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복의 현장청론]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를 고찰 한다

칼럼 / 전경복 편집위원 / 2023-05-12 00: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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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복 편집위원

[일요주간 = 전경복 편집위원] 어느 국가나 그 나라의 헌법과 고유한 전통이 있다. 학교 형태도 여기에 근간을 두고 잘 조화해야만 온당하다. 4차 산업 시대를 본격 대비하고 평생학습과 숙련 개발교육과 관련하여 교육 행정학 박사, 인성 교육 전문가로서 다년간 특수목적고(특히 외고)를 이끌어온 오신 김일형 인천광역시 전 하늘고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일문일답으로 먼저 특목고 및 자사고 교육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알아보자.


1974년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과 고교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고교 평준화 제도가 초, 중학생들의 입시부담을 덜어주는 등 일부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으나 여전히 사교육비 증가와 학생들의 학력을 하향 평준화시킨다는 여론에 따라 1984년 외국어고등학교(외고)가 탄생하고 2002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생겨났다. 하지만 외고와 자사고가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점차 늘고 교육수요자들이 관심이 증대하자 문재인 정부가 외고와 자사고가 공교육을 파괴하고 사교육의 진원지라는 외형적인 이유로 외고와 자사고를 2025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다. 원래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특목고와 자사고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설립 목적대로 성실하게 운영되고 있고 교육수요자가 선택하도록 계속 유지됨이 바람직하다. 작년 입시에서도 많은 외고가 미달인 경우가 많아 앞으로 외고의 유지 관건은 지켜볼 필요성이다. 재정지원이 어려운 일부 자사고는 일반고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예상되고, 자사고 중 특히 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자사고는 해당 기업의 종사자들이 정주 요건을 강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으므로 지역에 더 많은 기업형 자사고를 설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특목고의 출발

1974년 고교 평준화가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영재 학생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러한 인식에 맞춰 1983년 최초로 경기도 과학관 부설 과학고등학교가 설립되었고, 이듬해 1984년 서울의 대원외고와 대일외고가 학력을 인정받는 각종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아 한국 최초로 외국어학교로 출발했고 1992년 어학영재 양성을 목적으로 특목고 지정을 받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와의 학교 형태에 세간의 혼란이 많다.

특목고를 목적에 따라 과학고, 예술고, 외국어고, 체육고, 국제고 등으로 분류하고 보통 과학고와 외국어고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특목고는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하는 고등학교’이고 자사고는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의 줄임말로 고등학교 운영 체계의 다양화로 획일성 교육을 극복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수월성 교육 방안의 하나로 설립한 고등학교다. 2002년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 6개의 시범 운영 결과를 반영하여 운영하기 시작했고 학교가 ‘교과과정체계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20개 과학고와 8개 영재학교, 30개 외국어고등학교 그리고 35개 자사고를 운영하고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와의 근본적 차이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특목고는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하고, 자사고는 수월성 교육과 교육 형태의 다양화가 목적이다. 특목고가 학교의 특성에 맞는 특수 분야의 영재 육성에 맞는 전문 교육에 집중하는 형태이고 자사고는 폭넓고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육 현장에 반영하여 학생들을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발휘하는 인재로 키우는 수월성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특성화고와 일반고와의 차이점

특성화 고등학교는 기존의 공업고등학교나 상업고등학교 등 실업계 고등학교의 대안인 학교 모형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요리, 영상 제작, 관광, 통역, 금은보석 세공, 인터넷, 멀티미디어, 원예, 골프, 공예, 디자인, 도예, 승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과 소질이 있는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을 실행하고 졸업 후 취업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일반 고등학교는 특정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일반적인 교육을 실행하는 학교이며 보통 대학 진학을 위한 학교로 대한민국의 대부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 한다.

특목고 교육의 비전과 그 구현을 위해 특별히 강조할 점

특목고는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특수한 목적 달성을 위한 교육과정 및 양질의 비교과 활동, 그리고 각 목적에 적합한 대외 협력 및 관련 현장과의 긴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목적과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한다. 최근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고 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외국어계열에 진학하지 않고 일반학과에 진학하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목고는 설립 목적에 맞도록 과학고는 과학영재를 양성하고, 외국어고는 외국어 영재를 양성하는 지속 가능한 혁신을 부단히 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의 특목고의 필요성과 그 역할

“지구촌 사회”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되었다.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세계 시민’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과거와 달리 세계의 많은 요소를 공유한다. 이는 제한된 공간과 사회 구조 속에 머물렀던 관점에서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고, 공간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원동력을 갖춘 사회가 된 것이다. 흔히 학교가 가장 변화에 둔감한 곳이라고 한다. 특목고는 특수한 목적 성취를 위해서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하고, 이러한 교육을 받은 우리 인재들이 한국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의 위치를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특목고와 자사고는 일면 Red Queen Effect, 피그말리온 효과, 낙인효과 등으로 폐지해야 한다.

