조업 클러스터 형성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프로젝트는 단순히 해외에 생산공장을 하나 더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보호무역 시대의 공급망 불확실성을 낮추고, 전기로 기반의 탄소저감 기술을 글로벌 생산체계로 확장하는 동시에 국내 생산거점의 수출 경쟁력까지 높이는 복합 전략이다.

현대제철이 미국에서 구축하는 새로운 생산거점이 글로벌 자동차강판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국내 철강산업의 탄소저감 전환과 수출 확대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 성과를 가르는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일요주간 / 엄지영 기자 circle_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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