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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선 칼럼니스트 |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미국 대법원 판결 이후 관세가 멈출 것이라는 기대는 하루 만에 사라졌다. 행정명령 서명이 이어졌고, 관세는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정책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상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제 관세는 협상의 결과로 결정되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법률 구조 안에서 반복 발동되는 제도적 장치가 됐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지금까지 기업과 정부는 관세를 ‘가격 변수’로 취급해왔다. 세율이 몇 퍼센트인가, 경쟁국보다 높은가 낮은가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바뀌는 순간 관세는 더 이상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적용 기간이 달라지고 환급 가능성이 달라지며 기업의 현금 흐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간 변수’가 된다.
같은 관세율이라도 어떤 법률을 통해 부과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재무제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일정 기간 이후 환급이 가능한 관세와 장기간 유지되는 관세는 기업의 투자 판단에 서로 다른 신호를 준다. 전자는 비용 증가지만 후자는 유동성 리스크다. 이 차이는 생산지를 옮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자체를 보류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유럽의 반응이 관세 인하 요구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에 집중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 제조기업들은 관세 부담의 크기보다 규칙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를 먼저 묻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부 산업에서는 신규 투자 승인 자체가 지연되고 생산 일정이 재조정됐다. 비용이 아니라 시간의 불확실성이 기업의 행동을 멈추게 만든 것이다.
캐나다 역시 판결 이후에도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관세의 정당성보다 관세의 지속 가능성이 산업 전략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관세의 종료 여부가 아니라 관세의 반복 가능성이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올라왔다.
이 변화는 기업 내부의 조직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통상 대응 기능이 더 이상 영업 부서에 머물지 않는다. 관세가 가격 문제가 아니라 현금 흐름 문제로 바뀌면서 재무 조직이 통상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산 전략은 영업 계획이 아니라 재무 시뮬레이션 위에서 다시 작성된다.
결국 기업이 묻는 질문은 완전히 바뀌었다. 어디에서 가장 싸게 생산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가장 오래 같은 규칙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다.
지금 글로벌 자본은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동하지 않는다. 규칙이 가장 오래 유지되는 장소로 이동한다.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비가 아니라 제도의 지속 기간에 의해 결정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통상 전략도 이 전환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관세 인하 협상만으로는 산업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관세가 반복되는 구조에서도 생산과 투자가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 설계다.
관세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관세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시간이다. 세율 경쟁의 시대가 아니라 제도의 시간 경쟁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한국은 그 전환의 문 앞에 서 있다.
관련 법안 및 시장 대응 구조
무역확장법 232조 : 국가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관세 부과 가능. 장기 유지 가능성이 높아 기업에는 유동성 리스크로 작용.
무역법 301조 :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관세 근거. 적용 기간을 행정부가 결정하며 재무 구조에 직접적 영향.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 국가 비상상황 시 수입 및 금융 거래 제한 가능. 통상 정책이 자본 이동 규제와 연결.
유럽 산업계 : 관세 수준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중시.
캐나다 : 관세 종료 여부보다 유지 가능성이 핵심 변수.
글로벌 기업 : 통상 대응 기능의 재무 조직 이동.
한국 통상 전략 과제 : 세율 협상 중심 구조에서 체류 자본 설계 중심 구조로 전환 필요.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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