지나친 경쟁 유도나 중고교 진학에서부터 이미 실패한 것만 같은 분위기 형성은 분명히 지양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낭비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인재들을 스스로 썩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언급된 효과들이 발생하는 원인도 학교의 존재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계속 빨리 뛰어야만 하는 붉은 여왕 효과가 정말 특목고와 자사고로 인해서 나타나는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학교의 존재가 과연 그 효과를 심화하는 것인지도 말이죠. 정말 일부의 주장처럼 특목고와 자사고가 폐지되면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들이 모두 사라질까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학교가 자신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비유가 적절치 모르나 사람이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특수 목적 견(Top Dog)이 대행하는 구조시스템이 있다. 현대사회의 특징인 다양성과 창의성, 창의력 발전을 위해 특목고와 자사고의 절대 기여 역할

특목고는 개인이 가진 특수한 재능을 발현하고 이를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관이며, 이를 위한 교육과정에서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는 창의성 발현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자사고는 수월성 교육을 지향하는데, 수월성 교육은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개별화된 능력을 각기 극대화하기 위해 자율적 교육과정과 선택형 교육,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자극할 수 있는 비교과 교육 활동 등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두 학교 모델은 다양성과 창의성, 창의력 발전에 직접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고교학점제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수업을 시수, 즉 시간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학점으로 볼 것이냐로 본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시행하고 있는 선택형 교육과정을 확대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자사고 등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선택형 교육과정을 모델로 하여 다른 고등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새로운 과목을 모델링하거나 여러 과목을 학생의 요구에 맞춰 개설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따르는 것이 아닐까요. 다만 현실적으로 선택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교원 수급은 가능한 것인지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학교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4차 산업 시대와 관련하여 에듀테크란 이름으로 AI 튜터 활용, 코딩 교육 등 즉 사교육에서 횡행하는 시스템을 학교 안으로 도입하자.

에듀테크는 교육과 기술의 만남, 그리고 인공지능이 앞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존재의 목적이 분명히 다르다. 사교육은 지식의 전달이라는 측면이 극대화되어 있다면, 공교육은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라, 인성 교육, 사회화 과정, 공감과 갈등 조절에 대한 경험 등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가능한 요소들을 경험하는 장이다.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를 사교육의 실용적 요소만으로 판단하고 이를 도입한다면 다양한 부분에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교에도 에듀테크의 요소들이 점차 도입되겠지만, 공교육이 해야 할 다양한 일들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평가가 중차대하다. IB를 일부 학교에 도입하려는 시도

그 어느 때보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현재의 5지 선다형의 시험문제 출제로 인한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당장 IB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하는 것을 서두르는 것도 시기상조다. 사전에 치밀한 분석과 준비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연구학교에서 충분한 현장 경험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다소 늦더라도 교육수요자들의 합의한 후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사혁신처에서 국가공무원 5급, 7급 채용시험에 영어성적인증서를 제출받고 있다. 태반이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과정과는 무관한 시험이다. 2007년도 9급 시험에 시도하려다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점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사회에서 마주해야 할 것들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 것이고, 이는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공무원이 자신이 근무해야 할 곳에서 필요한 수준의 영어 능력을 평가받거나 학습을 하는 것은 임용 시험 이후 승진과 관련된 평가에서 이루어지면 될 것이다. 해당 평가에서 요구되는 영어 능력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업무와 관련되어 요구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만시지탄이나 대학 수학능력 영어시험은 절대평가에 의한 의사소통능력 본령 여부로 평가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지문이나 문항이 원어민들이 보았을 때 지나치게 어렵거나 불분명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것은 대학에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를 측정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영어라는 과목을 전체 수험생을 대상으로 치를 때 현실적인 영어와 유리된 형태를 고집하기보다는 의사소통능력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도 있고, 이는 상대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절대적 기준으로 그 이상을 하면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와의 연결이 적절하다. 절대평가에 대해서는 교사나 학생들 모두 특정한 수준의 능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받을 수 있는 인증제와 같다는 인식으로, 목표한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 한다면 상대평가로 유발되는 지나친 경쟁을 줄여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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