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날개에 못을 박아 붙들어 두었나
문을 열 때마다 나비가 운다
만발한 매화 곁에 두고 가닿지 못하는 긴 더듬이
바람결 향기에 이끌린 것일까
팔랑,
날개를 접었다 펼치니 캄캄한 어둠이 열렸다 다시 닫힌다
오동나무 화초장(花草欌) 속, 꽃신 한 켤레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한 채의 장(欌)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경첩뿐이에요. 옛사람들은 그 작은 쇠붙이를 하필 나비 모양으로 빚었을까요. 매화와 나비 사이는 고작 한 뼘이지만 그림 속 매화는 지지 않고, 못 박힌 나비는 떠나지 못해요. 나란히 놓인 시들지 않는 꽃과 날지 못하는 나비가 서로를 바라볼 뿐. 그런데 문을 열 때마다 나비가 운다니! 나비에게 소리가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지요.
그리고 “오동나무 화초장(花草欌) 속, 꽃신 한 켤레”가 놓여 있어요. 나비가 문지기라면 꽃신은 그가 지키는 비밀이겠지요. 나비가 가닿지 못한 꽃은 바깥의 매화만이 아니었던 거예요. 문이 열릴 때마다 잠깐씩 비치던 어둠 속 꽃, 꽃신에 수놓인 그 꽃이야말로 나비가 평생 곁에서 지켜 온 꽃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꽃신의 주인이 누구인지 시는 끝내 말하지 않아요. 다만 황동은 손이 자주 닿는 자리부터 빛난다고 해요. 이 시를 읽는 동안 우리도 그 문고리를 한 번 잡았던 걸까요. 귓가에 아주 작은 쇳소리 하나가 남아 있어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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